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계 없는 유아인이 만들어낸 '지옥' [인터뷰]
- 입력 2021. 12.14. 07:00:00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배우 유아인이라 가능했고 유아인이어야만 했던 '지옥' 정진수였다. 전작 강렬한 캐릭터들로 큰 사랑을 받음과 동시에 연기적 선입견과 프레임에 갇혔던 유아인은 '지옥'을 통해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유아인
지난 11월 19일 공개된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공개 후 한국은 물론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자메이카, 나이지리아 등 총 12개국에서 TOP 10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인도, 미국, 프랑스, 독일 등 59여 개국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처음 봤을 때 작업자보다 시청자, 관객 입장에서 더 크게 봐졌던 것 같다. 영화를 평가하게 되고 연기에 대해 보려고 해서 정상적 감상이 불가능한데 '지옥'은 유독 감상이 가능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극이 만들어낸 몰입감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몰아보기 하다 보니 6부가 끝나있더라.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통해서 전회차 공개 되는 드라마는 몰아보기 할 수 있게 하는 힘 같은 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거 같다. 힘이 있는 작품이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극 중 유아인은 서울 한복판에 지옥행 시연이 일어나고 이 현상을 신의 행위라 설명하는 새진리회의 의장 정진수로 분했다. "처음부터 유아인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연상호 감독의 기대처럼 정진수를 연기하기 위해 유아인은 장발로 외적 변신을 시도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연기 색깔로 신비롭고 강렬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주어지는 캐릭터에 대한 정보들이 있다. 정진수는 사이비 교주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극 중에서 밝히고 가는 전사는 아니지만 '충격적인 전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이정도 정보를 가지고 감독님과 레퍼런스를 통해서 구체화시켜나갔다. 크게 유념했던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이비 교주와는 조금 동떨어진 반전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사이비 종교 교주들의 영상을 접해 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달리 나지막하고 조근조근하고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력들이 있더라. 출연 분량에 비해 굉장히 핵심적으로 크게 에너지와 긴장감을 만들어내야 하는 장르적인 표현이 이뤄져야 하는 인물이다 보니까 수위를 어느 정도로 가져가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다른 인물들이 땅에 발을 붙이고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이라면 정진수는 뭔가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이런 차이를 가져가면서도 조화롭게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배우들과 합을 이루면서 적절하게 끼워들 자리를 찾아가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미스터리 속에 쌓여있는 정진수는 '지옥' 전반부의 세계관을 형성해 나가는 핵심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유아인은 최소한의 등장만으로 최대치의 효과, 긴장감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너무 빠른 죽음에 아쉽다는 반응과 더불어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상당히 즐기면서 부담감이 컸다. 많은 장면에 등장해서 힘이 쌓여가는 힘을 만들어가는 어려운 인물이었다. 최소한의 등장만으로 최대치의 효과, 긴장감을 만들어야 하는 인물이라 그도 그럴 것이 정진수가 미스터리 속에 쌓여있어야 한다. 그다지 등장하지도 않으면서 극 전체 마술을 뻗치고 있다. 이런 룰들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평소 작업보다 훨씬 긴장하면서 했다. 시즌 2로 돌아온다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아쉬워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저 역시 아쉬움을 넘어 재등장을 바라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직설적인 제목만큼이나 강렬하고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지옥'은 기존 세상의 해체와 새로운 세상의 건립 그리고 또 한 번의 해체를 통해 우리 사회와 정의에 대한 강렬한 물음을 던진다. 글로벌 흥행을 이끌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음과 동시에 일각에서는 다소 어려운 주제라는 반응도 있다.
"전혀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재미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참여했고 만들어져있는 '지옥'도 어렵게 받아들일 필요 없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정치판에 대한 풍자가 될 수 도있고 어떤 믿음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통해서 그것들을 맹신하고 공격하는 걸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크게 어려운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흘러가는 이야기들, 오락성이 짙은 작품, 그런 흥미진진한 진행 속에서 깔려있는 메시지, 상징들이 현실적이고 동시대를 정확히 맥락을 짚어내고 있다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형식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무거운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기보다 오락성이 짙은 작품에서 간결하게 메시지를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반응에 유아인은 죽음을 고지 받고 정해진 시각에 지옥행 시연을 당하는 비현실적인 설정에 처한 각 인물들이 서로를 향한 의심과 불신, 두려움이 커져가는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어떤 변화를 보이고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되는지를 지켜보며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는 게 결국엔 지옥, 사자 알 수 없는 괴물이 나타난다는 점, 사람들이 고지 받은 날에 지옥에 간다는 것, 미화된 믿음 같은 것들을 과연 우리가 받아들이고 그것이 우리 삶을 움직이면서 믿음 자체에 대해 충분히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옥'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목격하게 되는 혐오나 폭력들, 집단의 광기들이 작품 속에서는 다른 형태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지만 현실 세계로 끌고 와보면 비슷한 현상들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지 않나는 생각이 든다. 작품이 상당히 동시대적이고 묵직한 메시지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당장 마주하고 있는 현실도 그런 것 같다. '지옥'이 세상에 소개되고 오픈한지 한시간도 되지 않아서 다 본 척 리뷰 쓰고 악플 쓰시는 분들도 있더라. 그런 믿음과 현실과 신념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어떻게 쉽게 평가하는 걸까. 어디서 주워들은 한 줄의 정보를 가지고 그렇게 말을 옮길 수 있나 화면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생각났다"
앞서 연상호 감독 역시 “우리가 아는 세상의 해체와 재건, 그리고 또 한 번의 해체를 통해 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신념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간, 배우 유아인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현실과 신념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유아인은 신념과 믿음 두 가지를 끝까지 의심하고 검증하며 스스로의 중심을 찾아가는 중이란다.
"신념이 믿음을 만들고 믿음이 신념을 만들어낸다. 할 수 있는 한 두 가지를 끝까지 의심하고 검증하는 편이다. 내면 안에서 해결된 상태로 외부로 나올 때도 있고 바깥으로 표현하면서 시험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세공되어야 하는 것이고 스스로 완성되었다 생각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계속 만들어나가야 할, 나에게 주어진 원석을 세공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신념이 무조건 맞는다는 생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름의 신념이 있고 믿음이 있어서 주변에 던져보면서 세상에 말도 들어보고 반응도 느껴보면서 제 중심을 찾아가는 거 같다"
또 한 번 한계 없는 배우임을 입증하게 해준 '지옥'은 유아인에게 배우로서 스스로 성장을 그린 과정,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을 거칠 수 있었던 작품으로 남았다. 매 작품마다 자신만의 확고한 연기 색깔로 대중을 사로잡는 배우 유아인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개인적으로는 '사도사제' '베테랑'처럼 강렬한 인물을 만들면서 큰 사랑을 받았는데 한편으로는 저를 그런 프레임에 가두고 연기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기도 했다. 이후 다른 실험을 하면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또다시 정진수라는 강한 에너지를 가진, 독특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한 배우로서 내 스스로 성장을 그린 과정,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 관객들의 반응, 틀어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총체적으로 큰 틀안에서 나를 받아들여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