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닮사' 신현빈, 연기 스펙트럼 넓혀가다 [인터뷰]
입력 2021. 12.16. 15:21:14

신현빈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신현빈이 생기가 없고 시들어진 여자 구해원으로 완벽 변신했다. 그는 전작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버리며 또 한 번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신현빈은 2022년에도 다작 행보를 이어갈 준비 중이다.

JTBC '너를 닮은 사람'(극본 유보라, 연출 임현욱, 이하 '너닮사')은 아내와 엄마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여자와, 그 여자와의 짧은 만남으로 '제 인생의 조연'이 되어버린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 지난 2일 총 16부작으로 종영했다.

‘너를 닮은 사람’은 한 치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인물들의 심리전과 예측불허 전개로 매 회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특히 어느 관계도 한마디로 쉽게 정의할 수 없었다. 실타래처럼 얽힌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던 이들의 감정도 어느새 공감하게 됐다. 어쩌면 이러한 점이 ‘너닮사’만의 매력이기도 했다. 누구 하나 확실한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지만 상처입은 사람들은 존재했다.

“저는 이 대본 자체에서 이야기가 가진 힘이나 어떤 대사들, 캐릭터들 면면이 되게 재밌게 느껴졌다. 단순히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고 감정들이라 많이 끌렸다. 누구 한 사람도 완벽한 피해자도 완벽한 가해자도 없고 다들 어느 정도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해선 안 되는 선택을 해버렸고 그 결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깊숙이 알고 싶고 공감하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반면에 다른 사람의 깊은 이야기를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저는 그런 인물들의 모습이 궁금했던 것 같다.”

신현빈은 극 중 작가의 길 대신 계약직 미술교사로 전전하며 일말의 희망도 갖고 있지 않은 구해원 역으로 분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조연인 돼버린 해원은 늘 불안정하고 예민하고 누군가 밀면 꺾여버릴 듯이 벼랑 끝에 놓인 인물이었다.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을 당한 해원은 더이상 잃을 게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끝없이 정희주(고현정)를 좇고 서우재(김재영)에게 집착했다. 신현빈 역시 해원의 감정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연기를 하는 순간 점점 그에게 빠져들었다.

“사실 저희 드라마 자체의 특징인 것 같다. 누구도 완전하게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누구도 이해가 안 가는 사람이 없다. 대본을 볼 때도 그랬지만 방송을 보면서도 각자 입장에서 나름대로 이해가 되면서도 ‘저러지는 말지’라는 생각이 든다. 후회를 돌이킬 수 없는 사람들이니까. 되게 어렵기도 했지만 재밌었다. 단순히 해원이가 완전히 이해받고 그런 역할이라면 드라마 전체로 봤을 때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각자 이유가 있고 조금 마음이 아픈 부분도 있다.”

멀리서 본다면 희주는 해원에게 자신의 남자를 빼앗고 인생까지 망치게 한 복수의 대상이다. 드라마도 마치 해원이 희주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타난 인물처럼 흘러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희주를 향한 해원의 감정은 단순하지 않았다. 부러움과 동시에 증오심을 느끼는 애증의 관계였다. 극 중에서 수없이 감정적 대립을 이루었지만 고현정은 신현빈에게 의지가 됐던 상대 역이자 배우였다.

“재밌게 즐겁게 편하게 찍었다. 촬영하기 전에 준비하는데 여유가 있어서 많이 만난 게 영향을 준 것 같다. 상대 배우가 (고)현정 선배라서 있는 부담감보다 제가 제 것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항상 있다. 물론 함께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수 있지만 의지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컸다.”

접점이라곤 없는 두 여자가 한 남자로 인해 대립하고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전개는 여느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결말이다. ‘너닮사’에서는 조금 더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우재가 사망한 뒤 희주는 어디론가 종적을 감춰버렸다. 해원은 소용돌이를 거친 뒤 비로소 자신의 삶을 찾아 평범하게 살게 됐다. 과연 해원이 바라던 결말이었을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저희 드라마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지 않았을까.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할 때 내레이션을 통해 희주의 시간이 흐르고 제가 살아가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제 캐릭터 자체가 설명하는 내용이 한순간 만남으로 내 인생의 조연이 된 사람이라 내 삶의 주인이 아니었던 사람이 내 삶을 찾아간다. 해원이는 희주 이야기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인물이라 그 결말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너닮사’는 시청자들에게 수많은 물음표를 던진다. 사랑이 집착으로 번졌을 때의 치정극을 다뤘지만 결국 사람 간의 관계와 사랑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게 했다. 결국 드라마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사랑’과 ‘집착’이었다. 누구나 저 마다의 양가 감정을 품은 채 살아가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어느 감정을 따르느냐에 대한 결과를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나타냈다. 신현빈 또한 방송을 볼 때 만큼은 해원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해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란 뭘까. 내가 사랑이라 생각해도 상대방은 아닐 수 있고 상대적인 거니까 둘 다 사랑이라고 해도 누가 봤을 땐 사랑이 아닐 수도 있고 다양한 모습이 있는 것 같다. 드라마에서 부제들이 여러 개 나오는데 촬영이 끝나고 다른 작품 촬영하면서 보다 보니까 제 입장 말고 다른 입장을 보면서 보게 되더라. 그렇게 생각해보면 모두가 마음이 아프더라. 막상 누구 하나 안쓰럽지 않은 사람이 없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 사람이 한 가지면 만 있을 수 없지 않나. 다양한 면이 있는데 그런 면이 극적으로 비추어졌단 생각도 했고 사람과 사랑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구해원은 신현빈의 연기 변신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지난 9월까지 ‘슬기로운 의사생활’ 장겨울로 시청자들을 만난 신현빈은 180도 결이 다른 연기를 펼쳤다. 이외에도 10여 년간 신현빈이 쌓아온 필모그래피에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과 작품들이 쌓여있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신현빈은 재밌는 대본들만을 보는 안목을 키워왔다. 그리고 어느덧 대중들에게 재밌는 작품에 나오는 배우로 도장을 찍었다.

“일단은 재밌어야 한다. 제가 봤을 때 재미가 있어야 적어도 누군가 보시게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저는 재미있지 않은데 다른 사람에게 보라는 건 말이 될까.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주변에서 ‘이거 잘 될 거야’라고 해서 하고 그런 건 모르겠다. 저한테 재미가 있고 흥미가 있는 작품을 하려고 하고 그런 것에 있어서 전체적인 이야기, 캐릭터를 보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분명한 것은 전에 해보지 않고 익숙하지 않으면 좀 더 흥미롭고 호기심이 생긴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그런 선택들을 해왔던 것 같다.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는다.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는 좋아도 이야기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결국 그때 상황에 맞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다.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여도 다른 면들이 많듯이.”

신현빈의 열일 행보는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벌써 차기작으로 티빙 오리지널 ‘괴이’와 JTBC 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확정지은 신현빈은 또 새로운 얼굴로 대중들 앞에 선다. 비슷한 역 같아도 연기할 때는 늘 새롭다는 신현빈이 쌓을 다음 필모그래피에 기대가 높아진다.

“‘괴이’를 먼저 보여드릴 것 같고 그 이후 ‘재벌집 막내아들’로 찾아뵐 것 같다. 이전에 변호사는 해 봤는데 검사는 처음이다. 비슷한 면이 많지 않을까 했는데 다른 면이 많고 시대물이라 시대변화에 따라 캐릭터에 감정이나 성격도 변하고 외적인 변화도 있다. 그런 부분을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유본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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