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천만 영화 배우’ 무게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 [인터뷰]
입력 2021. 11.08. 15:24:16

'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어떤 장르든 소화시킨다. 어느 역할이든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잘 어울린다. 함께 마주하는 배우들과 ‘케미’까지 살려낸다. 배우 류승룡의 이야기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린 영화다. 류승룡은 극중 7년째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현을 맡아 버라이어티한 케미의 중심이 돼 극을 끌어간다.

“긴장하면서 보며 재밌게 봤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낀 독특함과 특이함, 그러면서 공감을 얻어냈죠.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재미를 유발시켰어요. 웃음이 있지만 생각할 여운이 있더라고요. 영화를 본 후 시나리오를 본 것보다 훨씬 재미가 배가 됐어요.”

현은 베스트셀러 소설을 내놓은 이후 슬럼프를 겪고 있다. 첫 번째 결혼 생활을 뒤로 하고, 두 번째 결혼 생활로 양육비는 두 배로 나간다. 여기에 시한폭탄 같은 사춘기 아들까지 어색하기만 하다. 후배 작가가 치고 올라오면서 벼랑 끝에 몰린 현은 작가 지망생 유진의 습작을 보고 공동 집필을 제안한다. 류승룡은 미워할 수 없는 현을 전매특허인 유쾌한 에너지로 완성해냈다.

“감독님과 서로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만들었어요. 제 아이디어를 반영한 것보다 연기를 하면서 생각난 게 많았죠. 그때만 생각나고 떠오르는 몸짓들이 주옥같은 선물과 같아요. 현 캐릭터는 독특하고, 찌질하고, 자칫 비호일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현실적으로 와 닿을 수 있었죠. 기본에 깔려 있는 게 인간존중, 외적인 풍요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배우로 데뷔했던 조은지는 단편 영화 ‘2박 3일’로 2017년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감독으로서 능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던 조은지 감독은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 첫 장편 영화 출사표를 던졌다.



“깜짝 놀랐어요. 같이 출연한 작품 말고, 조은지 배우의 작품을 보면서 생활연기를 맛깔나게 잘 하시더라고요. 감독으로 만났을 때는 배우의 독특함, 자연스러움이 그냥 나온 게 아닌 엄청난 고민으로 나온 것이었어요. 배우로서 발현된 모습은 빙산의 일각이었죠. 이번에 감독으로 만나면서 알았어요. 조은지라는 감독이 하려는 이야기, 품고 있는 이야기, 좋아하는 언어, 슬퍼하는 감정, 공감되는 상황들을 많이 알게 됐어요. 배우로서 부족한 부분들을 정확히 채워주고, 알아주고, 예민한 부분을 배려해주는 부분들이 어떤 작업들보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장르만 로맨스’는 10대부터 50대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관계를 다뤘다. 부부, 친구, 이웃, 사제까지 현을 둘러싼 관계를 참신하게 풀어냈다. 다양한 관계 속 끊임없이 마주하게 되는 예측불허한 상황들이 유쾌한 재미를 선사한다.

“저도 현실 속에서 아들, 사위, 남편, 아빠, 사회동료, 배우로서 관계가 달라요. 그 인물에 맞게, 충실하게 연기하려 했죠. 미애와 불편하지만 쿨한 관계, 아들과는 서툴지만 끊임없이 나오는 애정과 사랑 관계, 유진은 동료로서 질투를 유발하고, 긴장하면서 작업하며 결국 신뢰를 주는 관계죠. 순모는 어떻게 보면 한 몸 같은 친구에요. 싸우지만 내적으로 오랫동안 다져진 관계죠. 그래서 인물마다 다르게 연기한 것 같아요.”

류승룡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러 색깔의 연기를 보여준 바. 앞서 보여준 ‘내 아내의 모든 것’ ‘극한직업’ 등에서 펼친 코믹 연기는 ‘명불허전’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했다. ‘장르만 로맨스’에서도 그는 말맛을 살린 대사와 케미로 웃음을 자극한다. 류승룡에게 코미디는 어떤 의미일까.

“충청도 고모님들이 시치미 떼고 얘기하는 걸 보고 자랐어요. 그런 환경이 도움된 것 같아요. 같은 상황인데 웃어넘기면 더 단단해지는 유연함이 주는 ‘힘’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난타’를 하면서 대사 없이 몸짓으로만 하는 훈련들이 도움 됐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에게 채워진 것 같아요. 코미디의 매력은 웃음이 치료제란 것이죠. 웃고 나서 페이소스가 있잖아요. 뒤에 남는 여운들이 굉장한 매력인 것 같아요.”

류승룡은 ‘장르만 로맨스’ 언론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이 영화에 대해 “필모의 방점을 찍을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목소리도 굵고, 눈썹, 머리카락도 굵어요. 그래서 그런가, 선 굵은 캐릭터를 많이 했죠. 하하. 그런 작품들을 하다 보니 생활 연기, 생활 밀착형 연기,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감이 있었어요. 조은지 배우의 작품을 봤을 때 굉장히 자연스럽더라고요. 조은지 감독은 음표를 아주 섬세하게 그려줘요. 변주할 수 있고, 편하게 거기에 맞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죠. 그래서 이 영화가 특별해 그런 면에서 방점이라고 말한 거예요.”



이 영화는 현을 중심으로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쉴 틈 없이 주고받는 티키타카와 맛깔 나는 대사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이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해 전개에 힘을 싣는다.

“배우들과 호흡은 굉장히 좋았어요. ‘극한직업’이 핸드볼이었다고 표현하면 이건 야구 같았죠. 타자로 나가면 응원해주고, 주자로 나가면 뛸 수 있게 타자를 쳐주고, 홈런을 쳤을 땐 박수를 쳐주고, 삼진 아웃되면 위로를 해줬죠. 이런 것들이 잘 돌아갔어요. 너무 좋았죠.”

영화는 이혼과 재혼 가정, 동성애 등 코드를 넣으며 관계를 주목한다. 특히 유진 역의 무진성과 호흡은 극 전개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후배, 동료 배우로서 그 사람이 가진 글 솜씨, 내가 잃었던 열정들, 날 선 것 같은 질투, 자극이 도전으로 다가왔어요. 실제로도 무진성 배우가 배역처럼 다가와 줬죠. 배우로서 긴장하는 모습,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들을 툭툭 하는 걸 보면서 무한 신뢰를 쌓아갔어요. 서로 자극을 준 것 같아요. 무진성 배우가 몰입해서 잘 준비해줬기에 저는 자연스러운 리액션을 하면 됐죠. 고마웠어요. 편하게 연기하고, 리액션을 할 수 있게 해줘서.”

류승룡은 필모그래피 중 네 편의 작품에 천만 영화 타이틀을 얻었다. 2019년 1600만 관객을 달성한 ‘극한직업’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그에게 뒤따르는 부담감은 없을까.

“전혀 없어요. 작품들이 안 되고 그럴 때 위축되고, 작아지고, 괴로워서 슬럼프라고 표현할 순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괴로워할 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작품들이 공감을 얻지 못했구나, 시기가 안 좋았구나, 상황이 안 좋았구나’ 등.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되돌아보기도 하며 역으로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잘 된 영화들이 내가 잘해서 잘 된 건가?’라고 물었을 때 전혀 아니더라고요. 거기서부터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천만 영화가 여러 배우들, 스태프들과 같이 만들었기 때문에 운 좋게 그렇게 된 거지 그게 부담으로 온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겨내고, 수치에 대한 강박도 없어진 거죠. 그 대신 만드는 과정은 우리가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서 치열하고 행복하게 찍자였어요. 홍보할 때 열심히 하자, 나머지는 오롯이 관객들의 몫이겠구나 그냥 잘되길 바랄 뿐이죠.”

일도 사랑도 인생도 꼬여버린 현의 모습은 여러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우리 모두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한다. 류승룡 역시 ‘지금 이 모습 그대로도 괜찮다’라는 공감 포인트를 관객들이 느끼길 바랐다.

“관계에서 상처도 많이 받고, 갈등도 생기잖아요. 나이가 많고, 오래 살았다고 해서 상처를 안 받는 건 아니에요. 누구나 상처받지만 전부 상처를 주기도 해요. 관계와 자기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관계라는 건 소통하는 것이고, 일방적이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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