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닮사' 김재영, 흔들렸기에 피어낸 지금 [인터뷰]
입력 2021. 12.15. 16:21:39

김재영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배우 김재영은 ‘너를 닮은 사람’를 만나기 전 흔들렸다. 연기적으로 고민했던 그 때가 어렵고 괴로웠겠지만 되돌아본다면 분명 성장의 발판이 돼준 시간일지도 모른다. 흔들렸던 시간이 무색하게 서우재로 다시 꼿꼿이 피어냈듯이 앞으로 김재영이 피어낼 다음이 주목된다.

‘너를 닮은 사람’(극본 유보라, 임현욱, 이하 ‘너닮사’)은 아내와 엄마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여자와 그 여자와의 짧은 만남으로 '제 인생의 조연'이 되어버린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 김재영은 극 중 구해원(신현빈)과 결혼하지만 정희주(고현정)를 만나 금기된 사랑을 하게 되는 서우재 역으로 분했다.

지난 2일 막을 내린 ‘너를 닮은 사람’은 예측 불가 전개와 몰입도 높은 연출, 배우들의 열연으로 “넷플릭스에서 꼭 봐야하는 드라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반응을 낳으며 탄탄한 시청자층을 확보했다. 더불어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1위에 오르고 종영 직후, Top10 상위권 순위에 머물며 인기 여운을 이어갔다. 2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기도 한 ‘너를 닮은 사람’은 김재영에게도 꼭 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진짜 잘하고 싶었다. 대본 자체가 깊이 와 닿았다. 감독님께 같이할 수 있다는 전화를 받고 너무 기뻐서 오열하듯이 울었다. 감독님이 ‘널 만들어 줄 테니 날 믿고 따라와라’라는 말씀을 하셔서 저도 처음 연기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감독님도 저를 잘 만들어주고 싶어 하셨고 우재가 잘 보여줘야 드라마가 잘 된다는 말을 들어서 옷이나 머리 하나까지 고민을 같이 해주셨다.”

2019년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이후 2년간 공백기를 가진 김재영은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연기적인 슬럼프를 겪으면서 스스로를 의심하는 시간은 길어졌다. 그런 와중에 ‘너를 닮은 사람’은 김재영이 다시 연기할 용기를 복 돋아준 작품이었다.

“연기적인 부분에 노력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 직업을 하는 게 맞나’, ‘나는 왜 이럴까’. 이런 고민에 빠져서 많이 해맸다. 다른 작품은 연달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른 걸 할 상태가 아니라고 느껴서 쉬고 싶었다. 점점 불안해지고 자신감도 없어지던 시기에 ‘너닮사’ 대본을 받았다. 사실 대본에서 우재의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두 여자의 이야기인데도 깊음을 표현하는 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말이 좋아 금기된 사랑이지 사실상 우재와 희주의 사랑은 불륜이었다. 그것도 친한 언니 동생 사이였던 해원을 속이고 시작한 관계였다. 불륜은 주로 극의 자극적인 소재로 쓰이기도 하지만 ‘너를 닮은 사람’에서는 각 인물들의 심리, 정서가 송두리째 휘몰아치는 시발점이 됐다. 김재영은 불륜남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걱정 보단 사회적 시선에 벗어나 희주를 사랑하고 맹목적으로 그를 따르는 우재를 본능적인 인물로 봤다.

“연기를 잘하는 게 중요하고 배우로서 성장하자는 마음 뿐이었다. 그래서 드라마 찍을 때도 사실 인지하지 못했는데 방송하고 나서 반응을 보니까 욕을 먹어서 그때 자각을 했다. 그전에는 불륜이라는 걸 알아도 그것보다 이 캐릭터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솔직히 사랑에서 이기적인 본질만을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라고 보면 사람이 되게 이기적일 때가 있는데 우재는 그게 겉으로 티가 나는 인물이다. 계속 본질적인 것에 대한 욕심을 일부러 숨기지 않고 그게 집중해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고백을 해도 될까?’ 고민하지 않나. 우재는 그런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걸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상대 배우였던 고현정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김재영은 감격을 표했다. 고현정이 함께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촬영장 분위기는 압도적이었다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고현정이 전하는 에너지를 통해 깊이 있는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김재영이다. 덕분에 17살 나이 차가 무색하게 극 중 두 사람은 뜨거운 연인으로 고밀도 치정 멜로극을 완성했다.

“첫 촬영이 결혼사진 찍는 날 감정신이었다. 선배님이 동선 관련해서 많은 아이디어를 가져오시고 의견을 물어봐주셨다. 처음에는 첫 신이라 얼어있었는데 몰입도가 달랐던 것 같다. 오랜만에 촬영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제가 굳이 뭘 안 해도 감정을 이끌어주셨다. 너무 신기했고 충격을 받았다 연기를 하면서 이런 식의 리액션이 나오고 감정이 들끓는 건 처음이었다. 상대방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주신 선배님을 보고 ‘괜히 탑배우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재는 교통사고를 당해 오랫동안 혼수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다가 깨어난 뒤에는 점차 잃었던 기억을 되찾아가며 혼란을 겪는다. 사랑으로 인해 슬퍼하고 분노하고 집착하는 우재의 복잡미묘한 감정선을 김재영은 섬세하게 표현해 열연을 펼쳤다. 기억을 잃었을 때와 기억을 찾은 우재의 모습에 차별점을 두기 위해 김재영은 연기하면서 심적인 변화도 보여주고자 했다.

“기억을 잃었을 때가 진짜 힘들었다. 너무 고민을 많이 하는 캐릭터인데 실제로 기억을 잃어본 적이 없어서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셨다. 초점을 뚜렷하게 보지 말고 고민하는 그런 느낌으로 가자는 말씀을 해주셔서 좀 멍한 사람이 되자고 했다. 속으로 고민을 하지만 밖에서는 그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기억이 돌아왔을 때는 오히려 연기하기엔 편했다. 기억을 찾고 나서 자연스럽게 욕심을 부리고. 모든 걸 포기하고 원했던 행복이 깨진 순간을 알게 된 순간 우재의 감정은 복수나 사랑보단 집착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보상받고 싶었던 거다.”

‘너를 닮은 사람’에서는 희주와 우재의 관계 이외에도 사랑과 집착으로 많은 이들이 복잡한 관계성으로 얽혀있다. 궁극적으로 ‘너를 닮은 사람’에서 말하고자 한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김재영도 촬영하는 동안 사랑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이에 덧붙여 우재가 희주를 사랑하고 집착할 수밖에 없게 된 이유를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저 또한 사랑이란 감정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겉으로 좋은 게 사랑인가 했는데 사랑의 폭이 넓은 것 같다. 둘이 있는 기쁨이 사랑이기도 하고 엄마 같은 사랑도 있고 어린애처럼 귀엽고 돌봐주고 싶은 사랑도 있고 보호하고 싶은 사랑도 있고.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사랑이 뭘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생각도 해 봤는데 중요한 건 생각이 나랑 비슷한가. 유머 코드가 비슷하고 내가 뭘 배우고 뭘 줄 수 있는지를 보는 것 같다. 우재가 희주를 왜 좋아했느냐고 물으면 내 결핍적인 부분을 채워주고 반대로 우재가 희주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우재는 엄마에 대한 아픔이 있어서 모성애나 부모에 대한 사랑도 느낀 것 같다. 아이를 키워서 나타나는 그런 에너지가 있다고 하지 않나.”

지난 2011년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한 김재영은 이후 영화 ‘노브레싱’을 시작으로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 ‘은주의 방’, ‘시크릿 부티크’,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등 꾸준히 배우로서 다양한 도전을 이어왔다. 그러나 그는 해가 거듭될수록 생긴 조급함은 불안으로 뒤바뀌었고 연기를 그만둘 고민까지 했다. 힘들었던 시기에 만난 ‘너를 닮은 사람’은 김재영을 다시 한번 김재영이 욕심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는 뒤처져있을 때 다시 되돌아올 해답은 초심이라는 방법을 알았다.

“슬럼프는 많이 극복했다. 항상 어느 작품을 할 때마다 ‘이게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싶었다. 그런데 슬럼프를 겪는 동안 가장 고민한 게 ‘내가 연기를 왜 하고 있나’였다. 내가 여태까지 해온 일이었지만 앞으로 이 일로서 가능성이 있는지, 내가 행복한가 고민을 한 시기였는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이 잘 맞았다. 연기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너를 닮은 사람’은 몰입을 하면서 했고 집중하면서 촬영했던 작품이다. 후회도 남지만 얻은 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

장기간에 걸쳐 촬영하다 보니 김재영은 몇 개월 간 서우재로 살았다. 올해 절반 이상을 ‘너를 닮은 사람’과 함께 보낸 셈이 된 김재영에게 2021년은 어떤 해였을까. 그는 망설임없이 “초심으로 돌아간 해”라고 답했다.

“이 작품을 하게 돼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얻었고 드라마가 결과적으로 얼마나 잘 됐는지를 떠나 큰 작품이었다. 봐주신 분들도 많아서 올 한 해는 저에게 다시 시작하는 해였다. 연기자로서 다시 성장하는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해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