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이' 이정흠 감독 "이영애 연기 변주, 깜짝 놀라…다음 작품 기대" [인터뷰 ①]
입력 2021. 12.23. 08:00:00

JTBC '구경이' 이영애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이정흠 감독이 이영애와 호흡을 맞춘 소감, 촬영 비하인드 등 ‘구경이’에서 못 다한 이야기들을 전했다.

JTBC ‘구경이’(극본 성초이, 연출 이정흠)는 게임도 수사도 렉 걸리면 못 참는 방구석 의심러 구경이의 하드보일드 코믹 추적극. 지난 12일 총 12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구경이’는 예측 불가 전개와 감각적인 연출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으며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 매회 반전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춘 ‘구경이’는 입소문을 타며 탄탄한 시청자 층을 넓혀갔다.

이에 ‘구경이’는 종영 후에도 넷플릭스 국내 콘텐츠 TOP10 상위권에 머물며 글로벌 인기 여운을 이어가고 있다.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았다는 이정흠 감독은 무사히 마친 소감을 전했다.

“어려운 장면이 많아 무사히 사고 없이 잘 마쳤으면 좋겠다가 처음의 목표였는데, 그 목표 이상을 이루게 해준 스태프와 배우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구경이’에 넘치는 사랑을 주신 시청자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제작발표회 당시 이정흠 감독은 ‘구경이’를 한 마디로 “이상한 드라마”라고 표현했다. 처음 접한 대본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그러나 예측할 수 없이 등장하는 반전은 끝없이 대본 속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또한 여성 캐릭터들이 주도적으로 극을 이끌어간다는 설정 또한 흥미를 자극하며 이 감독의 도전 의식을 불태웠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정말 이 (대중적이지 않은) 대본을 이런 큰 제작비로 제작한다고?’라는 의심으로 시작했다. 기존 드라마의 서사구조나 캐릭터 작법을 대부분 비틀고 있던 대본이라 시청률 등의 일반적 지표에서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해보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생겼다. 또 드라마의 주요 배역이 모두 여성인 특성에서 나오는 인물들 사이의 독특한 관계성과 장르물에 대한 관습 비틀기가 매력적이었다. 하드보일드라는 남성 캐릭터 위주의 장르 구조를 성별반전으로 절묘하게 뒤집은 대본에 통쾌함마저 느꼈다.”

특히 이 감독에게는 ‘구경이’가 던진 ‘사적 복수’를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매력적이었다. 앞서 사적 복수를 대행해준다는 개념의 ‘모범택시’가 있었더라면, ‘구경이’에서는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사고사로 위장해 살해하는 자 케이(김혜준)와 그를 막는 자 구경이의 대립으로 그려졌다.

“대본의 파격성 아래 숨겨놓은 주제 의식도 매력적이었다. ‘사적 복수’를 통해 통쾌함을 주는 콘텐츠가 넘치던 시기라 ‘구경이’ 대본에서 던지는 사적 복수에 대한 독특한 질문 방식에 많이 끌렸다. 사적 복수를 실행하는 사람과 사적 복수를 막으려는 사람의 내면을 다 들여다보며 두 입장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대본이었기에, 단순한 대중적 사이다를 주거나 뻔한 윤리적 답변을 추구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대본의 4부까지 본 상황에서 이 재기발랄한 작가가 이 어려운 질문에 어떠한 답을 내릴까에 대한 호기심에 이 작품에 동참하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이 감독은 ‘구경이’를 통해 이영애, 김혜준이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를 깨고자 했다. 예상할 수 없는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이 감독의 목표는 성공적이었다.

이영애와 김혜준의 파격 연기 변신만으로도 화제를 모았기 때문. 이영애는 ‘이렇게 망가진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떡진 머리와 꼬질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시청자들이 배우들에게 가지고 있던 고정된 이미지와 전혀 다른 느낌의 배역을 매칭해 배우와 극 중 인물 사이의 괴리감을 만들고 싶었다. 이영애 배우니까 ‘차분하고 우아하게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드라마를 보았는데 머리에 파리가 날아다니고 ‘죽어, 죽어’를 외치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괴리감이 오히려 구경이라는 인물에 더 집중하고 흥미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도대체 이영애는 왜 저러고 있지? 뭔가 사연이 있지 않을까? 그게 뭔지 너무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이영애라는 배우의 기존 분위기에 압도되지 않고 구경이라는 인물의 사연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다.”

이 감독은 김혜준의 전작을 통해 보여준 서늘함과 평범함 사이에서 케이의 얼굴을 발견했다고. 이에 김혜준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절대 악인으로 나타나 여태껏 본 적 없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역을 소화했다.

“케이의 경우는 김혜준 배우가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킹덤’에서의 서늘함과 ‘미성년’에서의 평범함을 섞은 후 김혜준 배우의 아이같이 맑고 발랄한 얼굴을 외형적으로 극대화했다. 기존의 연쇄살인마들이 지닌 음침하고 다른 세상 사람 같은 이미지가 아닌 ‘우리 곁의 평범한’ 연쇄살인마 캐릭터를 만들어보려 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연쇄살인마’이지만 ‘평범한 대학생’이기도 한 케이의 양면적 모습을 따라갈 수 있기를 바랐다.”

‘구경이’는 이영애의 4년 만에 드라마 복귀작이기도 했다. 이영애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 감독은 그를 ‘프로페셔널리즘의 극치’라고 표현했다.

“대본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세밀하게 파고들어 질문하고 답을 찾으며 연기를 하는 모습에서 ‘진짜 프로구나’라고 생각했다. 캐스팅이 확정된 후, 이영애 배우와 몇 번의 개별 리딩을 진행했는데 구경이의 앉는 자세부터 술을 마시는 손동작 등 사소한 부분까지 다 연구하며 대본을 읽는 모습에 감탄했다.”

세세한 부분까지 고민하며 연기한 이영애는 제작진이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챙기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본인이 고민한 캐릭터 분석을 바탕으로 촬영 현장에서는 순간 순간 유연성을 발휘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며 여러 가지 모습을 다른 방식으로 연기하기도 한다. 이영애 배우는 자신의 연기 패턴에 세밀한 변화를 주려는 욕심이 강해서, 간혹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해도 되는 연기를 변주하는 걸 보며 깜짝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드라마 공백기가 있었다고 느낄 새도 없이 촬영에 온전히 몰입했던 이영애에 이 감독은 깊은 애정을 표했다. 캐릭터들의 감정선과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수정되고 변하는 장면들도 많았기에 ‘구경이’는 제작진들에게도 매 순간이 도전이었던 현장이었다. 그럼에도 흔들림 없이 특유의 평정심으로 극을 이끌어간 이영애는 존재감만으로도 든든한 존재였다.

“‘구경이’는 실험적인 연출이 많은 편이었는데, 이영애 배우는 그런 부분들을 잘 이해하고 도전적인 부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어 연출자로서 많이 의지하고 도움을 받았다. 촬영이 모두 끝난 후 이영애 배우에게 좀 더 많은 작품에서 자주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다음 작품은 또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고 도전하실 것 같아 많은 기대가 된다.”

‘구경이’는 하드보일드와 코믹 장르를 결합시킨 드라마답게 개성 넘치는 연출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오프닝과 엔딩 크레딧을 장식, 연극무대로 재구성, 만화같은 연출 기법 등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특히 급전환되거나 반전된 전개 방식 또한 이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장면들이었다.

“대본 자체가 현실과 가상, 장르, 매체를 넘나드는 특성이 있어서 연출적으로도 이 경계들을 허물고 뒤섞어서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연극, 애니메이션, 게임 스타일의 연출은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방식의 하나로 사용했다. ‘구경이’는 의도적으로 서사와 개연성을 생략하는 지점들이 많았는데, 연극, 게임, 만화 등의 연출법은 그러한 생략으로 생기는 의아함이나 공백을 메우고 드라마에 집중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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