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허준호, 눈빛→주름 연기까지 장인의 연기 [인터뷰]
입력 2021. 08.12. 07:00:00

'모가디슈' 허준호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절제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서 있는 자세, 눈빛, 주름 등 디테일까지 모두 표현하며 역할 그 자체로 완성해냈다. 내면의 변화까지 섬세하게 그려낸 배우 허준호. 그이기에 가능했던 ‘모가디슈’의 림용수다.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올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에 오른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을 건 탈출을 그린 작품이다. 허준호는 극중 주 소말리아 북한 대사관 림용수 대사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를 못 봤어요. 류 감독님이 ‘할래요? 안할래요? 북한 대사관인데’ 이정도만 설명해주셨어요. 음식점에서 만나 맛있는 음식을 사주시면서 옛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때 느낀 건 감독님이 되게 자신감 있고, 믿음을 주셨어요. 그래서 그날 출연 결정을 내렸죠.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표현은 안됐지만 여러 기사를 봤을 때 소말리아 상황이 시체가 바리게이트를 이루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도 그런 얘길 해주셨고, 자료를 조사했을 때 시체가 바리게이트라면 어땠을까, 왜 그렇게 됐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회복되지 않은 소말리아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이런 일들이 밝혀져서 각성하고 살아야겠다는 개인적인 감정도 있었고요. 촬영하면서 직접 경험을 했지만 과거 ‘하얀 전쟁’이란 작품을 하면서 전쟁에 대한 무서움을 느낀 적도 있어요. 진짜 공포스러웠죠. 우리가 누구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표현해내서 같이 생각할 시간은 될 것 같았어요. 류승완 감독님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들에게 감사해요. 저를 그런 영화에 출연시켜주셔서 영광이고요.”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 ‘베를린’ ‘부당거래’ 등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고 신선한 발상과 사회를 관통하는 시선으로 그려냈다. ‘모가디슈’는 실화라고는 믿기지 않는 스토리를 영화화하며 한계 없는 도전에 나섰다.

“류승완 감독님과 처음 만났던 식사 시간은 짧지 않은, 그렇다고 길지 않은 2~3시간 정도였어요. 거기서 믿음이 생겼죠. 류 감독님이 준비한 ‘모가디슈’ 제목이 처음엔 ‘탈출’이었어요. 작품에 대해 대본없이 이야기하는데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고, 준비가 많이 되어 있다는 걸 느꼈죠. 얘기하면서 그 눈빛에 믿음이 갔어요. ‘해도 되겠구나’ 하는 믿음이었죠. 현장에서 대단한 감독님을 만난 것 같아요. 영화에 미쳐있는 사람, 작품에 미쳐있는 사람이죠. 멋있었어요.”



림용수는 대한민국과 UN 가입을 두고 경쟁하며 외교 각축전을 벌이는 인물. 한국 대사관과 경쟁을 벌이던 림용수는 소말리아 내전이 진행되면서 ‘생존’이라는 목표 아래 모가디슈를 탈출하기 위해 그들과 손을 잡는다. 림용수의 고뇌와 내면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허준호다.

“설정이 신체적으로 아픈 사람이었어요. 이 표현을 어떻게 해야하나가 관건이었죠. 매일 운동을 하면서 얼굴 살을 뺐어요. 탄수화물을 줄이는 ‘저탄고지’도 하면서 매일 뛰고, 줄넘기를 했죠. 계속 모니터를 보면서 ‘괜찮냐’ 물어보고요.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 감정을. 류 감독에게 의지를 많이 했고, 찍히는 모니터 앞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감정을 쌓아갔어요. 괜찮다고 하는데 저는 저를 못 믿어서 다시 찍어달라고 귀찮게도 했어요. 연기는 철저하게 대본 위주로 갔어요. 감독님의 주문에 의지했죠. 그 시대를 잘 모르고, 상황적인 것도 잘 몰라서 ‘그런 리더가 됐을 때 어땠을까’ 하면서요.”

영화의 스토리만큼 배우들의 호흡도 빛났다. 한신성 대사로 분한 김윤석부터 안기부 출신의 정보요원 강대진 참사관 역의 조인성, 북한 대사관의 안전을 책임지고 국가에 충성하는 참사관 태준기 역의 구교한까지. 여기에 김소진, 정만식, 김재화, 박경혜까지 선후배 배우들과 함께한 에너지는 연기를 통해 빛을 발했다.

“조인성은 그릇이 커진 배우에요. 무궁무진하게 커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모가디슈’ 현장에서 멤버들을 아우르는 모습을 보면서 영역이 더 커지는 것 같아 좋았어요. 교환이는 귀여웠어요. 저 어렸을 때 보는 것 같았죠. 열정이 있어 좋았어요. 교환이도 4개월 내내 뛰는 모습이었어요. 운전연습도 하고요. 무모하게 달려드는 모습이 저 어렸을 때 보는 것 같았어요. 잘 되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고, 박수를 보내요. 그 외 만식이, 김재화, 김소진, 박경혜 모두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특히 허준호는 상대 역의 김윤석과 ‘모가디슈’에 이어 ‘노량’까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됐다.

“‘모가디슈’로 접근해도 될 배우인가?할 정도로 대배우를 만나 영광이었어요. 리허설 때부터 준비를 해가지고 나오니 너무 편했죠. 리허설 한 번 해보고, 촬영에 들어가면 시너지가 더 나왔어요. 엄청난 배우였죠. (연기 호흡을) 더 맞춰 보고 싶다고 했는데 ‘노량’이 들어왔어요. 사실 김윤석 배우 때문에 작품을 고른 것도 있어요. 제 역할이 다른 나라 장수여서 고민했다가, 김윤석 배우가 한다고 해서 택했죠. ‘모가디슈’에 이어 ‘노량’에서 만나 너무 편했어요. 미리 준비해서 나오는 배우죠. 리허설 때부터 다 보여주니까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 호흡도 생기고. ‘모가디슈’와 ‘노량’에서 만난 김윤석은 촬영장에서 큰 형이다? 기둥이라고 할까요.”



‘모가디슈’는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100%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돼 방문할 수 없는 소말리아를 대신해 소말리아와 가장 흡사한 환경의 모로코의 도시 에사우이라를 최종 촬영지로 확정한 것. 허준호는 로케이션 촬영 내내 한국에서 공수한 커피를 직접 내려주며 동료와 후배, 그리고 스태프들을 챙겼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힘들고 그런 건 없었어요. 촬영을 잘할 수 있는 프로덕션이었죠. 그전에 해외 촬영은 사고가 나거나 허가를 못 받아서 촬영이 중단되고, 직접 장비를 들고 가기도 했어요. 촬영보다는 주변에 더 신경 써야 했죠. ‘모가디슈’ 프로덕션은 제가 연기만 하면 됐어요. 제가 받은 임무만 충실하게 하면 되는 감사한 현장이었죠. 꿈에 그리던 현장이고, 그게 이루어져서 매일 매일이 재밌었어요. 할 작품이 정해지면 소중해지고, 감사해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싶었죠. 너무 감사했거든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게 뭘까 하다가 한국에선 촬영할 땐 커피차라도 보내주잖아요. 그래서 직접 커피를 타주자 싶었어요. 해외 나가면 향이 센 커피가 많아요. 우리가 자주 마시던 커피를 타주자 싶었던 거죠.”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된 현 시점, ‘모가디슈’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 연출, 배우들의 열연으로 입소문을 타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 세례가 이어지며 8월 첫째 주 전 세계 흥행 5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200만 돌파를 목전에 두며 거침없는 흥행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모가디슈’는 허준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개봉 결정을 내려주신 배급사, 제작사에게 박수를 보내요. ‘모가디슈’는 겨울에 캐스팅되고, 여름에 개봉한 작품인데 오랜만에 이렇게 불러주시고, 제작에 참여하게 돼 감사하고 영광이에요. 여러분이 주시는 평도 좋아서 너무 감사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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