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VIEW] '설강화', 예견된 논란…역사 왜곡 방심한 대가
입력 2021. 12.20. 10:54:28

'설강화'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역사왜곡’ 우려 속에 방송된 ‘설강화’가 2회 만에 폐지 위기에 놓였다. 올해 초부터 방영취소, 촬영중단을 요구해왔던 시청자들의 반응을 무시한 채, 방송을 강행한 ‘설강화’는 예견된 논란이었다.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 snowdrop'(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 이하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수호와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영로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

지난 18, 19일 방송된 ‘설강화’는 예상대로 역사왜곡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폭주하며 ‘설강화’ 방영중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정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돌파했다. 단독 공개를 맡은 OTT플랫폼 디즈니 플러스에도 콘텐츠 삭제를 요구하는 항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앞서 ‘설강화’는 정식 방영 전 유출된 일부 시놉시스에서도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이 제기돼 비판 여론이 확산된 바 있다. ‘설강화’ 촬영을 중단시켜달라는 국민청원 동의인원 또한 6만 명 이상 돌파하기도.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JTBC는 “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라며 “억측에 불과, 제작의도와도 전혀 무관하다”라고 반박했다.

방송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도 조현탁 감독은 “1987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당시 군부정권이라는 상황 외엔 모든 게 가상의 창작물”이라며 “그런 창작을 한 이유는 수호와 영로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포커싱하기 위해서다. 그 밖에는 모두 가상이며 그 안에서 저희들만의 리얼리티와 밀도를 가지고 이야기를 소신껏 진행했다”라며 역사왜곡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설강화’는 논란을 모은 시놉시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자 주인공이 운동권 학생으로 나타나지만 알고보면 남파 무장간첩이며, 여자 주인공은 여대생이자 그를 도와주다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오차없이 그려졌다.

특히 남자 주인공인 수호(정해인)에 재독교포로 위장한 간첩이라는 설정과 그를 운동권 학생으로 오인해 도와주는 여자 주인공 영로(지수)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로 1980년대 당시 안기부 전신인 중앙전보부에서 독일 비롯해 유럽 유학생들을 간첩으로 몰아 고문한 역사적 사건이 버젓이 있기 때문.

또한 수호가 안기부 요원들에 쫓길 때 배경 음악으로 민주화운동 당시 사용된 노래인 ‘솔아 푸르른 솔아’가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민주화운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승리를 역설하는 노래를 1980년대 안기부와 간첩이 나오는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제작진은 이러한 논란의 여파를 의식한 듯 ‘설강화’ 드라마 홈페이지의 시청자 소감 및 JTBC 시청자 게시판, 네이버 실시간 톡까지 비공개로 설정해 비판 여론을 방어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설강화’ 출연 배우들, 광고와 협찬사 목록들 공개, 국민청원 링크를 공유하며 ‘설강화’ 불매 운동에 나섰다.

이에 '설강화' 협찬사인 떡 브랜드 싸리재마을과 도자기업체 도평요, 기능성차 브랜드 티젠 등 일부 업체들은 드라마 광고, 협찬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설강화’ 출연진들도 논란의 화살은 피하지 못했다. 주연 배우인 정해인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시대적 배경에 대한 공부한 부분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내가 88년생이다. 1987년은 직접 겪어보지 못한 시대. 당시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기도 하지만, 사실 정답은 다 대본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1987년도 역사 의식에 대한 부족한 이해도를 드러냈다.

더불어 지수는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은 ‘설강화’의 방영 당일, 자신의 SNS에 버젓이 첫 방송 홍보글을 올려 뭇매를 맞았다. 블랙핑크 멤버인 로제, 제니, 리사 또한 개인 SNS에 일제히 홍보글을 게재하며 대놓고 응원에 나섰다. 글로벌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블랙핑크가 논란을 인지하지 못한 행보는 실망적일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출연진에 이름을 올린 유인나, 장승조, 윤세아, 김혜윤, 정유진, 허준호, 박성웅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실망감을 내비췄다.

역사왜곡 논란을 씻지 못한 선례로 ‘조선구마사’가 있다. ‘조선구마사’는 방영 2회 만에 전면 폐지를 결정하며 SBS에서 불명예로 퇴장했다. 최근 K-드라마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제작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역사적 배경을 설정으로 한 드라마일 경우 책임감은 배가된다. 온전히 1987년도를 배경으로 가상 이야기와 로맨스만을 그리고자 했다면 민주화 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폄하시킬 여지는 있어선 안됐다.

한편 ‘설강화’ 방영 중단 요구에 대한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서며 정부의 답변이 게재됐다. 청원 답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나친 역사왜곡 등 방송의 공적책임을 저해하거나 심의규정을 위반하는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된다”라며 “향후 5기 방심위 위원이 구성되는 즉시 안건을 상정하여 방송심의규정 위반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방심위는 시청자 민원이나 방심위 자체 모니터링 등을 통해 방영된 방송의 공정성, 공공성 및 공적 책임 준수 여부를 철저히 심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어 담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설강화’가 ‘조선구마사’와 같은 수순을 밟을지, 사태를 수습하고 정상 방영을 지켜갈지 주목된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JTBC 제공, ‘설강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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