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민의 가슴을 뜨거워지게 만든 '로스쿨'[인터뷰]
- 입력 2021. 06.22. 16:46:17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자신이 가장 잘하는 걸 아는 것은 배우에게 큰 무기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써먹느냐 중요한데, 배우 김밍면은 기가 막힌 타이밍에 그 무기를 다시 꺼내들었다.
김명민
김명민은 최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극본 서인, 연출 김석윤)에서 검사 출신 형법교수 양종훈으로 열연, 또 한 번 길이 남을 인생 캐릭터를 남겼다.
김명민이 연기한 양종훈은 예습을 하지 않고는 절대 수업에 참여할 수 없는 문답법으로 학생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여 '공포의 양크라테스'란 악명을 가진 형법 교수다. 양종훈의 강압적이고 딱딱한 말투는 김명민의 인생캐릭터로 불리는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를 떠오르게 만든다. 김명민 역시 이를 인지하고 양종훈을 하나 하나 만들어나갔다.
"저 역시 뭔가를 울궈먹는 것을 안 좋아한다. 초반 대본을 봤을 때부터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와 너무 비슷했다. 여쭤보니 일부러 그렇게 쓰셨다고 하더라. 걱정이 됐는데 김석윤 감독님이 '많은 사람들이 10여년 지난 그 작품의 김명민을 보고 싶어한다, 요즘 세대는 그런 김명민을 접하지 못해 보여주고싶다'라고 하시더라. 그대로 할수는 없으니 맛을 살리되 최대한 기시감을 없애려 노력했다. 말투나 어미 등은 대본에 쓰여진 대로 하다보니까 그런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마에와는 다른) 양종훈 특유의 모습이 잘 보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김명민다운 연기'에 대한 고민은 늘 있다며 "캐릭터에 대해 고민이 있다. 대중분들이 나를 기억하는 캐릭터가 있지 않냐. 이번 작품이 끝나면 더 고민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 캐릭터 역시 대중이 원하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힘을 얻고 선택하게 됐다. 10년에 한번씩 하는 건 괜찮지 않나. 잊을만한 할 때쯤 다시 한번 하겠다. 하지만 자주할 생각은 없다. 잘하는 것만 할 수 없으니까"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형법 교수 역을 맡은 김명민은 어려운 법정용어, 긴 호흡의 대사들을 소화해야만했다. 어려운 전문직 역할을 여러차례 연기한 그이지만, 이번 작품은 유독 힘이 들었다고.
"한 페이지 분량의 대사인데 외우는 시간은 10배 이상 걸렸다. 잠깐 딴짓하고 나면 까먹더라. 항상 잠꼬대하듯이 외웠다. 옆구리 찌르면 나올 정도로 달달 외웠다. 법적 용어는 이해없이 외우기 어렵더라.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판례를 찾아보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힘들고 괴로웠다."
어려운 장면들을 수없이 연습하면서 김명민은 "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시청자들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무조건 시청자들을 납득시켜야겠다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라며 "법정신 같은 경우에는 양종훈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설명해나는 부분이 많았다. 더 알기 쉽게, 더 이해되기 쉽게 말을 해야했다. 양종훈의 목표였고, 배우인 제가 해야할 몫이었다. 집에서 연습할 때 그 부분에 집중했다. 집사람 앞에서도 연습해보고 '이해가 되냐?'라고 물어보곤 했다.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로스쿨'은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에서 함께했던 김명민과 김석윤 감독이 드라마로 재회했다는 점에서도 크게 주목받았다. 김명민이 '우리가 만난 기적' 이후 3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로스쿨'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김석윤 감독의 영향이 컸다.
"사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너무 어려웠다. 버거운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감독님은 김석윤 감독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한다면 저도 믿고 따르겠다고 했다. 감독님이 원래 하시기로 한 작품이 있었는데 그 작품까지 미루고 함께 해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김명민은 김석윤 감독에 대해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다. 드라마로 만났을 때는 어떨까 궁금했고, 기대치가 있었다. 예상만큼 좋았다. 정말 형 동생 같은 사이다. 가족같다. 최고의 감독이다"라고 극찬했다.
김명민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 가족같은 동료도 얻었다. 양종훈의 대학 동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은숙 역을 연기한 이정은에 대해 "양종훈은 김은숙에게 유일하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외로움, 슬픔을 다 드러낸다. 실제로 이정은 배우도 그랬다. 제 과거를 다 털어놓게 만드는 마력이 있더라. 처음부터 '누나'라고 불렀다. 친누나처럼 정말 잘 챙겨줬다. 많이 가까워졌다. 너무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제관계로 호흡을 맞춘 후배 배우 김범, 류혜영, 고윤정, 이다윗, 이강지, 김민석 등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들을 보면 이 곳이 진짜 로스쿨인지 드라마 촬영장인지 헷갈렸다. 그정도로 그들간의 케미가 정말 좋았다. 그들끼리 너무 끈끈했기 때문에 그 공기를 해치고 싶지 않았다. 딱 로스쿨 학생 같았다. 너무 좋았다. 누구하나 빠질 거 없이 대체할 수 없는 배우들이었다. 실제 살아숨쉬는 인물들이었다. 많은 영감을 준 후배들에게 고맙다고 인사 전하고 싶다."
배우들간의 시너지가 좋았던 덕분일까. '로스쿨'은 최고 시청률 6.9%(전구가구 기준, 닐슨)를 기록하며 호평 속에 마무리됐다. 김명민은 "시청률은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남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자라는 마음으로 임했고, 최선을 다했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과정과 그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을 중시한다. 솔직히 시청률이 조금 더 오르길 바란 건 사실이다. 그런데 마음처럼 되지는 않더라. 하지만 '로스쿨'이 끝나고 난 후에 몰아서 보신다는 분들도 꽤 계시더라. 굉장히 뿌듯하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로스쿨'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또 다른 이유는 데이트폭력, 배드파파 등 여러 사회적 이슈들을 잘 녹여냈기 때문. '로스쿨' 속에서 그런 이슈들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해결하려는 인물로 살아온 김명민은 "법조인이 아님에도 대리하는 배우로서도 가슴 속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았다"라고 털어놨다.
"단순한 법정드라마라고 생각한 분들에게도 그런 것들이 충분히 전달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안에 치열한 경쟁을 통해 뭔가를 이루려는 로스쿨 학생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 안에 우리 사회 이슈를 투영하면서 시사하는 크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배우로서 뭔가 딱 꼬집어서 이야기할 수 없지만, 간접적으로 체감하는 부분이 컸다. 그래서 여운도 길게 남을 것 같다. 앞으로 비슷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로스쿨' 생각이 간절히 날 것 같다. 계속 회자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로스쿨'은 김명민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까. "저를 힘들게 한 만큼 기억이 오래 남지 않나. 이 작품 역시 나름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쉽게 잊힐 것 같지 않다. 살아가면서 양종훈을 계속 떠올릴 것 같다. 가장 최근 캐릭터이기도 하고 방식, 지향점 등이 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제가 앞으로 어떤 자세로 작품에 임하고 배우로서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나가야 되겠다 하는 가치관 정립이 좀 더 된 것 같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