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진아 “2021년 ‘선배 그 립스틱’→‘지옥’까지, 연금 들어놓은 듯 든든” [인터뷰]
- 입력 2021. 12.14. 15:03:11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그 누구보다 ‘열일’했다. 2021년 올해, 4편의 작품으로 대중과 만났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다. 늘 새로운 역할에 도전,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 배우 원진아다.
'지옥' 원진아 인터뷰
원진아는 올 한 해에 선보인 작품만 4편이다. 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부터 영화 ‘보이스’, 오는 29일 개봉을 앞둔 ‘해피 뉴 이어’, 그리고 현재 전 세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까지. 한 편의 작품이 끝나면 곧바로 대중들을 만난 그는 “연초, 연금을 들어놓은 듯 든든함이 있다”라고 말했다.
“힘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참여한 작품들이 제때 공개돼서 다행으로 여기고 있어요. 힘들고, 지칠 수 있는데 새로운 역할을 만나면서 제 나름대로 극복하려고 했죠. 일을 하고, 여러 작품을 만나 감사한 시기에요.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참여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지옥’은 공개 열흘 만에 1억 1천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93여 개국의 TOP 10 리스트를 강타했다. 이처럼 ‘지옥’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작품을 만들 때 많은 인원, 노력들이 들어가잖아요. 많은 분들이 즐겨주셔서 감사해요. 더군다나 기대감과 관심을 보기 전부터 가져주시고, 짧은 시간 안에 봐주신 것에 대해 감동을 받았죠.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커뮤니티가 발달된 사회잖아요. 벽이 허물어지고, 같이 사는 공감대가 쌓였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만 보는 게 아닌,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고민하는 것들, 인간이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감독님이 많이 생각하신 것 같아요. 폐쇄적인 감정만 담은 게 아니라서 다른 나라에 계신 분들도 쉽게 공감을 해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원진아는 극중 배영재(박정민)의 아내 송소현 역을 맡았다. 그는 가족에게 행해지는 지옥행 고지를 보고 위태롭게 흔들리는 평범한 사람의 내면을 그려냈다.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가 하면, 짙은 모성애 연기로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사실, 모성애를 표현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성애가 어떤 건지 아직 느끼기 힘들더라고요. 상상력에 기대보려 했어요. ‘나’라는 사람, ‘원진아’라는 사람이 이런 걸 겪었을 때 어떤 감정을 표현해냈을까 상상을 많이 하려고 했죠. 제가 잘 표현해서 연기가 보인 것보다, 책에서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있어 책을 보고 느낀 감정을 그대로 옮기려고 했어요. 튼튼이가 더미로 촬영됐거든요. 처음에는 소름끼칠 정도로 사람 같았어요. 더미가 실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물건 취급을 하게 되는 순간, 몰입하는데 어려움이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죠. 그래서 현장에 가서 빨리 튼튼이랑 만나려고 노력했어요. 튼튼이를 안을 때 조심스럽게 안고, 튼튼이를 챙기는 스태프들에게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조심히 다뤄주세요’라고 했죠. 튼튼이를 저에게 줄 때도 ‘더미 드릴게요’라고 한 번도 안 그러셨어요. ‘튼튼이 엄마, 튼튼이 갈게요, 튼튼아 엄마한테 가자’라고 하셨고, 저도 한몸이되려고 했죠. 실제있는 인물이라고 집중했어요.”
‘지옥’은 예고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영재와 송소희가 낳은 자식은 태어나자마자 지옥행 고지를 받으면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스토리로 흘러간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원진아에게 모성애를 연기하고, 표현한다는 건 부담으로 다가왔을 터.
“모성애가 강요되는 사회잖아요. 모성애는 엄마가 필수적으로 가져야하는 게 이번 기회로 바뀌었던 것 같아요. 모성애라는 건 사람마다 표현의 방식이 다를 수 있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다를 수 있잖아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인건데 소현이 현실적으로 다가온 게 모두가 상상하는, 당연시됐던 엄마와 다른 요소로 ‘충분히 이런 모습의 엄마도 있을 것이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대상이 된 것 같아요. 모성애에 관해서는 감독님이 산후 우울증이 오는 어머니들도 있고, 표현 방식이 달라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고 하셨어요. 저부터 생각하더라도 나에게 모성애가 있다는 걸 장담 못하겠더라고요. 내 삶이 중요하고, 인생이 중요한 사람으로서 나도 그 순간이 오면 모성애가 우선일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의문이 있었죠. 그런 부분에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감독님도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힘들고 지치면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야’라고 이야기를 해주셨고요.”
‘연상호 유니버스’라 불리는 세계관에 탑승하게 된 원진아. 그는 연상호 감독을 향한 무한 신뢰로 캐릭터를 완성해낼 수 있었다.
“리딩을 하면서 감을 찾아보자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PPT를 완벽하게 준비해 오셔서 콘티를 보여주며 설명해주시더라고요. 저희 작품에선 필요한 과정이었어요. 전체적으로 어떤 그림으로 돌아갈 건지, 브리핑 해주는 과정이 생소하면서도 꼭 필요했던 과정이었죠.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자유로움을 느꼈어요. 틀에 갇혀 얽매이는 것 보다 배우들의 역할에 기대감을 가지시더라고요. 오히려 맡겨주시고, 어떤 부분이 좋았다면서 신뢰를 보여주셨어요. 그래서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최대한 집중해 연기할 수 있었죠. 연기하면서 지칠 요소가 많았는데 다시 에너지를 채울 수 있도록 분위기를 환기시켜주셔서 즐거웠어요.”
‘지옥’은 죽음을 고지 받고 정해진 시각에 지옥행 시연을 당하는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설정에 처한 각 인물들이 서로를 향한 의심과 불신, 두려움이 커져가는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어떤 변화를 보이고,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되는 지를 지켜보며 ‘인간다움’이 무엇인가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만약 저도 저 안에 속해있다고 하면 ‘나는 과연 올바르고,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는 사람일까?’ 생각했어요. 저도 그 안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내 일이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졌을 것 같아요. 제3의 눈으로 선택은 스스로가 하는 거니 그 안에서 얼마나 올바르고, 건강한 생각을 할까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렇다면 원진아는 ‘지옥’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까.
“저는 캐릭터를 임할 때 ‘어떤 메시지를 줘야지’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만들고 나서 역할로서 보여드리고 싶은 메시지는 주변 환경에 휩쓸려 따라가기보다 스스로 선택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고,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희망적인 모습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유본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