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아웃’ 정재광, 그를 주목하라 [인터뷰]
입력 2021. 06.04. 15:23:01

'낫아웃' 정재광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전주국제영화제가 먼저 알아봤다. 미성년과 성년 경계에서 절박함과 폭주하는 에너지를 캐릭터에 온전히 담아냈다. 2021년,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배우 정재광이 그 주인공이다.

정재광은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정곤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낫아웃’을 통해 배우상을 수상했다. ‘낫아웃’에서 정재광은 고교 3학년 야구선수 광호 역을 맡아 불안한 청춘의 모습을 심도 있게 표현했다.

“저희 촬영할 때 코로나19가 갑자기 터졌어요. 영화관에서 개봉할 수 있을까란 걱정을 많이 했죠. 감사하게도 전주국제영화제에 가게 됐어요. 한국경쟁 부문에 오른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배우상을 수상하고, 3관왕까지 하게 돼 감사한 마음뿐이죠.”

‘낫아웃’은 프로야구 드래프트 선발에서 탈락하게 된 고교 야구부 유망주 광호가 야구를 계속 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야구’ 밖에 몰랐던 광호는 친구들보다 자신이 내심 특별하다고 생각했지만 기대했던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되지 않자 결국 자신도 상위 1%가 아닌 99%였음을 절감한다. 야구를 계속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광호는 친구 민철(이규성)이 하는 가짜 휘발유를 파는 일에 뛰어들고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어디로 가요?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고 싶어’란 대사가 제 마음에 와 닿았어요. 그 대사가 저 또한 배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배우를 하지 않는다면 어디로 가지? 배우로서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고 싶었죠. 그런 고민과 마음이 저를 자극시켰어요. 거기서 매료됐어요.”



정재광은 광호 역을 위해 체중을 25kg 가량 증량시키고 야구학원에 다니며 연습에 매진했다. 그 결과, 정재광은 광호 그 자체로 분할 수 있었다.

“광호라는 인물을 잡아가기 위해 관련 다큐 영상을 많이 봤어요. 실제 야구에 몸 담은 학생들의 다큐를 보면서 광호의 마음을 이해해갔죠. 광호의 시점으로 일기를 작성해 갔어요. 나름 광호를 이해하면서 일기를 디테일하게 작성해가려고 노력했죠. 현장에서 연기를 애써 무엇인가 표현하려 하기보다, 공간과 상황 안에서 연기가 되도록 일기를 작성해갔어요. 광호를 이해하고 대사 자체 안, 한 대사 안에 많은 감정을 던져야하는 인물일 때 일기를 작성해요. 그래야만 현장에서 테크닉적인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닌, 어떤 상황에 놓이고 변수가 와도 연기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려 하다 보니 일기를 쓰는 방식이 제게 기본이 된 거죠.”

광호에게 ‘야구’는 곧 인생이다.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시작했고, 야구만 해왔던 그에게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탈락은 모든 것을 잃은 것과 같다. 영화 속에선 대사 또는 인물들 간의 관계에서 광호의 전사를 추측하게 한다.

“광호에게 어머니가 없다고 설정했어요. 첫 장면에서 광호가 수제비를 먹고, 혼자 설거지를 하고 나서 돈을 꺼내요. 어머니에 대한 결핍과 동시에 부모님, 아버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갈등이 보여요. 광호는 부모님이 원해서 초등학생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요. 투수였는데 중학생 때 수술 후 타자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죠. 광호의 샤워 장면에서 수술 자국이 보이잖아요. 유망한 투수였다가 어깨가 탈골돼 수술을 하고, 타자로 옮겼다는 설정을 표현하기 위해 수술 부위를 살짝 드러내죠. 그 이후 아버지가 꿈을 놓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온 게 야구라 절박하게 가지 않았나 싶어요. 야구를 처음 시켰던 사람은 아버지인데 왜 날 도와주지 않나라는 저항심? 약간의 반항심이 광호에겐 있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어요.”

‘낫아웃’은 미성년과 성년의 경계에서 경험하게 된 실패에 대한 리얼한 관찰을 토대로 전개된다. 자신이 선택했던 인생에서 마주하게 된 첫 실패의 경험,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세밀하게 그려낸 것과 더불어 체육계의 공공연한 비밀인 입시 비리 등 이슈를 담아낸다. 모든 것이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닌, 늘 선택의 기로에 서있던 불안정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것. 정재광은 ‘낫아웃’의 결말을 어떻게 바라볼까.

“저는 희망적이라고 봐요. 광호는 처음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았다가 나중에는 조금이나마 호전되잖아요. 그래서 희망적인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죠. 동시에 마지막 장면에서 ‘뛰어, 뛰어’라고 해요. 거기서도 결국 꿈을 향한 마음이 희망적으로 흘러가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어요.”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다는 고민과 첫 실패를 역동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내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정재광 역시 미성년과 성년 사이에서 겪었던 고민과 실패를 털어놨다.

“연극영화과를 들어가자마자 저희 집이 부도가 났어요. 아버지 사업이 망하고, 제가 기댈 곳은 연기뿐이었죠. 연기를 잘해서 나중에 부모님에게 도움을 드리자고 결심했어요. 열심히 했지만 배우 일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그만두려 하던 때 ‘버티고’의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의심을 하지 않고 하게 됐죠. 성년이 됐을 때 고민은 ‘연기는 어떻게 하면 잘하지?’ 그게 전부였어요. 지금 겪는 고민은 오히려 고민을 덜어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2015년 영화 ‘스카우팅 리포트’로 데뷔한 후 2016년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수난이대’로 독립스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정재광은 드라마 ‘열혈사제’ ‘구해줘’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에 출연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상업영화 데뷔작이었던 ‘버티고’에서는 로프공 관우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느덧 연기 7년차가 된 그에게 ‘연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연기의 매력을 ‘낫아웃’ 때 많이 느꼈어요. 아버지와 수제비 가게에서 ‘나 진짜 야구 잘했단 말이야’라고 대사를 할 땐 캐릭터와 물아일체가 됐죠. 저를 잊고, 그 인물이 됐을 때 희열이 느껴졌어요. 스스로에게 재밌고, 뿌듯했죠. 동시에 그 장면을 찍을 때 스태프 몇 분은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미술 입시할 때가 생각났다고 눈물을 흘리셨대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뿌듯했어요. 뜨거웠던 열기, 에너지를 받아 연기할 수 있었죠. 하나가 된 순간이라고 할까. ‘하나’라는 기분이 들었을 때 굉장히 매력을 느꼈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th, 판씨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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