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자’ 윤계상, 액션의 한계를 시험하다 [인터뷰]
입력 2021. 11.25. 16:55:06

'유체이탈자' 윤계상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액션에 이어 디테일한 감정 연기마저 빛났다. 1인 7역으로 연기력을 증명하며 영화의 흥행까지 이끌고 있는 배우 윤계상의 이야기다.

윤계상은 최근 영화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 개봉을 앞두고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흥미로운 소재다. ‘유체이탈자’는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강이안(윤계상)이 모두의 표적이 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추적 액션물이다. 지난 2017년 688만명의 관객을 이끌며 범죄액션물의 한 획을 그은 ‘범죄도시’ 제작진과 윤계상이 다시 만난 작품으로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흥행 신호탄을 쐈다.

“유체이탈을 하고, 제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찾아가는 느낌이 궁금했어요. 시나리오 중간까지 ‘뭘 찾는 거야? 날 찾는데 무슨 이유가 있네? 그런데 이런 관계가 있구나’하면서 재밌었죠. 약간 궁금하게 만들고, 더 기대하게 되는 게 좋았어요. 시나리오상에는 ‘액션을 이렇게 해야 한다, 싸움을 하고, 맞고 있다’ 정도만 나와 있어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스토리 라인과 설정이 재밌더라고요.”



극중 강이안으로 분한 윤계상은 무자비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액션으로 강렬한 전율을 선사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보여주는 액션은 짜릿한 타격감을 선사하기도. 특히 온전히 자신을 찾은 후 보여준 액션은 상대를 주저 없이 몰아붙이며 폭발적인 카타르시스를 전했다. 윤계상은 이 모든 액션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고.

“제가 허리가 안 좋아요. 몸 쪽으로 안 좋은 부분이 있어 원래 싸움을 잘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게 훈련을 많이 했죠. 내 한계가 어디인지, 이게 한계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지금 보면 ‘어떻게 했지?’ 싶을 정도더라고요. 컷이 나눠지는 부분이 있는데 감독님이 욕심을 부리셔서 저도 욕심이 생겼어요. 한 장면을 반복적으로 촬영했는데 진짜 힘들었죠. 그만큼 타격감과 실제 맞는 것 같은 느낌이 잘 산 것 같아요.”

윤계상은 12시간마다 몸이 바뀌는 상황에서 강이안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차분한 목소리와 다채로운 표정은 그의 복합적인 감정을 관객들에게 디테일하게 전달하며 납득시켰다. 기억을 찾아가는 단계에서 캐릭터에 대한 연구와 표현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터.

“처음, 강이안은 말과 공간들은 인지가 되는데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해요. 어떤 말투를 구사하고,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죠. 그 상태에서 처음 노숙자(박지환)를 만나고, 어떤 대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어요. 감독님이 원하는 신의 방향으로 쫓아갔죠. 강이안을 찾는 모습이 약간 판타지 같았으면 좋겠다고 애기하셔서 어떻게 보면 연극적으로 연기한 것도 있어요. 개연성 있게 연기하면서 다가갔지만 의미를 더 부여하며 연기했죠. ‘내가 누구인지 기억이 안나요, 누구인지 모르겠어요’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거잖아요. 그런 것들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찰나에 바뀌어가는 모습들이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될까도 생각했죠. 결국에는 나를 찾지만, 내가 누군지 철학적인 의미도 담았어요.”



윤계상은 ‘유체이탈자’를 통해 처음으로 1인 7역 미러 연기에 도전했다.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 강이안을 연기하기 위해 강이안 본체는 물론, 각기 다른 인물들에 녹아들어 위화감을 느낄 새 없이 능수능란하게 이끌며 몰입을 더했다.

“본능적인 액션이라고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고, 몸은 기억하고 있어요. 숟가락, 젓가락질을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처럼 그런 설정을 둔 거죠. 오랫동안 훈련했던 사람이라 어느 지점에서는 폭발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순차적으로 기억이 돌아오는 순간, 익숙함을 단계별로 준비했죠. 홍기준 씨의 목을 찌르는 장면도 관객들이 이해하길 바라며 연기했지만 어려웠던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촘촘히 설계했죠. 단계에서 오는 액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은 감독님과 배우들과 모여 얘기했어요. 즉흥에서 감정만으로 만들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가 필요했어요. 완벽한 약속이었죠. 과정 속에 제가 들어가는 배우들과 똑같이 맞춰야했어요. 그 배우님들도 똑같은 액션을 했고요. 영화가 잘 되면 확장 버전이 나온다는데 보고 싶어요.”

‘유체이탈자’는 강이안이 겪는 사건을 따라가느냐, 강이안을 따라가느냐에 따라 시선이 달라진다. 즉, 사건과 인물 중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결이 달라지는 것. 두 가지 중 어느 부분에 포인트를 둬야하냐는 질문에 윤계상은 “사건을 겪는 강이안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편집에서 결정하신 것 같아요. 몸이 변한 후의 인물과 강이안을 촬영하신 이유도 사건에 주안점을 둘 것인가, 강이안을 찾아가는 걸 중요하게 할 것인가 했을 때 결국 강이안이 많이 나오잖아요. 관객들이 잘 따라가게끔, 강이안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자 이유가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셨던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하는 부분에서 유체이탈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설정이었어요. 난해하고, 복잡할 수 있지만 중후반 설명적인 것들이 있어야 해서 꼭 필요한 장면이었죠. 즉흥적으로 만든 건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해서 만든 거예요. 결국 강이안을 찾아가는 이야기이자 강이안에게 집중해야하는 이야기죠.”



미러 연기 중 박용우와의 연기 합도 완벽함을 자랑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신체 움직임과 감정선을 동일하게 유지하며 마치 두 명의 캐릭터를 복사해낸 듯한 미러 연기를 만들어간 것.

“박용우 선배님의 오랜 팬이었어요. 진짜 궁금한 배우분이셨죠. 함께 연기를 하고, 감독님에게 한 첫 마디가 ‘저는 박용우 선배님의 연기를 그리워했어요’라고 말했어요. 변칙이 있고, 예상할 수 없는 에너지를 뿜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박용우 선배님의 에너지 덕분에 저도 좋은 에너지를 가진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이번 촬영에서 전 회차 출연했는데 형님이 연기하는 걸 옆에서 보며 ‘내가 하면 어떨까?’ 생각을 항상 했어요. 하지만 결국, 그 배역을 해내신 분들을 능가할 순 없겠더라고요. 박용우 선배님의 지분이 (이 영화에서) 더 크다고 생각해요. 상당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해내주셨죠. 박실장의 모든 것들을 형님이 만드신 거예요.”

박용우 뿐만 아니라 조력자로 등장한 박지환과의 케미도 눈길을 끈다. ‘범죄도시’에서 적대 관계로 한 차례 호흡했던 두 사람은 이번 ‘유체이탈자’에선 완전히 상반된 모습으로 색다른 존재감을 더해냈다.

“진짜 친한 동료이자 배우예요. 지환 씨 덕분에 영화의 숨통이 트인 것 같아요. 그분이 그 역할을 해주셔서 너무 좋았죠.”

타격감 강한 액션과 함께 서사를 이끌어간 윤계상. ‘유체이탈자’를 통해 새로운 인생 캐릭터 탄생을 기대해볼만 하다.

“‘액션 장인’이란 수식어가 아직도 쑥스러워요. 기억에 남는 반응은 마지막 액션이 좋다는 말이었어요. ‘그거 진짜 네가 한 거야?’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이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죠. 그래서 듣고 싶은 수식어도 이 영화에 도움이 되는 것을 얻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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