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최희서, ‘도전’이 아름다운 배우 [인터뷰]
입력 2021. 11.02. 15:31:04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최희서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시작점을 그었다. 국경을 넘어선 또 다른 도전이다.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는 배우 최희서가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으로 돌아왔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서로 다른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일본과 한국의 가족이 서울에서 우연처럼 만나, 운명 같은 여정을 떠나는 힐링 미라클 드라마다. 최희서는 극중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를 부르는 솔 역을 맡았다.

“처음 시나리오는 한글로 된 시나리오였어요. 읽었을 때는 초벌 번역이어서 감독님의 뉘앙스 등 느낌을 읽고 싶어 원문을 부탁드렸죠. 원문이 더 시적이고, 아름다웠어요. 언어의 장벽이 있구나를 느꼈죠. 저는 일본어를 할 줄 알기에 원문을 살려 연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출연하게 됐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땐 많이 본 것 같으면서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영화였죠.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류 같지만 가족 영화면서 멜로도 살짝 있었어요. 온전하지 못한 가족끼리 만나 탄탄해지는 드라마이고, 한 영화 안에서 풀어내는 이야기가 여러 가지 있겠다는 생각에 재밌을 것 같아 출연하게 됐어요.”

이 작품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감독 이시이 유야는 현재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젊은 거장’으로 평가받는 감독이다. 국내에서는 2014년 개봉한 ‘행보한 사전’으로 일본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해 8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후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 및 전 세계 21관왕을 기록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이시이 유야 감독의 신작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최초로 해외에서 올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원제는 ‘아시아의 천사’다.

“영화에 천사 아저씨가 등장하는데 저희 영화의 비밀 무기예요. ‘아시아의 천사’는 일본에서 7월에 개봉됐죠. 천사라고 지정돼 있지만 감독님께서는 희망,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연기를 주문하셨죠. 천사는 장면의 일부이고, 여행 과정 자체가 힐링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았던 두 가족이 우연한 계기로 만나 큰 가족이 돼죠. 원제가 ‘아시아의 천사’였다는 걸 기억해주시면 후반에 독특한 영화라고 받아들여주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여러 장벽을 넘어선 기적과도 같은 영화다. 악화된 한일 관계와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영화’라는 이름 아래 모두를 연결시킨 것.

“코로나가 막 퍼지기 시작할 때 촬영을 시작했어요. 장소가 강원도여서 그때 당시 몸으로 느끼진 못했어요. 한, 두 분 정도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녔고, 중반부 때는 모든 스태프들이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죠. ‘코로나 무서워’보다는 ‘심각한 감기구나’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촬영을 다 마치고, 일본 스태프들이 일본으로 돌아갈 때 격리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심각하구나를 실감했어요. 촬영이 끝난 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점점 악화되는 상황을 보면서 함께 무대 인사를 하지 못하겠다 싶었죠. 이케마츠 소스케와 오다기리 죠도 한국에 와서 인터뷰를 하기로 했는데 그런 걸 못해서 아쉬워요.”

앞서 최희서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을 통해 수준급의 일어 실력을 선보인 바 있다. 원문과 한국어로 번역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인물과 인물사이, 그리고 전체 이야기의 흐름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박열’과 ‘동주’ 시나리오도 제가 번역을 했어요. 어려운 지점이 있더라고요. 하나의 대사 안에서도 다른 감정, 작은 뉘앙스들이 있었어요. 번역가가 살릴 수 있지만, 배우 본인이 안다면 잘 살릴 수 있겠다 생각해 초벌 번역을 보고 제가 한 번 더 번역하겠다고 한 거예요. 저는 일본어 원문이 더 좋았어요. 비단 일본어가 아니었어도, 모든 시나리오는 쓰신 분의 모국어가 자연스러워요. 감독님의 감정과 정서에 크게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우리나라 감성에 더 좋은 부분으로 다가갔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은 직접적인 대사가 있었어요. 그 대사들은 얼핏 들으면 딱딱하고, 직접적으로 들릴 수 있는데 그건 감독님의 성향을 생각해 그대로 표현에 옮겼죠.”

이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한국과 일본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다시 한 번 이시이 유야 감독과 의기투합한 이케마츠 소스케, 규모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희서, 한국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지닌 일본의 대표 배우 오다기리 죠,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김민재,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김예은까지 한일 연기파 배우들이 만났기 때문.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과 미팅을 했어요. 감독님의 커리어가 다양하고 많으세요. 1년에 영화 두 편을 찍으셔서 ‘일본의 이준익 감독님’ 같은 분이시죠. 대단한 실행력과 결단력이 있으세요. 첫 미팅 때부터 느껴져서 이분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 배우들은 다른 작품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팬심으로 다가갔어요. 배우분들도 제가 출연한 ‘박열’을 봤다고 했어요. 서로 연기에 대한 존경이 있었죠. 마음이 열려 있으니 호흡은 잘 맞을 수밖에 없었어요.”



한국에서 올 로케이션된 이 영화는 이시이 유야 감독과 주연 배우들을 제외한 현장 스태프가 전부 한국 제작진으로 꾸려졌다. 서로 다른 현장 체제로 인해 혼란도 있었을 터. 이시이 유야 감독의 촬영 방식 및 호흡은 어땠을까.

“감독님은 현장에 모니터를 안 보고, 두지 않으셨어요. 이게 필름 시대 촬영 방식이라고 하더라고요. 눈으로 확인되면 ‘오케이’ 사인을 주셨어요. 카메라 감독님의 뷰파인더도 안 보시더라고요. 눈앞에서 배우의 연기를 보고 좋으면 ‘오케이’라고 하셨어요. 자가진단을 하는 시간이 없었고, 연극을 하듯 시간 순서대로 연기하다 보니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었죠. 저는 처음이어서 재밌었고요.”

최희서는 이번 영화에서 OST에도 도전했다. 그가 맡은 솔은 한때 잘나가던 아이돌이었지만 현재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무명가수다. 영화에서 열창하고, OST를 부르는 게 어려웠다고 전했다.

“전직 아이돌이라 한때 조금 주목받은 적이 있지만 가수로서 성공은 하지 못했어요. 작은 행사장이나 사람이 없는 무대로 전락한 인물이죠. 그런 마음은 어떤 배우라도 공감할 것 같았어요. 저도 데뷔를 한 후 주목받지 못한 시기가 훨씬 길었거든요. 주목을 받더라도 그 후에 작품이 없거나, 쉬기도 했어요.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어서 인물에 공감하기 쉬웠어요. 어려웠던 건 노래를 불러야했던 신이 부담스러웠어요. 후시 녹음을 할 수 없어서 라이브로 잘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됐죠. 제가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이 아니라 빅마마의 신연아 선생님에게 맹훈련을 받았어요. 작품 속에서 솔이 싱글 앨범을 냈던 걸 듣는 장면이 나와요. 이건 미국에 계신 음악 감독님과 줌으로 연결해 연습하며 녹음했어요. 녹음도 5시간이 걸리더라고요. 한 땀 한 땀 불러서 이어 맞추느라. 하하.”



최희서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는 배우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나간다. 앞으로도 계속 도전을 이어가는, 색다른 얼굴과 연기로 관객 앞에 설 최희서의 향후 행보가 기대를 모은다.

“전체 리딩을 충무로에서 했는데 이곳은 저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장소에요. 전체 리딩하는 날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었던 날이었죠. 봉준호 감독님과 ‘기생충’이 상을 탔다는 걸 들었어요. 감독님은 ‘1인치의 자막만 넘으면 큰 세계를 만날 수 있다’라고 수상소감을 말하셨는데 그걸 기사로 접하면서 전체 리딩에 들어갔어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던 날, 새로운 작품을 했다는 점에서 운명적으로 느껴졌죠. 실제로도 OTT 콘텐츠,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잖아요. 우리나라 콘텐츠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니까 제가 찍어 선보이는 작품이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관객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설레기도 하고,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배우라는 생각도 들고요. 저는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어요. 작품만 만난다면 여러 부분으로 보여드리지 않을까 싶어요. 영어, 일본어는 할 수 있으니 그 연기를 한다는 건 저에겐 큰 장점이에요. 이걸 살려 많은 콘텐츠에 도전하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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