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업' 모지혜 작가가 밝힌 #발기부전 #윤시윤 #안희연 #시즌2[인터뷰]
입력 2021. 09.24. 14:25:33

유미업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많은 분들이 위로 받으셨다고 해주셨지만, 사실 제일 큰 위로와 격려는 제가 받은 것 같다. 제 30점 짜리 인생에 있는 행복 중 하나는 '유미업'을 진심으로 좋아해주신 시청자 분들일거다. 부족한 작품을 애정으로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웨이브 첫 단독 오리지널 '유 레이즈 미 업'(이하 '유미업')을 집필한 모지혜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유미업'은 고개 숙인 30대 용식(윤시윤)이 첫사랑 루다(안희연)를 비뇨기과 주치의로 재회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인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섹시 발랄 코미디. 주간 웨이브 신규 유입 콘텐츠 1위, 주간 드라마 차트 상위권 랭크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남기며, 이후 웨이브의 오리지널에 대한 기대도 함께 높이고 있다.

최근 모지혜 작가는 셀럽미디어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유미업'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다음은 모지혜 작가와의 일문일답.



◆ '유미업'의 이야기를 그리게 된 배경은

- 5년 전, 당시 계약되어 있던 SBS로부터 70분물 4부작짜리 드라마를 써달란 오퍼를 받았다. 짧은 형식의 드라마기에 기존 미니시리즈에서 다루지 않았던 발칙한 소재를 시도해보고 싶었고, 이야기 또한 그 당시 20대였던 제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마도 저를 비롯한 또래 청춘들의 자존감이 눈에 보였던 것 같다. 20대 후반~30대초반의 시기는, 취업 관문을 뚫고 인생의 안정궤도에 어느 정도 들어선 이들과 아직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이들이 서서히 나눠지는 때다. 취업을 못하면 못했으니까,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취업과정에서 이미 자존감이 낮아질 수 밖에 없었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 다소 다루기 까다로운 '발기 부전'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선택하셨다. 망설여지진 않으셨나

- 흔히들 발기부전을 설명하거나 관련 약을 광고할 때 '고개 숙인 남자' 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고개 숙인' 이라는 문구에서 고개 숙인 청춘들이 떠올랐다. 발기라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태어나는 가장 기본적인 신체능력인데, 발기부전은 후천적 요인으로 그 기본이 사라져버리는 거 아니냐. 청춘들의 자존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당연히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 이 여러가지 후천적, 사회적 이유로 거세 당하고 만 우리들의 모습을 '발기부전' 에 상징하여 표현하고자 한 거다. 그런 의도였기에 이 소재를 선택한 당시에는 큰 망설임이 없었다. 전혀 섹슈얼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니까. 다만 소재의 선정성에 대한 우려로 첫 제작이 엎어졌을 때, 그때서야 이 소재가 일부 사람들에겐 그렇게 비춰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었다.

◆ '유미업'을 집필하시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 무조건 '재미'였다. 주제의식이든, 시의성의든 일단 시청자들이 재밌게 봐주셔야 그 모든 것이 전달 될 수 있는 거니까,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던 것 같다.

◆ 도용식(윤시윤), 이루다(하니), 도지혁(박기웅), 꽃보살(김설진)등 주요 캐릭터들은 어떻게 설정하셨는 지 궁금하다

- 욕심만큼은 모든 등장인물들을 기능적으로 쓰고 싶지 않았고, 이미 완성형의 캐릭터도 쓰고 싶지 않았다. 완벽한 사람이란 애초에 없으니까. 웬만하면 작은 폭이라 할지라도 모든 캐릭터에게 성장할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해주려고 애썼다. 그래서 루다에게는 '속물스러움이 싫지만 또 그 속물스러움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는' 핸디캡을 줬고, 지혁이에게도 '평생 특권의식을 벗어날 수 없었던 엘리트 인생이라 진짜 소통을 배우지 못했던' 짠함을 넣었다. 꽃보살 제니퍼 캐릭터는 용식이와 대비되는 캐릭터로 설정을 했다. 타인이 재단하는 편견에 갇혀 쭈그러든 용식이와 다르게 타인의 시선 따위 아랑곳 않고 잘못 태어난 성별까지 스스로 고쳐가며 당당하게 사는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위축된 용식이 옆에서 발랄하게 분위기를 띄워줄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기에 만든 인물이기도 했다.

◆ '핑크색'이 '유미업'에서 중요한 컬러로 등장한다. '핑크색'으로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용식이가 발기부전까지 올만큼 심리적으로 심하게 위축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모자란 스펙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장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편견이었고, 용식이를 더 위축되게 만들 수 있는 편견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다 떠올린 게 색깔이었다. 사실 색깔에는 젠더가 없는데, 핑크색만큼은 여자들의 전용 색깔 같은 시선이 있으니까, 사람들의 편견을 불러 올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 영상화 된 '유미업'은 어떻게 보셨냐. 상상했던대로 나왔는 지 궁금하다

-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치있고 재미있게 영상화가 됐다. 사실 용식이의 마스터베이션 씬이나, 루다와 용식이가 전립선 검사를 하며 재회하는 씬 등 자칫 자극적이고 민망할 수 있는 신들이 어떻게 나올까 살짝 염려됐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거부감이 들지 않게, 다소 귀엽게(?) 표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고양이 인형이나, 흔들 돼지 인형 같은 오브제 사용으로 정말 재치있고 귀엽게 표현이 돼서 감독님과 스태프 분들의 센스에 굉장히 감탄했다.

◆ '웨이브'라는 OTT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 웨이브 첫 단독 오리지널인 작품이라 부담감도 컸을 것 같다

- OTT 드라마가 활성화 되는 시장을 보며, 저희 드라마 이상민 프로듀서님께서 이 작품을 떠올려주셨다고 한다. 저 또한 프로듀서님의 이야기를 듣고, 공중파가 아닌 OTT라면 소재에 대한 부담감은 떨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았다. 과거 TV로 방송하기에는 조금 우려됐던 소재들이 이제는 OTT를 통해 얼마든지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창작자들에겐 굉장히 반가운이다. 8부작 선공개는 사실 익숙한 방식이 아니라서 실제로 오픈이 되고 나서도 아직까지 시청자분들의 반응을 체크하는 방식 등이 좀 낯설긴 합니다만, 그게 또 OTT 드라마의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사실 시청자로서는 한편 한편 기다리는 것보다 정주행이 좋아한다(웃음). 웨이브 첫번째 오리지널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당연히 있었다. 첫 작품이고,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셨는데, 폐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의 첫 스타트를 끊게 되어 영광이다.

◆'웨이브' 공개 이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자 견인 1위 콘텐츠에 등극도 했다. 이런 반응 예상하셨냐. 기억에 남는 반응도 있다면 덧붙여 말해달라.

- 많은 분들이 시청해주시고 좋게 봐주셨다는 얘기에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기억에 남는 반응 중에는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셨다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눈물을 흘린 대사가 2회에서 '너 할 수 있어, 용식아' 하던 루다의 대사였다는 게 조금 놀라웠다. 사실 정말 특별할 게 없는 대사인데, 이 대사에 위로 받으신 분들이 많으신 걸 보고, 별거 아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참 귀해진 시대구나, 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또 하나는, 용식이처럼 수년째 공시 준비를 하면서 힘들어하시던 분이 저희 드라마를 보며 펑펑 우시고 위로를 받았다는 댓글을 봤다. 댓글 끝에 내년에는 꼭 공시에 합격하여 그때는 웃으면서 이 드라마를 다시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간절함이 너무 와닿아서 진심으로 응원해드리고 싶었다.

◆ '유미업'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게 된 이유는

- 아무래도 여전히 '자존감 상실의 시대' 가 지속 되고 있기 때문 아닐까. 꼭 취업난이나 사회적인 편견 때문이 아니더라도, 관찰예능이나 SNS의 발달로 타인의 화려한 일상을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그만큼 내 처지와의 비교도 쉽고, 위축되기도 쉽기에, 많은 분들이 용식이에게 감정이입을 해주신 것 같다.



◆윤시윤, 안희연(하니)를 캐스팅한 이유는

- 개인적으로 용식이와 루다의 캐스팅 첫번째 조건은 무조건 '호감형' 이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우선 용식이는 굉장히 위축되어 있고 소극적인 캐릭터라 호감형의 배우가 해줘야 사람들이 지쳐하지 않고 응원해줄 거라 생각했다. 루다 같은 경우도 초반에 용식이를 두고 지혁이와 내기를 하는 설정이 자칫 잘못 하다간 비호감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에, 사랑스러운 배우가 해줘야 그 지점이 상쇄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온국민이 좋아하는 건실한 이미지의 윤시윤 씨와, 밝은 에너지의 하니 씨가 주인공을 맡아주셨을 때 굉장히 안심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도 너무 감사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 두 배우에게 기대했던 포인트가 있었을 것 같다. 두 배우의 연기 어떻게 보셨는 지, 이 작품을 통해서 발견한 두 배우의 매력포인트가 있다면

- 윤시윤 배우님은 쉽지 않은 역할인데 너무 열연을 해주셔서 보는 내내 감동이었다. 진정성이 가득했던 용식이의 눈물 연기에 저도 같이 울컥했다. 웃는 얼굴이 너무 멋진 배우분인데, 드라마에서 내도록 울게 만들어 죄송한 마음이다. 하니 배우님한테는 개인적으로도 얘기했는데,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 먹어줘서 너무 감사했다.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연구해주신 흔적들이 연기에 많이 보여서 그 자체로 너무 감동이었고, 앞으로가 훨씬 더 기대되는 배우다.

◆ 연출을 맡은 김장한 감독과의 협업 과정은 어땠나

- 첫 작품의 파트너로 김장한 감독님을 만난 건 굉장한 복이다. 배우분들도 제작발표회에서 말씀 하셨지만, 감독님이 정말 유쾌하신 분이다. 대화를 하다보면 티키타카도 잘 맞고, 상대방을 굉장히 즐겁게 해주신다. 그래서 일 얘기를 할 때도 전혀 어려움 없이 자유롭게, 사소한 것까지도 부담없이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감독님 연출의 디테일들이 다 너무 좋았다. 다들 아시다시피 소품을 이용한 연출은 물론이고, 예를 들어 8부 엔딩에서 용식이가 거리를 당당히 걸어가면서, 유리창에 귀신처럼 비춰져있던 쭈구리 용식이를 지워버리더라. 작가가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디테일들을 다 살려주신 것들이 너무 감사했고 좋았다. 이제 핸드폰에 '김테일' 로 저장하려고 한다(웃음).

◆ 마지막회에서 용식(윤시윤)이 공무원 시험에서 탈락하고 작은 회사의 직원이 된다. 굉장히 현실적인 엔딩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결말로 마무리하신 이유가 있나

- 엔딩에선 당당히 우뚝 선 용식이의 성장을 보여주고자 했는데, 그 성장 중 하나로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용기' 를 넣고 싶었다. 누군가는 포기한 사람들에게 '버티지 못했다' , '끈기가 없다' 고 비난할지 모르겠지만, 오래도록 매달린 일을 끝끝내 내 손으로 포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공들인 시간, 노력, 남들의 시선, 응원, 기대 등을 다 뒤로하고, 불확실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까지 잔뜩 끌어안고 내리는 결정이기에 정말 크나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혹시 오래도록 놓지 못했던 일을 이제 그만 포기하고자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여러분들은 버티지 못한 게 아니라 매우 용기 있는 결정을 하는 거라고, 포기 후 행복해진 용식이의 모습을 통해 응원해주고 싶었다.

◆ 시즌2 계획은

- 현재로서는 시즌2 계획은 없다. 그러나 혹시 시즌2를 기획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루다-용식-지혁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고개 숙인 누군가를 또 다른 방식으로 일으켜 세워주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루다-용식-지혁의 이야기는 이렇게 꽉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두고 싶다(웃음).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웨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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