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이' 곽선영이 지칠 줄 모르는 법 [인터뷰]
입력 2021. 12.21. 15:52:14

곽선영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곽선영이 쉼없이 달려온 끝에 인생작을 만났다. ‘구경이’는 곽선영에게 또 다른 기회를 안겨주었다.

JTBC ‘구경이’(극본 성초이, 연출 이정흠)는 게임도 수사도 렉 걸리면 못 참는 방구석 의심러 구경이의 하드보일드 코믹 추적극. 곽선영은 극 중 前 강력팀 형사이자 現 NT생명 B팀 팀장 나제희 역으로 분했다. 리더에 대한 동경을 품은 야망가로 권력 상승을 위해 기꺼이 용숙(김해숙)의 손을 잡는 인물이다.

‘구경이’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캐릭터들의 독특한 매력은 첫 회부터 깊이 있는 몰입감을 선사했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나오기까지는 일차적으로 대본이 가진 힘으로부터 발휘된다. ‘구경이’는 읽을수록 빠져드는 대본의 힘이 막강했다. 곽선영도 첫 대본을 흥미롭게 읽다 보니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고. 더불어 극의 중심에 선 나제희에 자신감이 있었다는 곽선영이다.

“드라마 대본에 형식이 있는데 감독님께서 그 형식과 틀을 깬 희안한 대본이라서 잘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고 하셨다. 대본을 읽는데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처럼 쑥쑥 넘겨졌고 끝부분에 반전이 있으니까 또다시 읽고 그런 재미가 있더라. 또 감독님께서 나제희를 캐스팅할 때 제일 고심했다고 전해 들었다. 현실적인 중심을 잡아야 하는 인물이어서 저를 뽑아주셨다고. 그 말이 참 듣기 좋았다. 고민 끝에 나를 선택해주다니. 그래서 저도 의심할 여지 없이 확신하고 출연을 결심했다.”

구경이(이영애)를 비롯해 케이(김혜준), 용숙(김해숙), 산태(백성철), 경수(조현철) 등 각자 유별난 특징들을 지닌 인물들 사이에서 나제희는 ‘구경이’에서 주변에서 있을법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더불어 나제희는 워커홀릭부터 애엄마까지 다양한 역할들을 수행하며 공감을 자아냈다.

“모두가 각자 직업이 있고 가정이 있고 친구가 있듯이 난 한 몸이지만 이런저런 다양한 역할이 있지 않나. 나제희도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려면 내가 가진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해서 딸로서 엄마로서 팀장으로서 또 구경이와는 그간의 쌓인 정을 보여주며 후배로서 모습이 있다. 용국장 앞에선 권력에 숙일 수밖에 없는 그런 다양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했다.”

등장인물 소개에서 나제희는 ‘힘을 쫓는 자’라고 기재돼있다. 가장이자 엄마와 딸로서 삶의 모든 짐을 지고 있는 나제희에게 성공은 절실했다. 그 순간 권력의 우위에 있는 흑막 용국장이 손을 내밀자 나제희는 덜컥 손을 잡고 말았다. 그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 채. 사실 나제희에게는 용궁장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곽선영은 용국장이 아니더라도 나제희는 신분 상승을 시켜줄 또 다른 권력의 손을 잡을 성공에 목마른 인물로 봤다.

“나제희는 한 번도 ‘난 성공할 거야. 1등 할 거야. 어느 자리까지 올라갈 거야.’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다고 전사를 들었다. 그랬던 나제희가 어쨌든 집이 어려운 상황이었으니까 돈과 위치를 쫓았던 것 같다. 그 순간에 적절하게 나타난 인물이 용국장이라서 용국장을 쫓은 거다. 그가 쫓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표면적으론 용국장이 자애로운 어머니, 사업가고 어린이 재단을 꾸미고 봉사활동 하는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나. 그 사람의 돈과 경력만을 보고 나제희는 용국장처럼 돼서 가정의 빚도 청산하고 아버지나 나나 인생도 바꾸고 싶었을 것 같다. 그 시점에 용국장이 나타난 거고. 아마 그 시기에 용국장이 아닌 다른 인물이 나타났어도 나제희는 벼랑 끝에 몰려있었기 때문에 그 인물을 쫓았을 것 같다.”

야망 있는 나제희를 연기한 만큼 배우 본체와의 싱크로율도 궁금했다. 곽선영은 자신을 야망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번에 큰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조금씩 차근차근 그림을 완성해나가고자 했다. 곽선영은 그러다 보면 반드시 이루는 것들이 생긴다고 믿었다. 반면 나제희와 닮은 점으로는 늘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일상을 언급했다.

“야망이란 말은 저랑 거리가 멀다. 야망이 있지 않고 원대하고 방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무의식에서 나는 어떻게 살 거라 그런 목표가 어딘가 자리 잡고 있을 진 몰라도 하루하루 단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채워나가면서 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발전하게 되고 어느 순간 큰 목표에 다다르지 않을까. 하루하루의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려고 한다. 나제희랑 비교했을 때 야망이 있고 없고는 다르지만 다 잘하고 싶어하는데 잘 안되는 것은 닮은 것 같다.”

나제희는 구경이를 잘 아는 구경이 전문가다. 보험회사를 다니면서도 구경이에 일들을 의뢰하며 경찰 후배이자 조력자로 밀당 워맨스를 펼쳤다. 이영애와의 연기호흡에 곽선영은 “굉장히 편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존재감만으로도 현장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준 이영애에 곽선영은 많은 배움과 고마움을 느꼈다고.

“현장에서 모든 배우들을 만났을 때 불편함이나 어떤 거리감이 없었다. 다들 참 좋은 사람들이었다. 호흡이 잘 맞았던 가장 큰 이유는 이영애 선배님의 배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후배들의 부족한 부분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 기다려주셨다. 굉장히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고 촬영 전과 후 달라진 점은 선배님의 우아함, 따뜻함, 차분한 이미지는 그대로 있고 거기에 배려하시는 부분, 따뜻함이 더 증폭돼서 이미지가 확장된 듯하다. 저도 그렇게 따뜻한 선배가 되고 싶다.”

2006년 뮤지컬 ‘달고나’로 데뷔한 곽선영은 올해로 데뷔 15년 차 배우가 됐다. 데뷔 이후 쉼 없이 작품들을 만나며 연기를 하고 있는 곽선영은 단 한 번도 지친 적이 없었다. 연기하는 그 자체가 즐거웠기에 곽선영은 지치지 법을 몰랐다.

“진짜 열심히 살았다. 쉬지 않고. 공연 때도 겹치진 않았지만 항상 한 번에 두세 작품을 연달아서 했는데 그만큼 즐거웠다. 일한 스트레스를 다른 방법으로 푼다고 하던데 저는 일하면서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해소된 것 같다. 24살에 데뷔했는데 언제 세월이 흘렀나 싶다. 제가 방송을 하고 있다는게 아직도 신기하다. 단 한 번도 TV에 나갈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현실에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제 것을 열심히 하다보니 기회가 찾아왔고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잘하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오지 않을까.”

주로 공연 무대에서 활약을 펼쳤던 곽선영이 매체 연기를 선 보인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곽선영은 지난 2018년 ‘친애하는 판사님께’를 시작으로 ‘남자친구’, ‘VIP’,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으로 브라운관에 입성했다. 그래서 여전히 카메라 앞에선 신인 배우 느낌이라는 곽선영이지만 그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녹아들며 신스틸러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제 이름을 각인시켰다면 너무 행복하다. 드라마 인물로서 기억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배우보다 인물로서. 그만큼 입체적으로 잘 그려냈다는 거니까. 그런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분들이 제 이름을 기억해주셔서 특별한 한 해였다. 올 초엔 좋은 작품 열심히 즐겁게 하고 싶단 마음이었고 연말엔 내년에 또 좋은 작품하고 싶다였는데 기대가 채워졌다. 좋아하는 일을 쭉 해왔기 때문에 큰 감정 변화는 없다. 행복하게 작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구경이’ 덕분에 이뤘다. ”

‘구경이’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곽선영은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곽선영에게 ‘구경이’는 한 해를 채워준 작품이자 너무나 즐겁게 촬영한 작업이었다.

“만약에 세월이 흘러서 뒤돌아본다면 제일 먼저 떠오를 작품일 것 같다. 그만큼 작업기간이 길다면 길었는데 즐겁게 했다.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모두 한마음 한뜻을 모아 에너지를 쏟아붓는 느낌이었다. 모두가 느꼈고 촬영할 때마다 희열이 느껴져서 지금은 저에게 첫 번째로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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