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방관자가 아니었나" 'D.P.' 한준희 감독이 던지는 질문 [인터뷰]
- 입력 2021. 09.03. 08:00:00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한준희 감독이 누구나 관심 있을 군대 이야기, 하지만 아직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탈영병과 그들이 각자 품고 있던 이야기를 선보였다. 그는 신선한 소재와 새로운 시도를 통해 깊은 여운과 '과연 나는 방관자가 아니었나'라는 작지만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한준희 감독
김보통 작가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 'D.P.'('디피')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체포조(D.P.)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김보통 작가와 한준희 감독은 원작의 많은 에피소드와 탈영병들, 그리고 그들을 만난 뒤 변해가는 군무 이탈 체포조 준호와 호열의 변화를 6부작으로 재조합했다. 특히 탈영병이 군 낙오자이기 전에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 연인이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깊이 바라보며 공감대를 쌓아 올렸다. 그 결과 'D.P.'는 공개 나흘만에 국내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는 물론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전역에서 스트리밍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군대 이야기이지만 군대가 사회 축소판이기도 하고 사회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람들의 관계, 감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들을 봤을 때 '나는 어땠을까' '나는 어떠한가' '나는 누구에게 어떤 사람이었는가' 생각들을 무의식중에 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든 겪어봤던 감정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공감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이 조직에 들어가서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 그 모습들을 본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어도 여러 가지 공감대를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디피'는 실제로 군무 이탈 체포조로 복무했던 김보통 작가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1000만 뷰를 기록한 인기 웹툰을 원작을 토대로 서사가 그려져 큰 호응을 받았다. 한준희 감독은 원작의 시니컬함과 유머러스한 부분을 유지하면서 공감을 가져가려고 했다.
"작가님이 가지고 있는 시니컬과 유머러스한 부분 유지하면서 보편적인 감정을 가지고 공감을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가님은 조언보다는 내가 연출을 하고자 하는 부분에 있어서 많은 것들을 감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끔 지지해 주셨다"
군필자들에게도 낯선 D.P.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탈영병의 이야기, 다소 예민할 수 있는 소재를 극화하는 데 있어서 고민도 깊었을 터. 한준희 감독은 전체적인 밸런스를 지키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묘사들에 있어서 너무 지나치면 이야기를 보면서 불편할 수 있고 필요한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런 밸런스를 맞추고자 했다. 묘사들을 스킵하면 작품이 지향하는 바와 다를 수 있으니 밸런스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부족함에 대해선 좀 더 노력하고 앞으로 만들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D.P.'는 원작과 달리 주인공 안준호에 변화를 줬다. 웹툰에서 상병으로 능숙하게 D.P.를 이끌었던 안준호는 시리즈에서 막 입대한 이등병으로 등장, 군 생활에 적응도 하지 못한 채 낯선 보직인 D.P.에 차출되어 여러 임무를 거치며 다양한 이야기와 감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
"원작은 안준호가 완성형에 가깝다면 우리 작품에선 안준호가 입대해서 훈련을 받고 자대 배치를 거쳐서 그 과정을 보시는 분들이 같이 따라갈 수 있게 그려냈다. 그러기 위해 이병으로 설정했다. 안준호의 완벽한 지점들이 필요했다"
앞서 한준희 감독은 제작발표회 당시 이런 안준호 역할로 배우 정해인을 염두에 뒀다고 말한 바 있다. 멜로, 로맨스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한 정해인을 한준호 역할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준희 감독은 부드러운 이미지 속 단단한 모습들을 뽑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해인이 멜로, 로맨스 이미지도 강하지만 그 모습 사이사이 비치는 우직함, 단단함, 융통성이 없어 보이는 뉘앙스들이 재밌더라. 그런 것들을 가지고 올 수 있으면 약간 다른 종류의 결들을 뽑아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해인이 안 나오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본인이 보여야 될 때, 누군가를 받쳐줘야 할 때 항상 전력으로 연기한다. 배우로서 애티튜드들이 정말 훌륭하고 감사했다"
또한 한호열 상병과 임지섭 대위 캐릭터를 새롭게 등장시키며 신선함과 풍성함을 더했다. 이들은 기존에 존재하던 안준호, 박범구와 대비되는 캐릭터로 서로 균형을 이루며 극적인 재미를 배가시켰다. "한준호가 이등병 설정이 되면서 원작에 있던 준호를 위해 버디가 되는 선임이 필요했다. 텐션에서 있어서도 정 반대에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작가님 또한 동의해주셔서 그 인물을 같이 재밌게 만들었다"
실제 군인 같은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신인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특히 극 중 병장 황장수 역을 연기한 신승호는 미필임에도 리얼한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한준희 감독 역시 이런 신승호 연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인배우들의 장점은 각인된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 배우가 나왔을 때 어떤 연기를 펼치겠구나가 아니라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모르는 재미가 있다. 처음 보는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게 즐겁다. 황장수는 마지막까지 오디션을 봤던 역할이다. 신승호는 너무 훌륭한 배우인데 신인배우이다 보니까 찾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첫 신이 선배들에게 가혹행위를 하는 장면이었다. 평소 순둥이처럼 착한 친군데 촬영 때 깜짝 놀라면서 잘 해낼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이처럼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스토리가 더해진 'D.P.'는 극사실주의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반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했다는 평도 있었다. 이에 한준희 감독은 마지막까지 수위 조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 고민이 마지막까지 많이 있었다. 어디까지 표현을 하는 게 맞는가,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 지금의 표현한 지점들이 부족하다는 분들도 계실 거고 과하다, 혹은 센 거 아닌가 불편한 반응도 있을 것이다. 양측 말 모두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밸런스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했던 분들이 있다면 더 고민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분명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던 한준희 감독은 이 작품이 우리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일 수 있음을, 그리고 함께 관심을 가지고 풀어나가고 싶은 희망을 전했다.
"군대 이야기지만 사회 축소판이 군대라고 생각하고 '나는 누군가를 방관한 적이 없었나' 생각했었다. 엄청 거창하진 않지만 이 시대에 있어서 그런 질문들을 개개인이 해보는 것도 필요한 가치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작지만 질문하고자 하는 것들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