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판사' 김재경 "바닥을 치더라도 끝까지 고민했어요"[인터뷰]
- 입력 2021. 08.27. 10: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원래 잘 포기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바닥을 치더라도 끝까지 고민해보자'라는 목표를 갖고 임했어요. 다행히 주변에서 고민 상담을 해 준 좋은 분들이 많았어요. 그 고민 자체가 즐거운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김재경
김재경은 최근 셀럽미디어와 진행된 화상인터뷰에서 tvN 토일드라마 '악마판사'(극본 문유석, 연출 최정규)를 통해 이룬 목표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지난 22일 막을 내린 '악마판사'는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를 통해 정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드라마. 극 중 김재경은 시범 재판부 소속 오진주 판사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재경이 연기한 오진주는 화려한 외모, 친근한 미소가 미디어 재판에 딱 맞는 '카메라가 사랑하는 판사'다.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며 편견을 갖지만, 실은 시골에서 농사일 도우며 자랐고 서울 변두리 원룸에서 낯선 이의 발걸음 소리를 두려워하며 살던 흙수저다.
판사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는 김재경은 "오디션 준비 과정 때부터 주변에 아는 판사가 없는지 수소문했다. 운 좋게도 현직 판사 두 분을 만나게 됐다. 경력이 많으신 판사님과 제 나이 또래 판사님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판사란 어떤 직업인지, 어떻게 해야 판사가 될 수 있는지부터,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등 상세히 물었다.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판사 역할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던 과정에 대해 털어놨다.
오진주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커리어우먼. 연예계에 소문난 '열정 만수르' 실제 김재경과도 닮은 부분이 많다.
"저 역시 (아이돌 생활을 했기 대문에) 단체 생활을 오래 했다.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 나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못났다는 것을 빠르게 배웠다. 그런 면에서 오진주와 비슷하지 않나 생각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진주는 시범 재판부에서 소외됐을 때 '내가 못 미더운가?', '능력이 모자란가?'라고 생각한다. 만약 실제 저였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부장판사한테 가서 일을 달라고, 껴달라고 했을 것 같다(웃음)"
오진주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건 김재경 특유의 밝은 에너지가 적절하게 잘 녹아들었기 때문. 다크한 극의 분위기 속에서 자칫하면 밸런스가 맞지 않을 수 있는 텐션을 가진 캐릭터였던 만큼 김재경도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작품 자체가 다크하고 시리어스한 느낌이 강하지 않냐. 그런데 진주는 굉장히 밝다.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묻어날까에 가장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연기에 대한 갈증도 더 생겼다. 계속 비슷한 캐릭터를 해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더 새로운 캐릭터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더 생겼다."
오진주는 시범 재판부라는 큰 무대에서 온 국민의 사랑받는 스타가 된다. 갑자기 크게 주목받으면서 사람들의 시선에 중독되고 점점 야망도 커진다. 그 과정에서 잡지 말아야 할 사회적 책임 재단 상임이사 정선아(김민정)와도 손을 잡게 된다. 하지만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 그리고 고쳐나가려고 노력한다. 김재경은 그런 오진주의 복잡한 내면을 디테일한 연기로 풀어냈다.
"처음 대본으로 진주가 그런 반전이 있다는 것을 보고 진주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아마 진주가 나쁜 뜻으로 선아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주는 판사로서 잘 되고 싶어 하고,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친구다. 무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에 신이 났을 거다. 어쨌든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 사과하는 진주의 태도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고 진주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많은 신을 함께하진 않았지만 배우 김민정과의 작업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김재경은 "김민정 선배님과 촬영하면서 굉장히 심쿵하는 신들이 있었다. 정선아의 카리스마에 오진주가 심쿵하는 장면이다. 오진주의 그런 모습이 화면에 잘 잡히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잘 담겼더라. 선배님이 베테랑이셔서 그런 것들을 잘 아시더라. 리허설 때 다양하게 해 보고, 서로 잘 맞는 케미를 찾아갔다. 그때 그 느낌들이 너무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선배님이 연기하셨던 강렬한 악역도 도전해보고 싶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색다른 선아를 연기하시더라. 신기했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선배님처럼 뻔하지 않은 악역을 만들어 가보고 싶다."
'악마 판사'만의 관전 포인트는 디스토피아라는 세계를 다룬다는 점. '미스 함무라비'를 집필한 판사 출신 문유석 작가의 대본을 처음 봤을 때 김재경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그는 "현실과 비현실을 오고 가는 글이라서 더 재밌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이었다. 비현실적일 수도 있지만, 이 세계관을 받아들인 후 글을 읽으니까 '그럴 수도 있어'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너무 궁금했고 재밌었다. 순식간에 대본에 빨려 들어갔다. 작가님이 판사 출신이다 보니까 마냥 허구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캐스팅된 후에는 작가님과 직접 이야기도 많이 했다. 헷갈리거나 고민이 될 때 연락을 하면 언제든지 친절히 답변해주셨다. 진주가 혼자 따로 놀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도 현실에서 봤던 저의 모습이 진주에게 드러난다면 더 멋있게 보일 것 같다면서 힘을 주시더라. 정말 감사했다. 그래서 꼭 오진주 역을 잘 해내고 싶었다."
2009년 걸그룹 레인보우로 연예계에 발을 내디딘 김재경은 올해로 데뷔 12년 차가 됐다. 배우로서 대중과 만난 지도 어느덧 9년이 흘렀다. 그는 여전히 연기하는 매 순간이 즐겁다고 했다.
"연기가 너무 재밌다. 매 순간이 챌린지 같았다. 정말 재밌었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지 않냐.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들이 너무 즐겁다. 그 재미로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다. 지금도 상상한다. 백발 할머니가 됐는데 그때도 재밌어서 일을 한다면 정말 행복한 삶이겠다(웃음). 지난 10년 동안 열심히 살아왔으니까 이런 멋진 작품도 만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멋지게 살아간다면 또 이렇게 멋진 작품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나무엑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