패션계 빌런으로 재탄생한 '크루엘라' [씨네리뷰]
입력 2021. 05.26. 17:00:00

영화 '크루엘라'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디즈니 역사상 파격적인 아이콘 크루엘라가 엠마스톤으로 재탄생했다.

에스텔라는 싱글맘 캐서린의 하나뿐인 딸이라 말한다면 너무 따분한 소개다. 어릴 때부터 타고난 패션 감각과 거침없는 성격에, 하루가 멀다 하고 교장실에 불려가는 말괄량이 에스텔라는 어딜 가든 독특한 아이로 눈에 띈다. 시골 촌구석 학교에서는 악동이었지만 패션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눈이 반짝이는 에스텔라의 꿈은 패션 디자이너다. 에스텔라의 천재성을 알아본 캐서린은 그가 더 넓은 환경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시골 동네를 떠나 런던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내 에스텔라는 자신의 실수로 엄마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을 안은 채 홀로 떠난다.

고아가 된 에스텔라는 런던에서 운명적으로 재스퍼와 호레이스를 만나고 세 사람은 친구이자 가족이 된다. 에스텔라의 빼어난 패션 감각으로 완벽하게 분장한 이들은 수준급 소매치기 실력을 발휘, 체계적인 도둑질 솜씨로 런던 거리를 누빈다. 하지만 에스텔라는 마음 한 구석에 여전히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극적으로 리버티 백화점에 취직하게 된 에스텔라는 기쁨도 잠시, 하루 종일 청소와 잡일만 하게 된다. 서러움에 북받친 에스텔라는 밤새 파격적인 일을 벌이고 백화점을 관두기로 한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에스텔라는 런던 패션계 거물 남작 부인으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고 남작 부인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된다.

꿈에 그리던 대로 에스텔라는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내 다양한 의상을 만들어내고, 까다로운 남작 부인의 신임을 얻게 된다. 그러나 남작부인이 엄마인 캐서린의 죽음과 연관된 사실을 알게 된 에스텔라는 그를 무너뜨리기로 결심한다. 명성, 인기, 언론의 관심 등 남작 부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모든 것을 빼앗는다. 다만 그의 눈에 띄어선 안 되기에 에스텔라는 그의 남다른 변장 실력을 발휘해 복수 작전을 펼칠 때만큼은 가발을 벗고 파격적인 크루엘라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남작부인이 패션쇼 혹은 파티를 열 때마다 점차 언론의 주목과 화제성은 더 화려하고 시선 강탈 퍼포먼스를 선보인 크루엘라에게 돌아간다.

크루엘라의 존재가 슬슬 거슬리기 시작한 남작부인은 그만의 또 다른 계획을 세운다. 에스텔라는 낮에는 남작 부인의 충직한 일개 디자이너로 살며 밤에는 그를 향한 복수를 준비하며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남작부인은 크루엘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그를 찾던 중 어딘가 미심쩍은 에스텔라를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한다.

‘크루엘라’는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크루엘라의 젊은 시절을 다룬다. 화려하고 광기어린 천재성을 지닌 크루엘라의 베일에 휩싸여있던 사연과 그의 성장 스토리에 집중해 빌런의 탄생기를 그려낸다. 영화는 1970년대 런던 패션계를 주 무대로 삼아 패션계 입성한 크루엘라의 패셔너블한 의상부터 남작부인에 맞서는 그의 반항적인 패션 감각이 이목을 사로잡는다.

패션계가 배경이 된 만큼 영화 속 등장하는 수백 벌의 의상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런웨이, 파티장 등 당대 분위기와 유행성을 살리면서도 핏빛 드레스, 가죽 점프슈트, 쓰레기차 드레스 등 크루엘라의 천재성을 더욱 돋보이게끔 한다. 여기에 ‘Hush’(Deep Purple),‘One way or Another’(Blondie), ‘Come Together’(Ike&Tina Turner), ‘Stone Cold Crazy’(Queen) 등 익숙한 멜로디의 다양한 곡들이 흘러나와 70년대 런던과 현대적 감성이 어우러져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크루엘라의 파격적인 행보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보통의 영화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영웅들은 타고난 고운 심성과 배려심 넘치고 거기다 세상을 구할 능력까지 갖춘 완벽한 인물로 익히 봐왔다. 반면 늘 악행을 일삼고 광기 서린 악인으로 비춰졌던 빌런을 ‘크루엘라’에서는 사랑스럽고 친근한 캐릭터로 재해석했다. 때로는 실수도 하고 망가지기도 하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지만 원하는 바가 있다면 진취적으로 해내는 크루엘라의 대범한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일종의 쾌감을 선사한다.

캐릭터들의 리벤지 대결구도도 흥미롭다. 영화가 중반부에 다다를 때쯤 크루엘라와 남작부인의 형세가 반전되면서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고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몰입감을 높인다. ‘크루엘라’로 돌아온 엠마 스톤은 강렬한 연기변신으로 팔색조 매력을 선보인다. 순수함과 유쾌함을 가지고 당찬 패기를 보여주는 에스텔라부터 남작부인에 반항, 파격적인 빌런으로 흑화하는 크루엘라까지 1인 2역을 넘나들며 또 한번 엠마 스톤의 폭넓은 연기력에 매혹된다.

극의 무게중심을 잡고 있는 남작부인 역의 엠마 톤슨도 신랄한 연기 변신에 나선다. 자신보다 잘난 사람은 없다고 자부하는 남작부인은 영국 패션계를 주름잡고 있는 독선적인 인물로 히스테릭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엠마 톤슨 특유의 눈빛으로 압도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메릴 스트립)보다 두 배 더 센 언니라 볼 수 있겠다.

엠마 스톤, 엠마 톤슨을 비롯해 마크 스트롱은 미스터리하지만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남작부인의 집사 존 역으로, 크루엘라의 조력자이자 든든한 가족 같은 친구인 재스퍼와 호레이스는 조엘 프라이와 폴 윌터 하우저가 맡아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크루엘라’는 재능은 있지만 밑바닥 인생을 살던 ‘에스텔라’가 남작 부인을 만나 충격적 사건을 겪게 되면서 런던 패션계를 발칵 뒤집을 파격 아이콘 ‘크루엘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코미디다. 오늘(26일) 오후 5시 전세계 동시 개봉한다. 12세 관람가. 러닝타임은 133분.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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