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문’ 심덕근 감독 “멀티엔딩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 가능한 결말” [인터뷰]
- 입력 2021. 08.26. 10:42:01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전례 없는 시도다. ‘진짜 체험’으로 즐기는 공포 영화다. 영화 ‘귀문’으로 K호러의 새로운 차원을 연 심덕근 감독이다.
'귀문' 심덕근 감독 인터뷰
심덕근 감도의 첫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인 ‘귀문’은 1990년 집단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폐쇄된 귀사리 수련원에 무당의 피가 흐르는 심령연구소 소장과 호기심 많은 대학생들이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극강의 공포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유럽, 동남아 등 전 세계 약 2000여 개 관에서 글로벌 동시 개봉해 새로운 K호러 무비의 탄생을 알렸다.
“신인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시기에 해외 개봉까지 하게 된 자체가 부담스럽지만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흥분되고요. 제가 알고 있고, 듣기론 해외에 계신 분들이 다양한 포맷에 대해 좋아하시고, 관심을 가진다고 들었어요. 해외에 계신 관객들이 ‘귀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되고, 설레고, 영광스러워요.”
‘귀문’은 끔찌한 살인 사건 이후 괴소문이 끊이지 않는 폐건물을 주 무대로 괴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찾아간 이들의 공포 체험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인물들과 함께 폐건물 속 어둠에 갇혀 언제,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극도의 불안과 긴장감을 생생하게 전한다.
“원안을 써주신 작가님이 잘 써주셔서 큰 설정들을 가지고 왔어요. 부가적으로 디테일하게 만들었던 이유는 시공간의 이동, 표현하는데 있어 판타지인데 판타지처럼 안 보이는 판타지를 만들고자 했죠. 공간 부분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텍스트로 하며 표현했어요. 도진이 왜, 무엇 때문에 움직이나 각색을 하며 집어넣었고요. 인물들에게도 서사를 담았어요. 감정을 담으며 어루만졌죠.”
‘귀문’은 기획 단계부터 2D, 스크린X, 4DX 세 가지 상영 포맷으로 설계, 촬영, 제작됐다. 다양한 포맷을 통해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극한의 체험 공포를 느낄 수 있다. 스크린X 버전은 3면 촬영을 진행, 이질감 없이 폐수련원의 기괴하고 음산한 모습을 담아냈다. 4DX에서는 체감 효과를 더해 오감을 자극하는 역대급 공포를 선사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포는 익숙하잖아요. ‘귀문’은 또 다른 시공간에 들어선다는 게 달라요. 그 공간에서 펼쳐지는 공포가 색다르게 보여지는 요소가 아닌가 싶어요. ‘귀문’이라는 귀신들의 문, 통로를 전면에 세우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드리죠. 나름 자화자찬 중이랄까요. 하하. 해외 관객들이 K호러 무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외국에선 전통화된 하우스 호러 같은 공포들이 많잖아요. K호러는 하나의 귀신이라고 불리는 존재 자체도 서사를 가지고, 감정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못 봤던 부분이라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귀문’에도 담겨있죠. 영화를 즐기는 해외 관객들은 색다르게 받아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귀문’은 수련원에서 한풀이 굿을 시도하다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어머니의 비밀을 알아내려 그곳을 찾은 심령연구소 소장 도진(김강우)의 시점과 호러 공모전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수련원에 들어간 대학생 혜영(김소혜), 태훈(이정형), 원재(홍진기)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특히 도진 역을 맡은 김강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데뷔 후 첫 공포 연기에 도전했다.
“심령연구소 소장은 집안 대대로 4대째 내려오는 무속인 핏줄을 가진 인물이에요. 무속인 핏줄이 지긋지긋하고, 싫어서 뿌리치고, 혼자 서울로 상경해 삶을 살죠. 어쩔 수 없이 핏줄이라 무속인 기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요. 그래서 엄마와 조상과는 다른 식의 길을 걷고자 현대식에 맞춰 심령연구소를 운영하죠. 당시엔 잘 나갈 정도로 부와 명예를 누려요. 하지만 엄마의 죽음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피폐해져요. 그 안에서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로 설정해 그렸죠. 김강우 선배님과 프리 단계에서 많은 부분을 이야기하며 살려갔어요.”
김강우에 이어 충무로가 주목하는 김소혜, 이정형, 홍진기가 분한 대학생 3인방의 호흡도 공포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대학생 3인방이 폐수련원으로 들어간다는 설정 이유는 무엇일까.
“시나리오 원안에서도 존재했어요. 다만 각색하면서 만진 건 원안 버전은 2000년대 현재 배경을 하다 보니 캐릭터들이 당시 저희 인물과 안 맞는 게 있었죠. 각각의 성격들이 확실하게 드러날 수 있는 단어를 쓰고, 표현할 수 있게 했어요. 그 시대가 X세대, 신세대라 불렸잖아요.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혜영의 캐릭터를 살리고, 태훈은 원안 보다 조금 더 신경질적이게 살렸죠. 원재는 원안과 유사해요. 성격 자체가 쾌활하고 천방지축에 넉살 좋은 이미지가 좋아서 그 모습을 그대로 살렸죠. 도진과 각기 다른 시점에서 진행되지만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었어요. 도진은 미스터리, 스릴러적인 캐릭터고요. 대학생 3인방은 공포 요소를 살릴 수 있는 캐릭터로 했습니다.”
섬뜩하고 소름 끼치는 원혼의 비주얼도 공포감을 초고조로 끌어올린다. ‘귀문’의 제작진은 공포를 유발하면서도 혐오스럽지 않게끔 원혼의 모습을 디자인하는데 공을 들였다. 원혼을 연기한 배우들에게 렌즈를 끼울지 말지, 끼운다면 어떤 크기로 할지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민한 끝에 지금의 원혼 비주얼이 완성됐다.
“기본 모태는 ‘지박령’이에요. 그렇다 보니 자기가 죽게 된 상황 그대로, 계속해서 그 행위만 하는 귀신들이죠. 침대에서 죽게 된 귀신은 벗어나지 못하고 움직여요. 도망치다 옷장에서 숨어 죽은 귀신은 그 안에서만 있죠. 제한적인 부분을 귀신에게 만들었어요. 각자 캐릭터성을 확연하게 부각시키기 위해서 도진과 맞붙는 지박령은 조금 더 기괴한 움직임을 주고 싶었고요. 침대에서 죽게 된 지박령은 움직임 자체가 아예 없도록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순간들을 적용했어요. 외면적으로는 분장팀과 제일 많이 얘기했던 건 죽은 시체이기 때문에 잿빛 피부톤이 많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죠. 그 피부톤으로 생기조차 없어 보이는 모습들을 기본 톤으로 잡아갔어요. 우리의 메인 귀신인 김진호의 경우, 기괴하고, 괴상하고, 험악해 보이는 이미지를 살렸고요. 다른 귀신은 각자 캐릭터, 죽은 사연에 맞게 부각했어요.”
‘귀문’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스토리이지만 특별관 버전과 2D 버전의 편집을 다르게 해 영화의 결말을 바꾸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이 같은 시도는 관객들에게 포맷별로 다른 영화를 본 것 같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N차 관람 열풍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
“2D는 전통적인 상영 방식이라 일반 관객들에게 익숙한 포맷일 것 같아요. 화면 하나에 보여지는 숨겨놓은 미세한 사운드, 흔적, 힌트를 찾아가며 보는 게 집중하며 볼 수 있기에 인물이 느끼는 심리, 사건에 쉽게 빠질 수 있죠. 스크린X, 4DX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콘셉트를 잡고 들어갔던 체험형 공포가 큰 부분이에요. 공포 영화의 매력이 다른 장르와 다르게 관객들이 무서운 장면을 볼 때 심장박동을 직접 느끼듯 체험형에서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공포 장르의 이점을 가장 크게 살린 게 스크린X와 4DX죠. ‘귀문’이라는 영화가 가진 결말이 마치 게임을 하듯, A라는 선택지를 골랐을 때와 B를 골랐을 때 완전히 다른 결말이 보이듯 멀티엔딩을 추구한 건 아니에요.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고 생각하셨으면 해요.”
전례 없는 제작 방식과 한국만이 차별화된 기술로 공포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귀문’.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극장 영화 부활의 신호탄이자 신인 감독들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등용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코로나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TV와 같이 개인만의 공간을 가진 시절이 된 것 같아요. 다양한 포맷들이 더 멀리까지 가게 해줄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하죠. 관객들이 집안에서 혼자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꼭 극장을 찾아와야하는 이유와 재미라고 생각하기에 발전 가능성이 큰 포맷이라고 생각해요. 콘서트, 다른 장르에서도 크게 활용될 수 있고, 잘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죠.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에 있어 새로운 틀, 방향성을 제시해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CG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