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순간’ 지현우가 바라본 경훈과 진옥 [인터뷰]
입력 2021. 07.06. 07:00:00

'빛나는 순간' 지현우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파격과 금기를 깨는 연기에 도전했다. 배우 지현우가 고두심과 33살 나이차를 뛰어넘고 ‘아름다운 사랑’의 의미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졌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빛나는 순간’(감독 소준문)의 지현우를 만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빛나는 순간’은 평생 물질을 하며 생계를 책임져 온 70세 해녀 진옥(고두심)과 서울에서 온 30대 다큐멘터리 PD 경훈(지현우)의 사랑 이야기다. 나이 많은 여성과 젊은 남성의 사랑이라는 지점부터 파격적이고, 한국 영화계에서는 보기 드문 설정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잘 썼다, 좋다, 이 감정을 관객들도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여운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부국제 때 처음 완성본을 봤는데 그 여운이 남더라고요. 해녀 삼촌을 그냥 삼촌이 아닌 한 여자로서 바라보는 감정들과 내 시각이 보편화된 시각이 아닌, 그 사람을 알고 내면적으로 들어갔을 때 ‘그럴 수 있겠다’ 싶었어요. (나이 설정이 반대인) 남성 작품은 많은데 왜 여성작품은 없지? 싶더라고요. ‘은교’만 봐도 ‘아, 그런 작품이구나’ 인식하는데 반대인 설정인 이런 작품은 왜 없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저 역시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고요. 작품을 대본으로 읽다보니 이해가 갔어요.”



영화는 나이차, 지역차, 직업차라는 편견을 넘어 아름다운 사랑의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그리고 위로와 치유의 순간을 선사한다. 지현우는 경훈이라는 인물이 가진 복잡한 감정선을 이해하고, 만들어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캐릭터 적으로 어떻게 하고, 중요하게 잡고 가야할 고민이 뭘까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선 12곡정도의 노래로 이뤄진 플레이리스트를 보내주셨어요. 그 안에는 조용필 선생님의 ‘걷고 싶다’, 최백호 선생님의 ‘바다’, 선우정아 씨의 ‘도망가자’를 비롯해 외국 팝송들도 꽤 있었죠. 저희 직업이 명확하게 얘기하기 어렵잖아요. 느낌으로 표현하니까 ‘이게 어떤 느낌이에요?’라고 했을 때 음악으로 말해주셨죠. 노래를 듣고, 현장에서 대본을 읽으며 하다 보니 도움이 많이 됐어요.”

지현우가 맡은 경훈 역은 진옥의 잊고 있던 감정을 꺼내볼 수 있게 도와주는 인물.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는 과정을 통해 세대를 뛰어넘는 감정을 공유한다. 밀도 있고 섬세하게 표현해야한다는 점에 부담감도 컸을 터다.

“저는 드라마 출연을 많이 했잖아요. 영화를 많이 안 해봐서 이런 저런 색깔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빛나는 순간’ 시나리오를 받았고, 제주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한다는 점이 좋았어요. 또 대선배님과 연기를 하는 기회도 흔하지 않았고요. 그렇게 연기했을 때 기댈 수 있는 안정감이 있었어요. 회사로 친다면 회장님과 같이 일을 하는데 권위적이지 않으신 거죠. (고두심) 선생님이 너무 좋으셔서 큰 그늘 아래서 연기에 대한 고민 등을 위안 받았어요. 그 점이 사실 컸어요. 저도 어느 정도 연차가 돼서 후배들이랑 작품을 하는데 선배보다 후배 대하기가 더 어렵더라고요. 막내부터 시작해 기대서 하다가 이젠 후배들의 버팀목이 되어야하니까. 그런 타이밍에 선생님과 하면서 기대면서 연기했어요.”

경훈의 내적 요소뿐만 아니라 외형까지 완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그다.

“머리 펌은 역할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주도에 바람이 많이 불고, 캐릭터가 멋을 부리는 게 아니니까 자연스러운 게 뭐가 있을까 했을 때 손질하기 편한 펌을 떠올렸죠. 바람 불어 맞아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할머니들 입장으로 봤을 때도 ‘서울에서 이상한 놈이 왔네’ 생각하실 것 같았고요. 체중 감량도 했는데 감독님이 요구하시기보다, 대본 자체에 ‘드러나는 젊은 육체’라고 적혔었어요. 하하. 젊은 육체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뱃살이 있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어서 맨몸운동 위주로 체중을 감량했죠.”



경훈과 진옥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켜켜이 감정을 쌓아간다. 이후 두 사람은 동굴 속 키스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해당 키스신은 두 사람의 관계 변화는 물론, 영화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독님과 얘기를 하다가 ‘진옥의 주름진 부분에 경훈이 입을 맞추면 어떨까요?’라고 말씀 드렸어요. 감독님도 ‘괜찮은 것 같다’라고 하셨죠. 주름진 것이 나이로 받아들이는 게 아닌, 아픔이 담겨 있는 인생에 입을 맞추는 게 진옥의 입장에서 좋을 것 같다고 하셨죠. 신을 앞두고 모두가 긴장한 상태였어요. 그리고 반대로 선배님보다 제가 더 많이 키스신을 촬영해봤으니. 첫 신에 ‘오케이’가 났는데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라고 했어요. 그리고 다른 버전이 영화에 실렸죠.”

‘빛나는 순간’은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인생에 한 번쯤 찾아오는 빛나는 순간의 희로애락을 섬세하면서도 절절하게 담아냈다. 특히 파격과 금기라는 선입견을 과감히 깨부순 이 영화를 지현우는 관객들이 어떻게 바라봐주길 원할까.

“감성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70대와 30의 사랑이야기? 이걸 왜 봐?’라는 느낌 말고, 저 해녀분도 우리의 엄마일 수 있고, 우리 엄마가 저런 아픔이 있을 수 있고, 여자로서 일찍부터 일을 하고, 병든 남편 병수발을 하며 산다면 저렇게 마음이 열리는 순간이 있는 게 이상한 걸까? 저게 손가락질 받을 일일까? 라고 머리로 계산보다 감성적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하죠. 그러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할 수 있는 폭이 넓을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명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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