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준, 탄탄한 필모 잇는 징검다리 '구경이' [인터뷰]
- 입력 2021. 12.17. 15:49:38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김혜준이 다음 도약을 위한 또 하나의 징검다리를 건넜다. ‘구경이’는 김혜준에게 만족스럽고 자랑스러운 작품이 됐다.
김혜준
지난 12일 종영한 JTBC '구경이'(극본 성초이, 연출 이정흠)는 게임도 수사도 렉 걸리면 못 참는 방구석 의심러 구경이의 하드보일드 코믹 추적극. 김혜준은 극 중 무해한 인상과 달리 모든 살인을 사고사로 위장하는 완벽 범죄가 숙달된 케이 역으로 분했다.
김혜준은 ‘구경이’를 떠나보내는 소감에 아쉬움을 표했다. 케이로 지냈던 모든 시간이 즐거웠다는 김혜준은 여전히 현장을 그리워했다. 그럼에도 무사히 마친 ‘구경이’가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에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방영 당시 넷플릭스에 동시 공개된 ‘구경이’는 종영 후에도 국내 TOP10 콘텐츠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글로벌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시원 보다 섭섭하다. 너무 즐거웠는데 다시 현장에 나가지 못하고 모이는 게 불가능해서 아쉽지만 작품에 너무 재밌었던 작업이었기 때문에 만족한다. 자랑스러운 작품이 될 것 같다.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서 감사하다. 이 정도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드라마랑 케이를 응원하고 예쁘게 봐주신 분들이 많아서 굉장히 감사하다.”
김혜준은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 받은 대본을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는 김혜준은 ‘구경이’에 금방 빠져들었다. 대본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흡입력을 느꼈다고. 거기다 이영애와의 연기 호흡은 상상치도 못한 기회였다.
“대본을 한 번에 못 읽는 편이다. 쉬면서 읽는데 ‘구경이’는 5화까지 만화책처럼 바로 읽었다. 만화적인 대본에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 예측이 안 가서 재밌었다. 또 20대 배우들이라면 탐을 낼 캐릭터라 생각했다. 쉽지 않겠다는 고민도 들었는데 내가 살면서 또 언제 이영애 선배랑 연기하고 이런 작품을 해볼까 싶더라. 그래서 이건 걸어볼 만하다는 생각에 바로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케이는 그간 다수의 작품에서 비추어진 살인마와는 다르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가 살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둥 살인마 캐릭터에 동정심과 면죄부를 담지 않았다. 케이는 살인을 뚜렷한 목적 없이 행하는 일종의 놀이로 여겼다. 전례없는 여성 살인마 캐릭터였던 만큼 김혜준에게도 케이를 어떠한 악인으로 그리느냐는 숙제였다. 김혜준은 대본에 있는 그대로의 케이에 충실하고자 했다.
“어떤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사이코패스라는 전형적인 행동들에서 차별화를 둬야겠다는 생각도 안 했다. 나만의 케이를 그려야겠다는 생각만 했고 대본에 있는 그대로의 케이를 표현하려고 했다. 진짜 무서운 사람은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들이지 않나. 전혀 예측할 수가 없는 캐릭터인데 케이도 그런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건욱(이홍내)이가 저를 무서워하는 게 어떻게 보면 케이를 절대적인 인물로 납득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사회적 가면이 있다. 어느 정도 속내는 숨겨가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우리는 사회화라고 정의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살면서 어떻게 하고 싶은 걸 다 해’라는 말에 수긍한 채 내적 욕구를 상상에 맡긴다면 케이는 그 반대의 사람이다. 마음 가는 대로 살고 고민없이 실행으로 옮기는 케이는 비사회화된 인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짜릿한 사이다를 선사한다. 물론 그게 살인이라는 건 잘못됐지만. 김혜준은 케이를 연기하면서 그의 본능적인 행동에 속 시원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럴수록 혼자가 돼가는 케이에 연민의 감정도 느꼈다.
“케이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한다. 예의를 차린다든가 사회적 시선이나 그런 걸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다 한다. 저는 그러지 않지만 인간의 본능대로 살아가는 연기를 했다는 게 속 시원하기도 하고 즐거웠다. 한편으로는 안쓰러움도 있다. 케이만의 세상이 있고 그 친구만의 슬픔이 있는데 불쌍하더라. 건욱이랑 싸우고 건욱이가 결국 날 떠나가려고 할 때 슬픔을 느꼈다.”
김혜준은 이영애와 이홍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극 중 이영애와 김혜준은 대립 구도로 신경전을 벌이는가하면 온 몸을 던지는 액션 연기까지 펼쳤다. 이홍내는 케이의 조력자로서 곁에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를 두려워하는 인물로 열연했다. 두 사람과의 호흡을 통해 많은 힘과 배움을 얻었다는 김혜준이다.
“제가 하는 걸 다 받아주신다. 제가 뭐 말 만하면 ‘혜준이 최고야’라며 부드럽게 말씀해주시는데 그런 응원에서 힘을 받았다. 또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건욱이는 케이의 조력자라 케이가 빛나면 건욱이도 빛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이홍내 오빠가 맞춰줄 때도 있고 건욱이 가 두려워하는 게 맞다는 신일 땐 제가 하는 모든 걸 받아주셨다. 제가 무서워 보여야 더 빛이 나니까. 본인 연기에만 집중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 조화나 상대 역과의 호흡을 중요하게 하는 배우시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후배로서도 많이 배웠던 것 같다.”
‘구경이’는 그야말로 배움의 장이었다. 변화무쌍한 케이를 연기하면서 김혜준은 즉흥적인 상황에 대응하고 금방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게 됐다. 준비해 온대로 쏟아붓는 것도 좋지만 현장의 흐름에 맞추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법도 배운 김혜준이다.
“저는 약간 고민도 해가고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 미리 생각을 하고 가는 편인데 케이는 아무래도 예측할 수 없고 즉흥적인 캐릭터라 현장에서 변할 때가 많았다. 연기결이나 행동이나 설정같은 게. 그런 것에 대해 대본보다 대범해지고 좀 더 유연해지려고 노력했다. 전날에 엄청 긴장한 편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아주 조금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현장에서 있는 그대로를 느끼려고 했다.”
케이는 사람들을 골라 죽인다는 특이점도 있다. 이른바 ‘죽어 마땅한 사람들’, ‘이런 놈들은 죽어도 싸’라는 말들을 듣는 이들이 케이의 타깃이다. 이런 케이의 신념은 ‘구경이’를 통해 전하고자한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한 부분이다. 김혜준도 케이의 행동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
“기획의도에도 있는 말인데 악한과 선함을 개인이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괜히 법이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근데 케이는 개인이 판단해서 주변에 피해를 입히고 그래서 결국 벌을 받는다. 어쨌든 케이가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는 악한 사람을 처단한다고 해도 어쨌든 케이는 나쁜 사람이라는 걸 끝까지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영화 ‘미성년’, ‘싱크홀’, 드라마 ‘십시일반’ 등 다양한 작품으로 변신을 거듭한 김혜준은 개성있는 연기력으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필모그래피에 선 굵은 작품들을 연이어 쌓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혜준은 어떤 캐릭터든 자신의 색깔로 채워갔다. 평범함 속에서 빛남이 있는 김혜준은 매 도전을 통해 용기를 얻는다고. ‘구경이’로 또 한 번 연기적 스펙트럼을 넓힌 김혜준의 다음 도약이 주목된다.
“하나로 정형화된 이미지가 아니라 다양한 얼굴로 봐주신 것 같다. 주체성 있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데 이걸 해도 저걸 해도 어울릴 평범함에서 있는 가치가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은 연기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분들을 만족시킬 순 없지만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용기를 얻게 된다. 제가 연기한 케이에 만족하진 않는다. 항상 아쉬움이 있는데 ‘구경이’는 제가 출연해서도 있지만 작품 자체의 팬이라 있는 그대로 재밌게 봤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앤드마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