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종’ 감독이 밝혔다, 페이크 다큐 연출→엔딩 장면 의미 [인터뷰]
입력 2021. 07.12. 16:41:09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심상치 않다. ‘공포물’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흥행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관객들의 궁금증과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의 이야기다.

기자는 최근 ‘랑종’ 개봉을 앞두고 연출을 맡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추격자’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셔터’ ‘샴’ 등으로 태국의 호러 장르를 새롭게 개척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을 맡아 개봉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나홍진 감독이 집필한 원안에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오랜 리서치를 통해 태국 현지에 맞게 각색해 모큐멘터리(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연출했다.

“원작에서부터 이 형식으로 되어 있었어요. 이 부분에 대해 여러 번 생각했죠. ‘가장 적합한 방법인가, 픽션 영화처럼 촬영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죠. 나홍진 감독님과 논의를 거치고, 촬영을 하게 됐어요. 관객들에게 태국의 무속인, 무속신앙에 대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영화가 파워풀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페이크 다큐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죠.”

영화는 대대로 조상신 ‘바얀’을 모셔온 무당 ‘님’과 어느 날 이상 증세가 발현된 조카 ‘밍’의 모습을 밀착 기록하며 전개를 이어간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이 영화는 근친상간, 존속살해, 식인 등 각종 금기를 높은 표현 수위로 다루고 있다.

“나 감독님과 저는 각 화면 수위조절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논의를 거쳤어요. 수위 관련해서는 꼭 필요한, 관객들에게 저희가 원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이 영화의 스토리와 관련된 화면들만 넣었죠. 촬영하며 굉장히 조심했고, 선정적이고 위험한 장면들은 CCTV 카메라를 통한다던지, 어둡거나 흐리게 표현했어요.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영화에 꼭 필요한 메시지와 화면이었다는 거죠.”



반종 피사다나쿤 감독은 보다 리얼한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서른 명이 넘는 무당을 직접 만나는 것은 물론, 수천 명 이상의 무당을 만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디테일을 잡아갔다. 그들에게서 전해들은 증언들로 영화 속 장면을 표현하기도 했다.

“장면들은 리서치를 하면서 태국 무당들에게 들었던 게 섞여 들어갔어요. 한국의 무속신앙도 섞여있다고 보시면 돼요. 나 감독님과 제가 같이 의견을 모은 건 모든 장면의 스토리와 전개는 메시지 전달을 위해 꼭 필요했던 수위였습니다.”

2004년 ‘셔터’로 데뷔한 반종 피사다나쿤 감독은 이후 ‘샴’ ‘포비아’ 등 호러 영화를 차례로 내놓았다. 그러다 2013년부터는 로맨스, 멜로, 코미디 장르의 영화들을 선보인 바. 다시 공포물인 ‘랑종’의 메가폰을 잡기까지에는 나홍진 감독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요즘 호러 영화는 공포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예술 요소를 통해 유니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인간의 ‘원죄’에 대해 이야기하죠. 저는 ‘셔터’와 ‘샴’을 제작한 이후 공포영화에 대한 따분함을 느꼈어요. 보는 것도 싫고, 제작하는 것도 싫었죠. 오랜 시간 공포물을 다루지 않았는데 시간이 흘러 차세대 공포영화들을 보니 좋은 게 많더라고요. 또 나홍진 감독님의 ‘곡성’을 보면서 새로운 매력을 느꼈어요. 이번 영화를 같이 하며 도전의식을 느끼게 됐죠. 나 감독님과 저의 인연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태국 방콕의 문화센터에서 예술제가 있었고, 한국영화인 ‘추격자’를 상영했어요. 영광스럽게도 나 감독님이 직접 방콕에 방문하셨고, 행사에도 참여하셨어요. 그때 처음 뵙게 됐죠. 제가 그동안 촬영했던 작품들을 DVD에 담아 나 감독님에게 선물로 드렸어요. 4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나 감독님이 ‘랑종’이라는 좋은 제안을 주셔서 같이 작업하게 됐습니다.”

‘랑종’은 청소년 관람불가에도 불구하고, 예매 오픈 이후 가파른 예매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오후 4시 30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42.3%의 실시간 예매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오른 것. 마블 시리즈인 ‘블랙 위도우’를 꺾으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많은 이들의 궁금증과 기대감이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을까.

“제 작품 중 ‘셔터’와 ‘샴’에 대해 한국 분들이 보시고, 알고 계신 분들이 조금 많다는 걸 알았어요. ‘랑종’ 개봉을 앞두고 한국 관객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한국의 유명 아이돌들이 ‘셔터’와 ‘샴’을 봤다는 보고를 받기도 했죠. 흥분되고 기분이 좋았어요. 부담감은 지금 많이 지나갔어요. 스트레스를 받고, 부담감을 느낀 시기는 영화를 촬영하면서였죠. 한국의 천재 감독님이고, 저의 아이돌이신 감독님이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어 완벽한 신을 찍기 위해 부담감을 가지고 일했어요. 감독님과 협업은 한 가지의 단어로 압축해 ‘중압감’과 ‘압박감’이었어요. (나 감독의) 세 개의 대표작이 마스터피스인데 협업할 기회가 주어져 저는 중압감과 압박감을 느낀 거죠. 그러나 좋은 경험이었어요. 협업한 후 느낀 점은 좋으신 분이었다는 거예요. 저를 믿어주시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어요. 오더를 내리면 제가 그대로 따르는 게 아닌, 의견 교류가 있었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피드백을 하면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어요. 지금은 (부담보다) 긴장되고, 흥분되는 일이 더 많아졌고요.”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한시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긴장감을 선사하기 위해 현장에서 즉흥적인 연출로 배우들의 실감 나는 반응을 포착했다. 촬영 감독조차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게 하는 등 실제와 같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날것의 공포를 담은 것. 특히 ‘밍’ 역할을 맡은 나릴야 군몽콘켓은 이상 증세를 실감나게 그려내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 ‘곡성’ ‘부산행’에 참여한 바 있는 박재인 안무가의 지도를 받으며 열연을 펼쳤다.

“빙의, 이상증세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배우와 해외의 다큐멘터리들을 봤어요. 태국에서도 무속인들이 빙의되거나 귀신에 씐 관련 TV프로그램을 보며 논의했죠. 나 감독님과 ‘곡성’ ‘부산행’에 참여해주셨던 안무가 선생님의 조언가지 같이 합쳐져 좋은 캐릭터가 나올 수 있었어요. 가이드라인만 주고 촬영한 것도 분명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리얼리티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였죠. 가이드라인만 가지고 자연스럽고 실제와 가까운 연기를 위해 연출했어요. 장례식에서 ‘밍’ 역을 맡은 배우가 노인에게 욕을 하는 장면도 가이드라인만 주고 촬영하도록 한 거죠. 중요한 대사만 있었고, 배우들에게 자율적으로 애드리브를 칠 기회를 줬어요. 촬영 후 맞는지 의견을 줘서 논의를 통해 각 신을 촬영했죠.”

‘랑종’은 낯설고도 흥미로운 태국 샤머니즘을 소재로 태국 이산 지역의 이국적 풍광을 바탕으로 생생한 공포를 전하고자 한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한국 관객들에게 얻고 싶은 반응은 무엇일까.

“예상 이상의 반응을 받고 있어요. 저는 이 영화에 최선을 다했고, 제가 만든 영화가 해외에서 먼저 개봉하는 것도 처음이에요. 한국의 유명한 나 감독님과 협업한 작품이라 많은 관객들이 재밌게 영화를 감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엔딩 장면에는 ‘님’의 마지막 인터뷰를 넣었는데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본인이 믿었던 믿음, ‘신(神)’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와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였어요. 결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하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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