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적'을 만드는 따뜻한 사람들 [씨네리뷰]
- 입력 2021. 09.15. 07:00:0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오갈 수 있는 기찻길은 있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년이 있다. 누군가는 이룰 수 없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불가능하니 포기하라고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어도 기적을 믿는 이가 있다. 마침내 기적을 이뤄낸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 속 준경의 이야기다.
'기적'
수십 통의 편지를 보낸 준경(박정민)은 이제껏 한 번도 답장을 받지 못했지만 늘 그래왔듯이 청와대에 54번째 편지를 부친다. 준경의 목표는 단 하나, 마을에 기차역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준경의 범상치 않은 재능을 먼저 알아본 라희(임윤아)는 그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선다. 점차 라희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준경은 꿈에도 한 걸음 가까워진다.
학교에선 라희가 준경을 응원했다면 집에선 늘 곁에서 준경을 바라봐주는 누나 보경(이수경)이 있다. 준경에게 누나는 집과 같은 따스한 안식처 같은 존재다. 표현에 서툰 아버지를 대신해 보경은 준경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푼다. 원칙주의 기관사이자 준경의 아버지 태윤(이성민)은 기차역에 집착하는 준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못내 씁쓸한 마음을 삼킨다.
그러던 어느 날, 현실의 벽에 부딪혀도 포기하지 않은 준경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기회가 찾아온다. 이제 마을에서도 기적 소리가 널리 울려 퍼지듯 준경이의 인생에도 새로운 기적이 일어난다.
‘기적’은 1988년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창작된 영화다. 누구보다 마을에 간이역 짓는데 진심인 준경을 통해 영화는 꿈이 이뤄낸 기적, 기적 같은 꿈을 말한다.
준경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기적의 힘을 믿고 몸소 실천한다. 그런 준경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무언가에 이렇게까지 가슴 뜨겁도록 진심을 다한 적이 있었나’라고 스스로 되물으며 다시금 마음 속 불꽃을 일으킨다.
80년대 감성이 담긴 ‘기적’은 그 시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짙은 향수를 전한다. 아날로그 감성의 카세트 테이프, 오락기, 우체통부터 시골 마을의 정감 가는 풍경까지 지금은 볼 수 없는 당시의 정취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아련한 그 시절 추억의 향이 코끝을 스친다.
감동과 웃음 두 가지를 다 잡은 ‘기적’은 추석 맞춤형 가족 영화로 입소문을 탈 것으로 보인다. 어느 하나 눈살 찌푸리고 속 태우는 장면이 없다. 무해한 인물들의 순수한 이야기들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준경과 라희, 준경과 보경, 준경과 태윤의 케미스트리는 동시에 감동과 웃음을 만들어낸다.
영화 속 적재적소에 웃음 포인트를 선사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지만 극 후반부에서 하나둘씩 풀리는 반전으로 눈물이 쏙 빼놓기도 한다. ‘기적’을 보고 난 후 ‘기적’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다.
‘가족’은 오늘(15일) 개봉된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은 117분.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