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있지만' 양혜지가 지치지 않는 이유 [인터뷰]
- 입력 2021. 08.30. 12:49:58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양혜지가 연기를 향한 무한한 열정을 드러냈다.
양혜지
지난 21일 종영한 JTBC 토요드라마 ‘알고있지만,’(극본 정원, 연출 김가람)은 사랑은 못 믿어도 연애는 하고 싶은 여자 유나비와 연애는 성가셔도 썸은 타고 싶은 남자 박재언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극 중 양혜지는 조소과 3학년 오빛나로 분했다. 남다른 눈치와 촉으로 교내 온갖 가십거리를 꿰뚫고 있으며 본능에 충실, 자유로운 만남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가십과 비밀은 좋아하지만 정작 가십의 주인공이 되는 건 싫어하는 오빛나에게 학교 내 연애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남규현(김민귀)을 통해 그동안 지켜온 철칙을 과감히 버리고 진정한 사랑을 되찾았다.
양혜지는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성장통을 겪는 청춘의 모습을 완벽 소화했다. 사랑 하나로 웃기도, 울기도 하는 20대의 불완전한 연애담을 온전히 담아내 공감대를 형성했다. ‘알고있지만,’ 종영을 앞둔 시점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양혜지는 드라마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드라마 촬영이 끝난 지 한 달 정도 지나서 시청자 입장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끝난다니까 아쉽고 시원 섭섭보다 섭섭에 가깝다.”
동명의 인기 웹툰 원작인 ‘알고있지만’의 팬이었다는 양혜지는 오디션을 통해 오빛나 역을 거머쥐었다. 양혜지 또한 대학교 재학 당시 즐겨본 웹툰인 만큼 누구보다 욕심이 났다고. 양혜지는 극 후반으로 갈수록 웹툰과는 다르게 흘러간 이야기에서도 묘한 매력을 느꼈다. 물론 원작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지만 행복감이 더 컸기에 부담감은 이겨낼 수 있었다는 양혜지다.
“웹툰이랑 드라마 초반에는 대사나 상황이 비슷하게 흘러가다가 뒷부분으로 갈수록 저희가 모르는 부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웹툰 원작에 있는 캐릭터들을 데리고 와서 대본에만 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지니까 재밌었다. 저도 원작 팬 중 하나여서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스스로 들었다. 빛나를 잘 못 보여주면 저에게도 실망할 것 같아서 저와 빛나를 잘 표현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팬으로서 이겨내려고 했다.”
유나비(한소희), 박재언(송강), 양도혁(채종협) 못지 않게 오빛나도 원작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성격부터 연애 스타일까지 실제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빛나였지만, 그래서 오히려 양혜지는 연기하면서 희열을 느꼈다.
“저도 사람들이랑 있는 시간을 즐겨한다.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고 같이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데 빛나는 만약에 누가 누구랑 사귀는 거 같다 싶으면 꼭 ‘너희 사귀지?’ 물어보는 타입이다. 반면 저는 둘이 먼저 얘기 안 하면 얘기할 때까지 기다리는 쪽이다.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물어볼 수 있는 빛나를 연기하면 약간의 희열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자유연애는 이해가 안 가긴 했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 신중하게 만나는 편이라 이 사람이랑 만날 확신이 들어야 연애를 한다. 연애가 인생에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아서 그런 부분에서 빛나랑 조금 달랐다.”
‘알고있지만,’에서 오빛나는 원작에서 보다 존재감이 돋보였다. 단지 일부 장면과 대사를 통해 언급됐던 웹툰과 달리 드라마에선 오빛나의 러브라인이 추가, 감정선이 도드라지면서 극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캐릭터의 서사가 한층 깊어진 만큼 양혜지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며 완성도 높은 캐릭터로 재해석했다.
“빛나가 초반에 웹툰에서도 쎄한 느낌으로 등장해서 눈에 띄는 화려한 외적인 모습을 가져가고 싶었다. 또 규현이랑 러브라인이 생기면서 빛나가 평소에 당차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자기만 신경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랑에선 다른 부분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귀여워 보이기 위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행동도 규현이랑 있을 때 다르게 하려는 변화를 주려고 했다. 빛나는 웹툰에서 이야기를 할 때 제스처를 많이 썼다. 일차원적으로 남은 그림이지만 생명을 불어넣었을 때 어떨까 해서 제스처를 해보기도 했다. 반대로 차별점은 빛나가 흑화되는 쎄한 느낌이 있는 캐릭터라 언제 빛나가 그런 모습을 보여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그 부분을 이해가 가게끔 접근하려고 했다.”
‘알고있지만,’은 유나비, 박재언을 비롯해 양도혁, 남규현, 윤솔(이호정), 서지완(윤서아) 등 감정을 통해 성장하는 각양각색의 모습들을 담았다. 이 가운데 오빛나 또한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마주하고 마침내 사랑을 쟁취, 성장했다. 남규현을 향한 마음을 부정했다가 후회하고 인정하는 오빛나의 성장사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에 양혜지는 오빛나의 시선에서 바라본 연애관을 언급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빛나가 가벼운 연애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직까지 깊은, 오래된 연애를 해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 필요성을 못 느낀 건 항상 옆에 규현이가 있었으니까. 데이트 메이트처럼 항상 옆에 있어서 연애의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한번 실수 이후 규현이가 친구로 못 지내고 저를 피하는 걸 볼 때 내게 중요한 사람이고 필요한 사람임을 깨달아서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했을 거다. 실제 빛나가 이룬 성장도 조금 자기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부분도 한번 도전하는 마음이 생긴 게 아닐까.”
캠퍼스 로맨스물인 ‘알고있지만,’은 출연 배우들의 연령대도 공교롭게 또래들이었다. 덕분에 빠르게 친해진 극 중 조소과 동기들은 격없는 찐친 시너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양혜지, 한소희, 이호정, 윤서아에 ‘조소과 F4(Flower 4)’라는 애칭을 붙여주기도.
“감사하게도 F4로 불러주셔서 톡방이 있는데 매일 이야기를 한다. 이제는 ‘알고있지만’이 아니더라도 또래 친구들이라 관계가 유지되는 것 같아서 고맙다. 그런 친구들을 만나서. 한소희 배우는 연기할 때 서로 믿는 구석이 있었다. 믿어주는 구석이 있어서 어떤 식으로 하든 나비는 받아줄 수 있다고 해서 연기할 때 믿을 수 있었고 서로 하고 싶은대로 했던 것 같다.”
2016년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 시즌2’를 시작으로, ‘전지적 짝사랑 시점 시즌3, 특별판’, ‘드라마 스테이지-직립 보행의 역사’, ‘부잣집 아들’, ‘연애미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라이브온’ 등 쉼없이 달려온 양혜지는 어느덧 데뷔 5년 차 배우다. 그를 끊임없이 카메라 앞에 서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양혜지는 주저없이 팬들의 사랑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그는 연기를 향한 강한 열정도 드러냈다.
“원동력은 저희 팬분들이다. 팬분들은 사실 제가 조그만 걸 해도 행복하다고 표현해주셔서 말이 안 될 정도로 고맙다. 일방적인 사랑을 주시고 그에 보답하는 길은 좋은 작품으로 꾸준하게 많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권태는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선택받았고 제가 하는 일은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 저는 어떤 인물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배우로서 연기가 직업이라. 그게 너무 행복하고 재밌어야 한다. 아직 단 한 번도 지쳐본 적 없고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연기에 대한 고민과 갈증은 끝이 없지만 배우로서의 삶과 평범한 일상은 철저히 분리한다는 양혜지. 배우로서 평정심을 유지하면서도, 20대로서 양혜지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일찍이 찾은 그의 또 다른 삶의 방식이다.
“배우로서 장점이라 하지만 인간 양혜지와 배우 양혜지 구분이 잘 되어있는 편이다. 일을 하면서 많이 스트레스를 받아도 인간 양헤지에게 침범을 못하게 한다. 연기가 안 풀리면 당연히 인간 양혜지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이걸 침범하면 무너질 수도 있어서 인간 양혜지와 배우 양혜지 경계를 강하게 두는 편이다. 이러다 보니까 큰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있는 거 같다. 이런 점이 오래 오래 연기를 할 수 있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
2021년에도 코로나 장기화로 드라마 촬영장에서도 인기와 재미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무사히 방영을 마친 ‘알고있지만,’은 양혜지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사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나중에 몇 년 뒤 드라마를 보면 많은 분들이 ‘저 때 코로나 심했는데 이거 보고 있었지?’ 같은 상황으로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드라마에서 보여주고자 한 건 스물, 스물한 살 대학 입학하고 엠티나 그런 걸 못하고 있는 지금 드라마를 통해서 조금 더 현실감 있게 보여주면서 희망을 주고 싶었다. 내게는 빨간색 머리를 했던 작품으로. 모든 작품들이 소중하지만 오빛나를 만나게 해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양혜지는 앞으로도 변신을 거듭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전망이다. 연기의 모든 과정이 재미있다는 양혜지가 써 내려갈 다음 성장사에 기대가 모아진다.
“연기는 연기를 할 때도 준비할 때도 재밌고 작품을 만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재밌다. 빛나도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들이랑 다른 부분이 있었듯이 새로운 캐릭터에 임하니까 재밌더라. 문 하나를 여는 느낌인데 아직 무궁무진한 문들이 닫혀있어서 다양한 문을 열고 싶고 장르에 국한되고 싶지 않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 배우로서 연기를 잘하고 싶고 인간 양혜지로서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싶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어썸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