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이수경의 재발견 [인터뷰]
입력 2021. 09.28. 12:30:47

이수경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저희 영화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오프닝 장면에서 준경이가 1등 했다고 자랑하는 보경이처럼 아직 ‘기적’을 안 보신 분들에게 자랑하고 다니고 싶어요.”

배우 이수경이 ‘기적’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은 배움을 얻고 성장했다는 이수경에게 ‘기적’은 말그대로 기적처럼 다가온 선물같은 작품이었다.

‘기적(감독 이장훈)’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수경은 극 중 하나밖에 없는 동생의 곁에서 늘 응원해주고 보살펴주는 준경(박정민)의 든든한 누나 보경 역으로 분했다.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동생의 꿈을 지지하고 누구보다 준경에게 큰 힘이 돼준 인물이다.

‘기적’과의 첫 만남에 대해 이수경은 이제껏 봐온 오디션 중 합격 소식을 듣고 가장 기뻤던 작품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시나리오에서부터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이수경은 그만큼 간절했고 ‘기적’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우연찮은 기회로 만난 보경은 이수경의 새로운 인생 캐릭터가 됐다.

“합격했을 때 여태 본 오디션 중 가장 기뻤던 소식이었어요. 시나리오 볼 때 반전키는 알고 봤는데 중간에 큰 한방에 놀라면서 마음에 뭔가 터지는 게 있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나한테 기회가 오지 않을 역할이라 생각했는데 추천을 받아서 오디션까지 볼 수 있었죠.”

스크린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면서 보는 보경이는 처음 영화가 시작됐을 때 봤던 보경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시골 소녀다운 풋풋한 모습부터 준경이에게는 속 깊은 누나로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엄마같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보경은 밀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미소를 짓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연민이 느껴지는 보경을 이수경은 다양한 감정선을 소화해내며 입체적인 연기로 감동을 선사했다. 이수경은 매 순간 진심을 다해 보경에 몰입한 덕분에 부담도 덜어낼 수 있었다.

“부담은 없었어요. ‘맡은 바를 하면 된다’라고 생각했고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예쁘고 좋은 마음들만 눌러 담아서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보경이가 특별한 서사를 가진 인물이라고 해서 이전과 다르게 해석하려 했던 건 없었고 매 장면마다 정성을 기울였어요. 보경이는 한 번쯤 꿈꿔본 누나의 모습이에요. 기꺼이 동생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누나였죠. 첫 장면에서 보경이는 더 공부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 시대 저희 고모들도 아빠나 큰아빠 대학을 위해 희생한 부분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런 부분을 떠올리면서 참고했어요.”

‘기적’을 통해 이수경은 사투리 연기에 도전했다. 낯선 어감과 익숙하지 않은 사투리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이수경은 자유자재로 사투리를 구사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연습에 매진했다.

“처음 오디션에서는 대구 친구가 있어서 도움을 받고 준비해갔는데 아예 달랐어요. 처음 듣고는 ‘어느 나라 말이지?’ 할 정도로 못 알아들었어요. 그래서 대본을 수정하기도 했는데 그 정도로 사투리가 어려워서 준비를 많이 했어요. 윤아 언니도 그랬다는데 저도 샤워할 때 옆에 틀어놓고 따라하기도 했고 수시로 대본을 들고 다니면서 연습했어요.”

극 초반에는 어린 준경으로 배우 김강훈이 등장한다.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이수경은 김강훈에 이어 박정민과도 현실적인 남매 케미스트리를 선보였다. 영화 속에는 준경이 성장한 모습이 두드러졌지만 이수경은 두 사람과 촬영하는 동안에는 한 명의 준경이와 연기한 기분이었다. 그런 순간을 경험했던 장면으로 이수경은 준경과 보경이 포옹한 장면을 언급하며 기억에 남는 촬영 비하인드를 털어놓았다.

“껴안고 울던 장면이 생각나는데 강훈이가 잘 울어서 그 감정이 저한테 잘 전달이 됐어요. 그때 그 장면이 인상적으로 남아서 (정민)오빠랑 이별하는 장면을 찍을 때도 신기하게 합을 맞춘 게 아닌데 강훈이랑 제가 안았던 똑같은 방향으로 안았어요. 그 장면을 찍으면서 강훈이랑 울었던 장면도 생각나고 교차되면서 슬펐어요. 강훈이랑 기찻길 건너가는 장면을 찍고 오빠랑 찍을 때 기분은 이상했어요. 강훈이랑 하루 종일 찍다가 박정민 오빠랑 찍어서 ‘정말 준경이가 이렇게 컸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죠.(웃음)”

그간 이수경은 영화 ‘차이나타운’, ‘침묵’, ‘기묘한 가족’, ‘용순’, 드라마 ‘로스쿨’ 등에서 굵직한 캐릭터들을 맡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주로 ‘센캐’이거나 차가운 인물로 대중을 만났던 이수경이 ‘기적’에서는 순박하고 해맑은 보경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보경은 이수경의 새로운 얼굴을 드러낼 수 있었던 캐릭터이자 그를 재발견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이전에 해온 작품들에선 강렬한 캐릭터들이 많아서 비슷한 스타일의 역할들로 캐스팅을 많이 받았는데 ‘기적’이 그런 부분에 터닝포인트가 돼준 것 같아요. 물론 저보다 영화에 좋은 평을 받는 게 더 중요하죠. 그 다음이 제 순서라 생각하는데 새로운 얼굴을 봤다는 말들을 해주셔서 반가웠어요.”

‘기적’은 시골 특유의 따스하고 정감있는 분위기가 온전히 담겨있어 어느새 미소를 머금은 채 보는 나를 보게 된다. 영화만큼이나 화기애애했던 촬영장 분위기 덕분에 이수경은 또 하나의 좋은 추억과 인연들을 얻게 됐다.

“제가 인복이 좋다고 사주에도 나왔는데 그동안 작품하면서 한 번도 사이 안 좋게 지냈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좋은 선배님들을 잘 만난 것 같아 행복해요. 정민 오빠도 윤아 언니, 성민 선배님도 있어서 좋았고 스태프분들이랑도 친하게 지내서 즐겁게 찍었던 기억이 나요.”

꿈을 꾸고 있는 사람과 그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기적’. 누구나 한 번쯤은 크든 작든 꿈을 이룬 경험이 있을 수도, 혹은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수경에게 꿈은 무엇일까. 그는 벌써 하나의 꿈은 이룬 셈이다.

“꿈은 벌써 이룬 것 같아요. 저는 주변 사람들이 이끌어줘서 계속 연기를 해왔던 것 같아요. 아빠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해서 고 3때 연기를 하게 됐고 ‘차이나타운’ 오디션을 보면서 연기를 꿈꾸게 됐죠. 좌절했을 때마다 주변에서 좌절하지 않게 도움을 주셔서 제가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앞으로 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장르들도 많다는 이수경. 그에게서 아직 보지 못한 또 다른 얼굴들이 기대된다.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고 있다는 이수경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로맨틱 코미디 같은 밝고 풋풋한 장르도 해보고 싶고 사극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캐릭터는 뭔가 수동적인 여성이 아닌 능동적인 여성이면 좋겠어요. 듣고 싶은 수식어를 꼽자면 계속 보고 싶은, 질리지 않는 배우요. 그래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크죠. 차기작도 준비 중이고 열심히 준비하려고 해요.”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길스토리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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