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거리' 이완 "성공, 지금 그 과정에 있어요" [인터뷰]
입력 2021. 09.15. 12:09:26

이완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이완이 40대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꿈을 밝혔다.

'영화의 거리'(감독 김민근)는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와 감독으로 부산에서 다시 만난 헤어진 연인 선화(한선화 분)와 도영(이완 분)의 끝났는데 끝난 것 같지 않은 쎄한 럽케이션 밀당 로맨스를 그린 작품. 이완은 극 중 꿈을 이루기 위해 여자친구 선화를 떠나 상경했다가 영화감독이 돼서 부산에 돌아온 도영으로 분했다.

“대본을 읽을 때 ‘이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까. 몰입할 수 있을까. 캐릭터와 비슷한 점이 있는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데 사투리를 쓰는 도영이를 통해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았어요. 큰 화면에서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고. 도영이 특유의 순수한 모습과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모습들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죠. 시나리오를 읽을 때 선화 씨는 선화로, 도영은 나라는 느낌이 머릿속에 잘 그려졌어요.”

이완은 ‘영화의 거리’로 6년 만의 스크린에 복귀했다.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나는 이완은 설렘과 동시에 떨리는 기분을 드러냈다.

“설렘과 부담감 다 있어요. 저는 6년이란 시간을 생각하지 못하고 체감상 오랜만에 작품했다는 정도인데. 숫자로 보니 굉장히 오래됐구나 싶어요. 물론 기대감도 커요. 영화를 보신 분들에게 ‘영화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이완 연기도 괜찮고 한선화랑 잘 어울린다는 말. 영화 속 도영과 선화를 만나고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부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도영과 선화는 부산 사투리가 배어있는 말투로 대화를 나눈다. 앞서 김민근 감독 또한 시나리오 작업 단계부터 경상도 사투리를 쓸 수 있는 배우들을 염두하고 캐스팅했다고 밝힌 바. 울산이 고향인 이완과 부산 출신 한선화는 실제로 사투리를 꾸밈없이 구사할 수 있었기에 부산 사투리 말투가 배어있는 도영과 선화에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저는 고1 때까지 사투리를 쓰고 그 이후로 서울말을 쓰려고 노력했는데 이젠 표준어로 말한 시간이 더 많아요. 어머니와 대화할 땐 섞어서 쓰기도 하는데 연기할 때는 부담스럽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상대 배우였던 선화 씨가 부산 출신이라 부산 사투리를 유창하게 잘했어요. 자연스럽게 잘해서 저도 편하게 잘 나왔던 것 같아요. 대본 처음 읽었을 때 역할 이름이 선화이기도 해서 읽는 동안 한선화 씨가 생각났고 너무 잘 맞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해요”

일로 재회하게 된 선화와 도영은 불편한 사이다. 선화에게 도영은 다신 마주치지 않고 싶은 무책임한 전남친일 뿐이다. 서로 속 시원하게 풀지 못하고 어딘가 개운치 않은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다시 만난 선화와 도영을 통해 헤어진 연인의 어색한 기류를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이완은 선화와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아련한 눈빛으로 보내다가도 자신에게 선을 긋는 선화에 복잡미묘한 마음을 갖게 되는 도영의 감정선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헤어지고 난 이후 현실적인 커플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표정이라든가. 연애 시절과 헤어지고 난 후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런 부분이 잘 표현된 것 같아 만족해요. 극 중 도영이 영화감독이지만 직업에 대한 표현에 신경을 썼다기보다 도영이란 인물의 캐릭터에 대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도영과 선화가 헤어진 연인이 된 이유에는 도영의 선택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행을 택한 도영은 부산에서 선화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해야 했다. 매몰차게 떠났던 도영이지만 부산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선화를 찾는다. 그런 도영에게 선화는 흔들리지 않으려 애쓴다. 실제로 도영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이완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대부분 남자들이라면 사랑보단 성공이라고 할 것 같아요. 성공을 해야 다시 사랑하는 여자를 지킬 수 있으니까. 영화 속 도영이도 아마 그런 마음으로 서울을 간 게 아니었을까 해요. 대신 그런 표현 방법이 서툴렀던 거죠. 확신이나 여지없이 갔다가 돌아와서 선화가 마음의 문을 닫은 건데. 저라면 상대에게 확신을 주고 나서 성공을 향해 달려갈 것 같아요.”

선화와 도영은 영화를 향한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고 응원하면서도 결국 꿈 때문에 이별하게 된다. ‘영화의 거리’에서 20대의 도영은 꿈이 전부였다면 20대 이완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대학 전공과는 무관한 연기 활동을 하게 된 이완은 꿈을 꿀 새도 없이 지나왔던 지난 20대를 언급했다.

“20살 때부터 연기를 하게 됐고 제 20대 전부를 바친 게 연기인데 정말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하고 나면 뿌듯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두렵고 어려우면서도 해나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좀 더 잘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사실 저는 ‘꿈’이란 것을 생각하기 전에 갑작스럽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19살에 꿈은 ‘목표하는 대학을 가고 싶다’였는데 대학을 가고 연기라는 걸 하게 돼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했던 것 보다 그 상황에 맞춰서 정신없이 살아왔던 것 같아요.”

도영에게 성공의 기준은 서울에서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었다. 그 꿈을 이룬 뒤 부산으로 돌아온 도영이지만 선화와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왠지 모를 공허함을 느낀다. 성공의 척도는 천차만별인 가운데 이완은 성공을 판가름하기보다 성공을 향해가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성공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텐데 저는 평생 죽을 때까지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자고 싶을 때 자고 건강하게 사는 게 인생의 목표이자 행복이라 생각해요. 어쩌면 지금 그 성공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건강하게 서로에게 기쁨만 주면서 사는 것. 그래서 저는 가족들 사이에서도 평화주의로 통해요.(웃음)”

‘영화의 거리’에서 선화와 도영은 다시 만난 헤어진 연인이었지만 서로에 대한 응어리는 남아있다. 그렇다고 그런 감정을 명쾌하게 풀지는 않는다. 그때의 그 감정은 그 장소에 남겨둔 채 현실에 집중한다. 선화와 도영을 통해 영화는 시작하기도 끝내기도 어려운 인간관계를 그리며 공감을 선사한다. 늘 관계 속에 놓인 사회에서 이완은 인연에 대한 자신만의 철칙을 따르며 살아간다.

“제 성격은 한번 헤어진 연인은 끝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떤 사람을 대할 때 항상 최선을 다하는 편이에요. 그래야 후회도 없기 때문에 끝이 났다면 끝이라 생해요. 어떤 인간관계서든. 사람과의 관계가 모든 일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잖아요. 그 끝에서 제가 후회를 하지 않는 건 그 과정에 진실되게 최선을 다했을 때라고 봐요.”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도 북적거리던 영화관의 풍경은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에게 이완은 ‘영화의 거리’가 잔잔한 감동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랐다.

“저만 해도 극장에 안 간지 굉장히 오래됐는데 어떤 성적 부분보다 제 바람은 영화 찍을 때도 그렇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도영과 선화에 같이 몰입하고 공감했으면 좋겠어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빠져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셨으면 해요. 잔잔하지만 마음속 깊은 마음을 울리는 영화들이 있잖아요. 이 영화도 그랬으면 좋겠고 잔잔하지만 보고 나선 어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으셨으면 해요.”

어느덧 40대를 바라보게 된 이완은 앞으로의 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소박하지만 차근차근 이루고 싶은 것이 많은 이완이다.

“40대라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마음만큼은 30대 초반같은데 2, 30대는 진짜 연기만 했고 30대에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연기도 하고 사람들도 챙겼던 것 같아요. 40대 때는 연기도 열심히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도 잘 챙길 수 있는 40대가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꿈도 ‘연기를 잘하고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과도 잘 지내자’에요.”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씨네소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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