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2' 신원호 감독 "익송 커플, '응답'보다는 더 연한 색깔로"[인터뷰②]
입력 2021. 10.07. 12:25:08

신원호 감독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신원호 감독이 '슬기로운 의사생활' 99즈 커플들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신원호 감독은 최근 셀럽미디어와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와 종영 기념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는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 지기 친구들의 케미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지난달 16일 뜨거운 관심과 사랑 속에 전국 평균 14.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의 성공의 가장 큰 요소는 단연 주연을 맡은 다섯 배우다. 극중 99학번 의대 동기 5인방으로 등장하는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의 '찐친' 케미는 현실감을 극대화하며 재미를 배가 시켰고, 이들의 환상적인 시너지는 드라마 흥행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원호 감독은 시즌1, 시즌2 동안 함께한 다섯 배우와의 작업에 대해 "신기한 경험이었다. 첫 촬영날도 그랬고, 다섯 명이 모두 모인 씬을 처음 찍던 날도 그랬고, 시즌1 이후 10개월 가까운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같이 어제 찍다가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첫 촬영이라 하면 으레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있다. 서로의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아예 생략되고 물 흐르듯이 진행되다 보니까 그게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배우들이며 스탭들도 현장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 스탭들, 배우들간의 내적 친밀감도 2년여의 시간 동안 어느새 두텁게 쌓이다 보니 시즌2는 훨씬 더 촘촘한 케미로 이어질 수 있었고 그 모든 과정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99즈 외에도 신현빈, 정문성, 곽선영, 김해숙, 김갑수, 최영준, 하선빈, 문태유 등 수많은 '믿보배' 배우들이 활약했다. 신 감독은 "다른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거짓말같이 어제 만나고 또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촬영 횟수로 보면 99즈 다섯 배우들에 비해서는 적은데도 불구하고 어제 호흡 맞췄다가 다시 오늘 촬영하는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워서 다들 신기해 했었다"며 "시즌2 하면서 하나 달라진 느낌이 있었다면, 다들 한층 더 매력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다들 한 명도 빠짐없이 너무 멋지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타나서 스탭들이 각 배우들의 첫 등장 촬영 때마다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사랑받는다는 것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한번 느꼈던 순간들이었다"며 배우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속 익송(이익준, 채송화), 겨울정원(장겨울, 안정원), 준순(김준완, 이익순), 곰곰(이석형, 추민하) 커플들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들의 로맨스를 연출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신 감독은 "물론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다 보이겠지만 워낙 로맨스만의 드라마가 아니다보니 러브라인의 흐름이 빠르거나 밀도가 촘촘할 수가 없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다른 장면들에 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아마 그런 점들 때문에 조금 더 차근히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살짝 느릿하게 호흡을 더 가져가려 했던 정도 였던 것 같다. 실제 그 호흡, 그 분위기, 그 공간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연출하려 했던 장면들이 많았다"라고 이야기했다.

네 커플 중 익송 커플 같은 경우에는 신 감독의 전작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오랜 친구 관계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케이스다. 신 감독은 익송 커플에 대해 "익준이랑 송화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저희가 가장 잘 해왔던 색깔이긴 했다. 오래된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타이밍의 엇갈림, 여러 상황들의 엇갈림, 그 가운데서 애타는 마음과 결국엔 절절하게 이루어지는 스토리 축은 워낙 '응답' 때부터 많이 보여줬던 색깔이긴 한데, 그 때보다는 더 연한 색깔로 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간의 케미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시즌1과 시즌2 전체의 축이 되어줘야 했던 러브라인이라서 그 적당한 밀도를 지켜가야 하는 점을 가장 많이 신경 썼던 것 같다. 선을 넘지 않는,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보는 분들도, 캐릭터들도 서서히 물들도록 하려고 했다. 그래서 찍으면서 좀 과하다, 눈빛이 진하다, 너무 멜로 느낌이다 하는 것들을 많이 걸러내고 조금 더 천천히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키였던 것 같다. 11화 마지막씬에서 어쩌면 무모해 보일 수 있었던 롱테이크로 갔던 이유도 20년의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씬이 후루룩 넘어가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순간 분명 넘기 힘든 감정들이 있다. 그 부분들이 납득되도록 연출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거의 2분이 가까운 롱테이크가 그 간극을 좀 채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이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과정에 이렇게 긴 호흡이 있어야 보시는 분들도 그 숨막힐 듯한 공기와 분위기를 함께 느끼며 '맞아 맞아, 저럴 것 같아'라고 설득이 될 것 같았다. 느릿했던 그 씬이 어떻게 보면 익준 송화 커플의 가장 큰 특징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신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시즌1에서 커플로 발전한 정원, 겨울은 시즌2에서 더욱 단단하고 깊어진 관계가 됐다. 신 감독은 "정원이의 절절했던 마음과 신부가 되고 싶은 마음 사이의 내적 갈등, 겨울이의 가슴 아픈 짝사랑, 이런 감정들이 결국 시즌1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었다. 시즌2에서는 그 커플이 얼마나 더 단단해져 가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둘이 서로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지, 그리고 그 좋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기대일 때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지를 겨울정원 커플을 통해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12화에서 겨울이가 고민하는 정원이의 등을 토닥여주는 장면이 그래서 가장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로맨스 완성되는 과정만 놓고봤을 때 시즌1의 가장 큰 축이 겨울정원이었다면 시즌2의 큰 축은 석형, 민하였다고. 신 감독은 "(곰곰 커플은) 사실은 시즌1부터 차근히 쌓여져 온 러브라인이다. 석형이 가진 여러 개인사에 대한 고민이 본인 스스로 해결되어야만 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러브라인의 가장 큰 얼개였다. 시즌1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쌓이고 시즌2에서는 그걸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얼개만 보면 무거운 느낌일 수도 있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둘의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럽길 바랬다. 어쩌면 큰 틀은 묵직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가장 '요즘 멜로'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던 커플이다"며 "사실 두 배우 모두 멜로 연기는 처음이기도 하고 여타 다른 멜로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들이 많다보니 보시는 분들이 얼마나 좋아해 줄까 하는 고민도 있었는데 너무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돼서 저도 그렇고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너무 감사하고 신기했다"라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신 감독은 준순 커플은 시즌2에서 '정통 멜로' 색깔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준완이와 익순이 같은 경우는 어찌보면 곰곰 커플과는 반대였다. 시작이나 연애 중간중간의 느낌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었지만 전체 얼개는 묵직해야 했다. 해서 시즌1이 재미있으면서 설레는 멜로였다면 시즌2는 정통 멜로의 색깔로 갔다. 정말 실제 그럴 법한 연인 간의 갈등들, 장거리 연애에서 나올 수 있을 법한 고민들, 서로의 직업적인 상황들 때문에 갖게 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엇갈림과 오해, 이별,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절하게 이어나가는 둘의 마음들이 잘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씬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경호와 곽선영 배우가 너무 연기를 잘해줬다. 이 짧은 씬들을 어떻게 저렇게 절절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표현해줬다. 시즌1에서는 둘이 서기만 해도 로맨스 코미디가 뚝딱 만들어졌다면 시즌2에서는 둘만 있으면 정통 멜로가 뚝딱 만들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둘이 잘 만났다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던 커플이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은 미도와 파라솔의 밴드 신. 매회 에피소드를 아우르는 밴드곡으로 드라마의 진한 여운을 남겼다. 신 감독은 밴드곡을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저나 이우정 작가나 개인적인 취향 보다는 극에 도움이 될지를 먼저 생각하는 스타일이라 우리 둘의 취향은 제일 나중에나 반영되는 편이다. 곡 선정은 대본을 써내려 가면서 이우정작가가 극의 흐름과 가장 맞을 법한 노래로 선정한다. 저와 의견을 나누긴 하지만 대부분 이우정 작가가 대본의 라인에 맞게 먼저 선정을 한다. 곡이 정해지면 저는 그 곡에서 원하는 구성을 결정하여 편곡을 맡긴다"라고 설명했다.

그 중 신 감독이 최애곡으로 꼽은 노래는 '여전히 아름다운지'이다. "배우들한테도 김대명(석형이) 대신 누가 연주를 하게 될지 밝히지 않았었다. 제작진도 그랬지만 김해숙 선생님도 서프라이즈 하고 싶다고 하셔서 대본이 나올 때 까지 비밀리에 연습하셨다. 그래서 건반 선생님이 궁금해 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되게 힘들었다고 하더라(웃음). 우리끼리 재미도 있었는데다가 그 화의 에피소드 내용에서 마지막 방점을 찍는 게 그 밴드 씬이었기 때문에 특히 좋았다. 김해숙 선생님께서 연습 하시는 영상을 보내 주시는데 그것만 봐도 이상하게 눈물이 나더라. 처음 합주를 맞춰 보는데 김해숙 선생님의 건반이 딱 얹어지는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데 울컥 했었다. 극 중 장면 자체가 눈물이 나거나 하는 장면은 아니었고 유쾌하게 잘 연주하고 웃으면서 잘 끝내는 거였는데 김해숙 선생님도 이상하게 울컥 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그걸 그대로 살려서 막판에 울컥 하시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에 나갔었다. 음악이 주는 이런 묘한 감동이 있는 것 같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힘이 있다. 그래서 더욱 그 곡이 기억에 남기도 하고, 또 조정석 배우도 노래를 너무 잘했기도 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잘 불러서 완성도 면에서도 더할 나위 없었던 것 같다."

끝으로 신 감독은 마지막 밴드신이자 마지막 촬영이었던 '버터플라이' 현장을 회상하며 함께한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배우들이고 스탭들이고 이미 그 전날부터 다들 마음이 몽글몽글했던 것 같다. 애써 안 그런 척, 쿨한 척 하고, 서로 보면 눈물이 날까 싶어 다들 오래 못 쳐다보는 분위기였고 그런 마음들을 서로 너무 잘 알았던 것 같다. 유일하게 김대명 배우만 그 마음을 안 숨기고 며칠째 시름에 젖어있었다. 틈만 나면 하염없이 어딘가를 계속 쳐다봤다. 밴드씬 찍는 내내 테이크가 많아서 워낙 오래 걸리는데 쉬는시간에도 계속 그 자리에 앉아서 촉촉한 눈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스탭들이며 배우들이며 '대명이형 또 아련한 눈빛해요' 하며 놀리고 농담하며 애써 눅눅한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던 그런 분위기 자체가 너무 뭐랄까, 푸근하고 좋았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랬겠지만 다들 말은 안하지만 다들 알고 있던 그날의 그 감정들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모든 구성원들이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는 게 전해지던 그 자체가 뭐랄까 너무 가슴 애틋하면서도 따뜻해서 좋았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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