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거리', 장소에 감정이 남아있다는 건 [씨네리뷰]
입력 2021. 09.16. 07:00:00

영화 '영화의 거리'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시간이 지나면 장소는 변하더라도 장소에 남겨진 감정은 그대로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난다고 해서 옛 감정이 되살아날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장소에서 묻은 아련한 감정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부산에서 일로 다시 만난 헤어진 연인 선화(한선화)와 도영(이완). 영화감독이 돼서 차기작을 준비하러 부산으로 돌아온 도영은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가 된 선화와 재회한다.

뜻하지 않게 도영의 영화를 의뢰받은 선화는 불편함을 억누른 채 일에 집중하지만 도영과 추억이 담긴 장소를 가면서 복잡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무덤덤한 태도로 일관하던 도영은 선화가 찾은 로케이션 장소를 함께 다니면서 점점 선화가 신경 쓰인다.

선화와 도영은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일에 집중하려고 하지만 부산의 거리 곳곳에 남은 사랑의 기억이 두 사람 곁에 맴돌며 로맨스 감정이 다시금 피어오른다.

헤어진 연인이 재회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누군가는 분노할 수도, 슬퍼할 수도, 원망할 수도, 웃을 수도 있다. 한때 사랑했던 상대였기에 어느 감정이든 남아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적으로 만난다면 어떤 이유로 헤어졌든 간에 사적인 감정은 숨겨야 한다.

‘영화의 거리’는 감정을 숨긴 채 만나게 된 헤어진 연인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선화의 직업을 통해 도영과 추억이 담긴 장소들을 다니면서 자연스레 옛감정이 되살아나는 남녀의 심리를 세밀하게 녹여냈다. 사랑하는 이의 꿈을 막을 수 없었던 선화와 꿈을 지키고 싶었던 도영은 목표도 가치관도 달랐다. 그런 두 사람이 함께 일하면서 점차 같은 곳을 바라보며 변화하는 모습은 보는이들로 하여금 잠들어있던 연애 세포를 깨워준다.

한선화와 이완의 만남도 신선하다. 한선화는 첫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성숙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부산 출신답게 구수한 사투리를 능숙하게 구사하면서도 한번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선화의 감정선을 담백하게 소화해냈다.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완은 일에만 집중하자고 말하면서도 과거 선화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옛 감정에 빠져든 도영 역으로 완벽 변신했다. 꿈과 사랑 사이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청춘의 모습부터 선화에게 만큼은 진심으로 대하려는 도영을 자유롭게 표현해내며 여운을 남겼다.

여기에 부산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이 진행된 ‘영화의 거리’에서는 특별한 볼거리와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선화가 섭외한 다양한 부산의 명소 금련산 천문대, 광안대교, 송도해상케이블카, 부산현대미술관, 용소웰빙공원 등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부산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다만 선화와 도영의 관계 진전을 위한 강력한 한 방이 없는 다소 심심한 전개가 아쉽다. 헤어진 연인 간의 긴장감이나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드는 요소가 없다. 어딘가 식상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본 뻔한 소재로 다가온다.

‘영화의 거리’는 오늘(16일) 개봉됐다. 러닝타임은 77분. 12세 이상 관람가.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씨네소파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