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아 “다른 의미로 잔향이 남는 ‘최선의 삶’과 강이” [인터뷰]
입력 2021. 08.26. 12:46:28

'최선이 삶' 방민아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 방민아의 고민들과 노력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얼굴이다. 영화 ‘최선의 삶’(감독 이우정)으로 새로운 도전을 무사히 마친 그다.

방민아는 최근 ‘최선의 삶’ 시사회 이후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선의 삶’은 열여덟 강이, 아람, 소영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 기꺼이 더 나빠졌던 우리의 이상했고 무서웠고 좋아했던 그 시절의 드라마다. 임솔아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 ‘최선의 삶’을 원작으로, 여러 단편 영화를 통해 주목 받은 이우정 감독이 각색과 감독을 맡았다.

“강이의 트라우마들이 저에게도 살면서 있었던 부분이에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강이의 시선으로 쭉 따라 읽혔죠. 실제로 마음이 아파서 몸이 저릿할 정도였어요. 제가 예전에 했던 실수, 선택, 후회들이 복잡 미묘하게 휘몰아쳤죠. 그런 지점에서 충격이 컸어요. 강이 역할에 대해 하고 싶다는 욕심도 났고요. 그러면서 ‘내가 해도 되는 걸까?’란 두려움이 비례해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엔 ‘내가 해도 괜찮을까? 강이를 잘 표현하는 배우가 있지 않을까?’와 동시에 기존에 제가 활동하고 보여준 모습들이 ‘강이의 무드와 감정을 깨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까지 있었어요. 고민을 들고 저의 연기 선생님을 찾아 갔어요. 원래 냉철하게 봐주시고,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이시거든요. 반대에 대해서도 토론을 많이 나눠요. 그런데 그날은 처음으로 저에게 이상하리만큼 ‘하고 싶으면 해봐 민아야’라고 해주셨어요. 그 말이 저에겐 엄청난 걸 얻은 것 같았어요. 선생님의 방법으로 저를 응원해주셔서 용기가 생겼고, 감독님을 뵀어요. 감독님을 뵙고 두려워하던 것들, 시도하려는 마음 등이 정말 이상하게도 완벽하게 설득됐죠. ‘믿고 갈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감독님 또한 저를 강이로서 좋게 봐주셨고요. 그래서 같이 할 수 있게 됐어요. 강이를 연기할 때 예민했던 것 같아요. 그 시절을 살려내는 것도 있었지만 자다가도 문득문득 생각날 때도 있고, 밥을 먹다가 생각날 때도 있었죠. 강이에게 저의 아팠던 기억들을 담아낸다면 인생에 있어서도 다른 챕터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방민아가 맡은 강이는 기찻길을 지나 언덕 위 읍내동에 살고 있는 인물이다. 늘 어딘가로 가고 싶어 했지만 어디로도 가지 못했던 강이는 “나 집 나갈 거다. 같이 나갈 사람”이라는 소영의 문자 한 통에 무작정 집을 나선다. 강이의 또 한 번의 최선은 푸른 밤, 벌어진 사건을 계기로 최악을 향해 내달린다. 방민아는 자신의 트라우마와 마주하며 강이를 표현하고, 완성해갔다.

“힘들기 보다는 작업의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니 잊고 있던 것들이 굉장히 많았죠. 신기한 발견이라면 어렸을 때 상처받은 일들은 다 기억이 나더라고요. 물론 좋은 기억들도 있지만요. 영화 ‘파수꾼’을 보면서 놀라웠던 점은 남자와 여자의 감정선 자체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저만의 색안경을 끼고 있더라고요. ‘파수꾼’을 보고 ‘남자들도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왜 여태껏 생각하지 못했지?’라며 놀랐어요. 우리 모두, 남녀불문하고 10대 때 친구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 그때를 기억해보면 저 또한 비슷한 일들이 많았어요. 작고 큰 문제들이었죠. 학교라는 틀 안에서 소위 ‘방귀 좀 낀다’는 친구들 사이에서 밉보이지 않으려면,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라고 집에 가면서 고민한 적도 있었어요. 강이, 소영, 아람이를 보면 강이는 힘이 가장 약한 친구에요. 저 또한 그랬고요. 약한 걸 너무 잘 알아서 강한 친구들에게 잘 보이는 게 살아가는 방법이었죠. 책과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런 묘한 감정들이 새록새록 기억났어요. 그런 것들을 차곡차곡 준비해 갔죠.”

누구나 한 마디로 설명하거나 정의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낀 ‘그 시절’을 지나왔을 터. ‘최선의 삶’은 누구에게나 있는 아프고 그만큼 애틋한 열여덟의 순간을 생생하게 포착해 그 시절을 지나온 혹은 지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용기를 선사한다. 이를 온전히 캐릭터를 통해 보여줘야 했던 방민아는 감정선을 연기하는데 뒤따르는 어려움은 없었을까.

“기존에 하던 연기들과는 다르다고 확실히 느꼈어요. 강이는 아픔을 연기해야 했기에 아팠던 기억들을 다시 꺼내왔어야 했죠. 그래서 실제로 제가 아팠던 기억들을 기억하다 보니 아팠던 것들이 몇 가지 있어요. 실제 촬영할 때는 스스로 예민해져있던 상태였죠. 그렇다고 강이가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에요. 몇 가지 공감이 안 된 건 있었죠. ‘왜 강이가 집을 나갔을까’가 큰 숙제였어요. 언뜻 알 것 같지만 왜 나간 지는 정확히 모른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했어요. ‘최선의 삶’ 촬영 이후 제 시간들을 보내던 중 문득 강이 생각이 났어요. 다시 대본을 펼치기도 했죠. 그때 비로소 강이가 왜 나갔는지에 대해 스스로 정의가 내려졌어요. 그 자리에서 감독님에게 전화해 다시 찍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기도 했어요. 하하. 그러나 모르는 상태에서 연기하는 게 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레이션에 담아냈죠. 강이는 대사보다 내레이션이 많았어요. 내레이션에 생각과 감정을 담아냈죠.”



방민아가 맡은 강이 외에도 소영, 아람 역의 한성민, 심달기의 캐스팅 역시 ‘찰떡’을 자랑한다. 세 사람은 본격적인 촬영 전부터 일부러 함꼐 어울리며 영화 속 ‘강소아’처럼 절친이 됐다고. 자연스러운 호흡은 스크린을 통해 연기로 빛을 발했다.

“저보다 동생들이지만 현장에서는 배우로서 많이 배웠어요. ‘좌(左) 달기, 우(右) 성민’이라고 부를 만큼 달기는 동생이지만 정말 든든했죠. 성민이는 어려웠을 법한데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배우였어요. 성민이도 든든한 친구였죠. 셋이서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환경이 주는 에너지가 있었어요. 학교에서 촬영을 했는데 학교 근처에는 재밌는 게 많잖아요. 문방구 가서 맛있는 거 사먹기도 했죠. 학교 다닐 때 생각이 많이 났어요.”

특히 방민아는 한성민과 함께 동성애를 소화내기도.

“그 장면은 쉽지만은 않았어요. 감독님께서 신경 쓴 부분은 노골적이지 않은 방향성을 갖는 걸 원하셨죠. 조금 더 이 둘의 관계를 드러낼 수 있었겠지만 반투명 천을 대고 보는 듯 한 느낌이 들게 연출하셨어요. 사전에 어떻게 찍을 건지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해주셨어요. 성민아와 저는 그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가서 현장에선 걱정이 없었죠. 저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섬세하게 신경 써주셔서 불편함 없이 촬영했어요.”

‘최선의 삶’은 ‘그때의 나’에게 위로를 준다. 영화의 명대사인 “더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 그게 우리의 최선이었다”처럼 가슴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방민아 역시 이 영화를 통해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그 시절의 상처와 악몽에 따스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서툴 때가 있었고 결정과 선택에 후회가 있잖아요. ‘나도 그랬는데’라는 공감으로 영화를 시작했어요. 저와 같은 후회 속에 살고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저와 같은 위로를 받지 않을까 생각해요. ‘최선의 삶’은 저에게 무언가를 배웠다는 표현보다는 접목이 되는 것 같아요. 비슷한 상황이나 생각을 하게 될 때 자연스럽게 그때를 떠올리는 거죠. 강이 또한 그전의 인물들과 달리 다른 지점을 고민해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다른 의미로 잔향이 남는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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