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우진 “‘발신제한’ 시나리오 읽고 ‘늪’에 빠진 느낌” [인터뷰]
- 입력 2021. 06.30. 11:57:28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데뷔 22년 만에 꿰찬 첫 주연이다. ‘자동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연기를 펼쳐야하는 어려움이 뒤따랐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배우 조우진이 영화 ‘발신제한’(감독 김창주)을 통해 ‘천의 얼굴’을 입증했다.
'발신제한' 조우진 인터뷰
지난 23일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발신제한’은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가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출근길 아침,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는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으면서 한순간 도심 테러 용의자로 지목되고 위기에 빠지게 되는 도심 추격 스릴러다. 카체이싱 액션이 긴장감을 자아내며 추격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속도감이 넘치는 늪에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늪에 발을 담그면 쑥 빠져들잖아요. 기분 좋게 늪에 빠진 느낌이었어요. 속도감과 타격감이 느껴졌죠. 감정이입이 빠른 시간 내에 빨려 들어갔어요. 농도 짙은 느낌이 강했죠. 모든 사람들의 악행, 선행의 명분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모든 인물이 소중해보였어요.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살아 숨 쉬고 행동하는 시나리오였죠. 그래서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반대로는 겁도 났어요. ‘해낼 수 있을까? 밀도 짙은 감정을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농후한 시나리오였죠. 영화와 비교했을 때 시나리오가 100km를 밟았다면 영화는 150km를 밟았다고 생각해요. 속도감의 차이가 컸죠.”
1999년 데뷔한 조우진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악역을 소화하며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던 그는 데뷔 22년 만에 첫 단독주연을 맡게 됐다. 그 소회 또한 남다를 터.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어요. 이제는 좌불안석 마음이 꽃 피어난다고 할까요. ‘영화가 잘 만들어져야 할 텐데, 좋은 결과물이 나와야할텐데’라는 부담이 있었지만 이제는 좋은 결과물로 많은 분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어요. 개봉 후 좋은 말을 들으니 부담감도 적지 않아요. ‘실망하면 어떡하지? 호불호가 갈리면 어떡하지?’하는 마음이 앞섰죠. 제가 영화를 봤을 땐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 했어요. 제 연기를 평가해야하는데 아직 내공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기에. 한두 번 정도 더 봐야 차분한 마음으로 (제 연기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발신제한’은 ‘더 테러 라이브’ ‘마녀’ ‘터널’ 등 다수의 영화들의 편집을 담당했던 김창주 감독의 첫 데뷔 연출작이다. 그는 수년간 ‘발신제한’을 준비하며 한정된 시간 안에 펼쳐지는 스릴러의 편집점을 촬영 전부터 구성해냈다. 첫 단독 주연작의 조우진과 첫 데뷔 연출작의 김창주 감독. 두 사람은 처음을 함께한 사이가 됐다.
“감독님은 신사적이시고, 디렉션을 주실 때도 화 한 번을 안내셨어요. 급박하고,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 많았음에도. 수장이니까 성규란 인물의 감정에 이입해 현장에 임하셨을 거예요. 속마음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긴장감, 부담감이 많았을 텐데 차분하게 신사적으로 이끌어주셨죠. 그런 감독님의 분위기가 현장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어요. 많은 도움이 됐죠. 한 마음 한 뜻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해 그 부분은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 안에는 야수성이 있었죠. 저는 여러 번 발견했어요.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판단에 의해 촬영 연출을 해내셨죠. 영화를 본 후 제일 먼저 든 생각도 ‘감독님이 야수성, 이빨을 드러내셨구나’였어요. (타 감독과 작업) 차별점은 편집점을 생각하면서 디렉션을 주시니까 조금 더 구체적인 디렉션이 들어왔어요. 찰나에 필요한 순간에 감정을 체크해서 알려주셨죠. 사전 대본 리딩을 많이 해서 현장에서 조절하는 방향으로 갔어요. 미리 어떤 감정인지 얘기하고, 많이 맞추고 들어갔죠. 세심하게 감정을 관찰해 들어간 게 인상적이었어요.”
영화는 의문의 발신제한 표시제한 전화를 받게 된 성규의 1인칭 시점과 차에 동승한 가족의 시점, 그리고 차를 쫓는 외부인들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보이스피싱으로 여겼던 성규는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진 폭파 사고를 보고 패닉에 빠진다. 설상가상 도심 테러의 용의자로 지목받게 되면서 혐의를 벗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자동차 안이라는 좁은 공간과 단 하루 동안 일어나는 한정적인 시간이라는 점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감정과 상황이 맞닥뜨려진 인식, 그것에 피어나오는 생각과 감정을 세분화시켰어요. 감독님께서 본능적인 순간, 위기에 맞닿으면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말하셨죠. 직관적, 본능적인 걸 건지는 찰나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하셨어요. 이때까지 했던 어떤 작품보다 상황에 대한 인식, 감정, 호흡을 세분화 시켜 표현하려고 했죠. 더 세심하고, 면밀하게 성규 인물을 관찰하고, 표현해야 보시는 분들도 찰나를 느끼면서 영화적 재미를 느낄 거라고 생각했어요. 성규 인물을 맡은 사람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세밀함을 표현하려고 했죠. 그런 노력은 사전 대본 리딩을 통해 최대한 많은 접점을 가지고 갔어요. 사전 리딩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거기서 피어나오는 또 다른 케미, 현장에서 맞닿았던 호흡도 있었지만 미리 공유하다보면 훨씬 많은 케미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 감독님과 협의 하에 적합한 감정을 쌓고, 맞춰가려 했죠. 감독님과 호흡, 상대 배우와 호흡이 굉장히 중요했던 순간이에요. 저는 많이 기댔을 뿐이죠. 그분들 덕분에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첫 단독주연이자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감정의 변화, 한정된 공간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 조우진에겐 큰 부담으로 뒤따랐다고 한다. 그래서 ‘발신제한’ 시나리오를 처음 건네 받았을 땐 거절을 했다고.
“겁이 났어요. 시나리오와 인물이 싫어서는 절대 아니에요. 흡입력이 필요하고, 속도감, 타격감, 긴장감이 넘치고, 차 안에서만 연기해야 해서 어려웠고, 겁이 났어요. 고민하던 중 감독님과 제작진 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작품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분들의 열정이 엄청난 걸 느꼈죠. 뜨거운 열정에 감탄해서 어렵더라도 제가 기대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손을 덥석 잡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발신제한’은 부산에서 100% 촬영이 이뤄졌다. 제작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안 찍은 곳이 없을 정도로 모든 도로, 골목이 촬영 장소로 활용됐다. 부산시의 전격적인 협조를 통해 영화의 백미인 해운대 추격신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관공서와 소상공인 협회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코끝이 찡해질 정도였죠. 부산 시민들에게 선물로 드리고 싶은 작품이에요. ‘많이 도와줄 테니 잘 만들어 달라’라고 하셨는데 그 말을 듣고 전투력이 생기기도 했어요. 그 부분이 큰 의미로 저에게 다가왔죠.”
자신만의 굵직한 연기로 개성을 보여준 조우진. 장르와 역할에 굴하지 않고 관객들에게 ‘믿고 보는’ 신뢰감을 주고 있다. 그런 그의 필모그래피에 ‘발신제한’은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저는 해왔던 대로 앞으로도 열심히 할 거예요. 이 작품을 통해 주연배우로 우뚝 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영향이 있고, 다른 선택지를 찾는다거나, 내가 하고 싶은 걸 할까?란 생각이 전혀 없죠.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할 거고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