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프라인’ 서인국, 가수·배우 한계 없는 스펙트럼 [인터뷰]
- 입력 2021. 05.27.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열일’ 행보다. 동시기 방영과 영화 개봉임에도 불구, 전혀 다른 색깔의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더 깊어지고,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해내고 있는 배우 서인국이다.
'파이프라인' 서인국 인터뷰
기자는 최근 영화 ‘파이프라인’(감독 유하)에서 핀돌이 역으로 열연을 펼쳤던 서인국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됐다.
지난 25일 개봉된 ‘파이프라인’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 그들이 펼치는 막장 팀플레이를 그린 범죄 오락 영화다. 서인국은 지난 2013년 ‘노브레싱’ 이후 8년 만에 스크린 복귀다.
“8년 만에 인사드리게 돼서 긴장되고, 걱정되고, 설레기도 해요. 기분 좋은 출발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유하 감독님과 함께하게 돼서 저에겐 감동적인 것 같아요. 처음 미팅했을 때부터 예뻐해 주시고, 맘에 들어해주셨죠. 신에서 작게 수정을 하시면 저에게 ‘볼래?’라며 신뢰해주셨어요. 작업하는 내내 믿고 의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파이프라인’은 국내 최초 ‘도유 범죄’를 다룬다. 도유 범죄란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기름을 빼돌려 이를 다시 판매하는 특수 범죄를 말한다. 다룬 적 없던 소재로 이야기 실타래를 풀어가 차별화를 꾀한다.
“땅굴이라는 신선함이 있었어요. 또 인물들이 기름 도둑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란 점이 재밌었죠. 핀돌이는 보수만 받고 빠지는 역할이에요. 그런데 건우(이수혁)의 계약을 받고, 땅굴을 파는 것부터 기름을 빼는 것까지 총괄해야하는 상황이었죠. 인물들이 목숨을 걸고 일을 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어설픔, 오합지졸 움직이는 느낌, 그러면서 유쾌한 부분이 블랙 코미디적 요소가 있었어요. 잔잔한 웃음이 나오는 게 장점이랄까요.”
드릴로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빼돌리는 천공 기술자인 핀돌이는 업계 최고라 불리는 타고난 도유꾼이다. 성공률 100%를 자랑하며 손만 대면 대박을 터뜨리는 그는 고급 수트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고가의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도유꾼이라곤 상상할 수 없는 위장술을 갖춘 인물이다.
“핀돌이를 처음 접했을 때 그 캐릭터에서 굉장한 매력을 느꼈어요. 범죄지만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하게 천공을 할 수 있고, 쿨함도 있으며 자부심이 굉장히 큰 친구였죠. 땅굴에서 일을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매력도 있었어요. 민첩함도 매력 있었죠. 핀돌이의 민첩함을 어떻게 표현해낼지 고민했어요. 바로바로 행동으로 보여주고, 컨디션이나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했죠. 다른 사람들은 작업복이 있다면 핀돌이는 고가의 캐주얼한 옷을 입고 일을 해요. 그러나 외모적인 부분 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게 땅굴과 이질감이 느껴지도록 신경 썼죠.”
‘파이프라인’은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강남 1970’ 거리 3부작을 비롯해 ‘결혼은 미친 짓이다’ ‘쌍화점’ 등 거침없는 화법으로 영화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유하 감독의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동안 보여 왔던 스타일과 전혀 다른 범죄 오락 장르를 완성해냈다.
“유하 감독님은 영화계 거장이시니까 그런 부분에서 지레 겁을 먹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뵙고 얘기하다보니까 소년미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하하. 유쾌하고, 아기자기하고, 유머스럽더라고요. 굉장히 배려를 해주려고 하셨어요. 저희가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느끼지 않게 하려고 많이 들여다보셨어요. 디렉팅 할 때도 소프트하게, 그러면서 내면의 깊은 곳까지 할 수 있게 집요하게 작업했죠. 감독님과 ‘파이프라인’을 하기 전, 다른 작품으로 미팅을 했어요. 그런데 그 작품이 안됐고, 감독님께서 ‘이렇게 헤어지긴 아쉽다’라고 하셔서 ‘파이프라인’을 같이 해보자고 한 거예요.”
핀돌이에게 도유 작전을 지시한 인물은 건우다. 건우 역에는 이수혁이 낙점됐는데 서인국과 이수혁은 작품에서 호흡만 세 번째다. 드라마 ‘고교처세왕’, 현재 방영 중인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에 이어 ‘파이프라인’까지.
“세 작품을 같이 한 건 재밌는 상황이에요. 이젠 말하지 않아도 아는 느낌? 표정만 봐도 알고, 어떤 걸 준비하고 있으며 어떤 걸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고교처세왕’에서는 많은 얘기가 필요했다면 이젠 필요 없어진? 서로를 잘 알기 때문이죠. 서로 응원도 많이 해주고, 원하는 게 있다면 서로 불편함 없이 촬영하는 단계가 됐어요. 다음에 만난다면 또 재밌게 작업할 듯해요. 만약 다른 작품에서 만난다면 ‘파이프라인’ 때와 반대로 이수혁 씨를 괴롭히는 역할을 맡고 싶어요. (웃음) ‘파이프라인’에선 너무 괴롭힘을 당했거든요. 이번엔 제가 괴롭혀서 땅바닥을 굴러다니게 만들고 싶어요. 이수혁 씨도 고생해야 해요. 저처럼 당하고 그랬으면 하는? 하하.”
서인국은 Mnet ‘슈퍼스타K’ 시즌1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대중들에게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가수 활동을 이어가던 그가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건 2012년 방송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윤윤제 역을 통해서다. 이후 ‘주군의 태양’ ‘너를 기억해’ ‘38 사기동대’ ‘쇼핑왕 루이’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 작품으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간 그다.
“연기의 매력은 여러 직업을 경험하고, 여러 사람을 경험할 수 있는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제가 가진 감정선이 일반적이고, 평범하다면 극중 안에서 가질 수 있는 감정선은 간접적으로 극한을 경험할 수 있어 그 자체가 연기의 큰 매력이죠.”
서인국은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가수 서인국’으로도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활동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여러 얼굴을 선보일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가수로 데뷔한 지 12~13년 정도 됐어요. 정규 앨범이 없어 아쉬운 부분이죠. 기회가 된다면 정규앨범을 내고 싶어요. 공식적인 가수 활동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작업은 하고 있어요. 작업실도 만들었고, 작곡가 형님과 작업 중이죠. 최근엔 ‘멸망’ OST 작업도 했고요. 기회가 되면 좋은 음악, 정규앨범으로 나오고 싶습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