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기주, '미드나이트' 향한 진심 "새로운 세상의 감정 알게 돼" [인터뷰]
- 입력 2021. 06.26. 08:00:00
-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배우 진기주가 영화 '미드나이트'로 스릴러 장르에 처음 도전했다. '스펙 부자'가 아닌 배우로서의 진기주의 열연이 돋보였다.
진기주
'미드나이트'는 한밤중 살인을 목격한 청각장애인 경미(진기주)가 두 얼굴을 가진 연쇄살인마 도식(위하준)의 새로운 타겟이 되면서 사투를 벌이는 극강의 음소거 추격 스릴러. 진기주는 '리틀 포레스트' 이후 3년 만에 첫 영화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가야 했다.
"데뷔 이후 첫 주연 영화고, 경미가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요. 촬영하는 동안에는 '내가 지금 첫 주연 영화다'라는 생각을 잘 안 하고 찍었던 것 같아요. 오직 경미 생각만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개봉을 하고 나서야 첫 주연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떨리는 거 같아요."
극 중 진기주는 청각 장애인으로 수어를 사용해야 했다. 그가 연기한 경미 역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였을까. 캐릭터 준비 과정을 털어놨다.
"심각하게 많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출연 결심을 하고 대본을 다시 보면서 '큰일을 하게 됐구나'를 느끼게 됐어요. 저는 소리에 반응을 잘하는 편인데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의 음성적인 감성 표출에 '나도 모르게 반응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의외로 촬영 때는 그것 때문에 힘들지 않았어요."
이어 "농인분들이 소리를 내시는 부분에 대해서 알고 싶고 관찰이 필요하다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분들이 지내시는 센터나 학교에 찾아가 볼까도 생각했지만,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았어요. 제가 괜히 불편함을 줄 거 같다는 생각에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어요. 수어 학원에 2달 정도 다니면서 다양한 성향의 선생님에게 배우게 됐어요. 인위적으로 만들었던 장면이 없었기 때문에 만족해요."
또 진기주가 첫 주연작으로 스릴러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추격신도 많았고, 대사 없이 눈빛, 행동으로 연기하는 새로운 도전이었을 터.
"'미드나이트'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무조건 경미예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경미에게 정이 많이 들었어요. 경미의 행동 하나하나가 정말 좋았어요. 모든 배우가 연기하고 액션을 취하면 큰 소리가 나기 마련인데, 촬영 전 소리가 없는 세상, 소리의 정보가 없는 세상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어요. 고충보다는 깨달아가는 부분이 많았고, 소리를 학습으로 안다는 것을 새삼 연기하면서 느꼈던 거 같아요."
경미 역에 진심을 담았던 만큼 엄마로 나온 길해연, 위하준 배우와의 호흡도 남달랐다. 특히 '미드나이트'의 묘미는 숨 막히는 추격신. 도식(위하준)을 피해 진기주는 양말을 신고 하염없이 길거리를 뛰었다.
"위하준 배우와 늘 전우애를 느꼈다고 이야기하는데. 시나리오 내용이 치열하기도 하고, 현장도 낮과 밤이 늘 바뀌어 있었어요. 긴장해야 하는 장면들도 많아서 힘들었는데 그때마다 의지할 수 있는 배우였어요. 서로서로 응원하는 걸 느껴서 연기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었어요. 또 도식에게 쫓기는 장면을 촬영한 후에 계속 펑펑 울었어요. 감정이 갑자기 올라와서 눈물이 쏟아졌는데 길해연 선생님이 토닥거려주셔서 긴장이 풀릴 수 있었어요. 경미의 공포와 크지 않은 방안에서의 경미의 갑갑함, 도식의 무서움이 이어졌던 거 같아요."
특히 모녀 관계가 끈끈하게 나왔다. 진기주가 말했던 것처럼 길해연 배우에게 의지도 많이 했었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고 진기주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영화 속 모녀 관계가 상당히 끈끈해요. 차 안에서 두 모녀가 대화하는 장면이라든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해요. 촬영하는 동안 선배님께 의지를 많이 하기도 했어요.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촬영 중 느끼는 감정들을 버거워하기도 했는데, 선생님은 멀찍이서 캐치하고 저에게 다가와 주셨어요. 정말 감사해요. 실제로는 힘들어하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은 딸이에요. 모든 걸 다 말해줬으면 하는 부모님이지만, 좋은 것만 말하고 싶은 관계? 선배님들한테는 약한 모습도 보이지만 부모님한테는 그러지 않아요."
이어 '아육대'로 달리는 자세를 공부했다는 그는 "달리기가 빠르지 않아 부담됐었는데, 촬영장에서는 경미의 감정을 이입해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제 달리기에서 나올 수 없는 속도가 나왔다"며 "'아육대'를 보고 공부했지만, 촬영 중에는 경미의 감정을 이입해서 달리다 보니 자세는 생각할 수 없게 되더라"라고 전했다.
원래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던 진기주는 이번 작품을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스릴러를 좋아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수어로 소통하면서 청각 장애를 가진 분들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영화에 감동을 더 받게 됐는데, 시나리오보다 영화를 본 후에 영화가 전달해준 메시지가 더 와닿았어요. 경미가 '제 이야기를 한 번만 들어주세요'라고 한 대사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였던 거 같아요. 또 연기하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는데 경미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말을 하려고 노력해요.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지만. 외국인 분들이 질문하면 당황스러운 것과 비슷할 거 같아요. 수어는 손뿐만 아니라 입 모양, 표정 등으로 말해요. 일상생활을 하시다가 수어를 하시는 분이 말을 걸어온다면 조금만 더 집중해서 지켜봐 주세요. 표정이나 뉘앙스만으로도 느낄 수 있어요."
진기주는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기업 사원부터 기자, 슈퍼모델 등을 거쳐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그의 인생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그는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과거를 회상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알고 계신 분들은 저를 이해하고 응원해주신 분들도 있었어요. 이해하기 어려워했던 분들도 있었지만, 현재는 이해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프로그램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아 감사하게 생각해요."
진기주는 2015년 '두 번째 스무살'로 뒤늦게 데뷔했지만, '퐁당퐁당 LOVE', '달의 연인', '초면에 사랑합니다', '오 삼광빌라', '리틀 포레스트'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더욱더 깊어진 연기를 전했다.
"스스로 성장한 것이 느껴진다기보다는 내가 점점 연기하는 사람이 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대본을 받고 해석할 때 시야와 생각이 넓어진 느낌이에요. 현장에 갔을 때도 긴장을 하느라고 제대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다면 현장에서 많이 유연해졌어요. 준비했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빠져서 연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조금 더 발전하기 위해서 현장에서의 유연함을 점점 채워나가고 있고, 표현의 능력치를 넓혀가고 싶어요. 또 노련함, 세월이 필요할 거 같아요. 많이 부딪히고 흔들려 봐야 할 것 같고, 좋은 작품 많이 보고 일상생활에서 감정들을 기억하고 되짚어보는 것도 중요할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진기주는 "'제발 한 번만 들어주세요'라는 대사를 듣고, 제 영화지만 펑펑 울면서 봤다. 저에게 새로운 세상의 감정을 알게 해준 것 같다. 경미가 아닌 사람들이 보면 답답할 수 있지만, 감동이 전해질 거 같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빙,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