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알' 스토킹 처벌법의 사각지대…곽진영 피해 호소→보호책 시급 [종합]
- 입력 2022. 01.02. 15:20:27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스토킹 범죄자가 처벌을 받아도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피해자들. 처벌이 강화됐더라도 늘 불안함을 떠안고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해 보다 확실한 보호책이 시급하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1일 방송된 SBS 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목숨 건 숨박꼭질, 내 집 앞의 악마들' 편으로 스토킹 보복범죄로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들의 사연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먼저 인터넷 방송 BJ 나리(가명)씨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나리 씨는 시청자로부터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었다. 방송의 애청자인 박 씨는 오프라인 모임을 갖은 뒤부터 후원을 하기 시작했고 평소처럼 먹방을 진행하던 어느 날 사적인 용도로만 사용하는 나리 씨의 개인 번호로 전화가 왔다고.
제보를 하게된 결정적인 계기에 나리 씨는 "진짜로 찾아온 걸 제 눈으로 확인했다. 뭔가 통로에 누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저희 집이 3층인데 엘레베이터를 타고 6층을 올라갔다. 계단 쪽을 봤는데 저희 집보다 위의 층 계단에 서있더라. 저를 이렇게 보더니 아무렇지 않은 척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설마하고 제가 내려가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뛰어내려가더라.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못 움직이겠는 느낌이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날 이후 본격적으로 나리 씨의 주변을 맴돌며 스토킹을 시작한 박 씨에 결국 나리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박 씨는 경찰에 "벌금 내면 되잖아요. 7만 원 아니에요? 낼게요"라며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보여 더욱 나리 씨를 당혹케했다.
하지만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아도 범행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가해자들이 법의 심판을 통해 형사처벌을 받아도 피해자들에게는 평온한 일상이 돌아오지 않았다. 형사처벌로 인해 눈 앞에서 가해자가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도 전해졌다.
차단해도 계속해서 모르는 번호로 수십 개, 수천개의 협박성 문자를 받아온 배우 곽진영은 고통을 호소했다. 방송 촬영 중에도 구속된 스토커로부터 편지를 받은 곽진영은 눈물을 쏟아냈다. 1991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종말이' 역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배우 곽진영은 불과 1년 전 까지만 해도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갑자기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자취를 감춘 이유는 스토커 때문이었다.
곽진영의 스토커 김씨는 처음에 팬으로 접근해 오빠 동생으로 지낸 사이였다고. 그러나 어느 순간 집착으로 변했다. 곽진영은 "자기 여자도 아닌데 마치 자기 여자인 것처럼 얘기하고 다니고 전화를 너무 많이 했다. 그래서 제가 방송 생활하면서 29년된 전화번호를 바꿨다"라고 토로했다. 그의 집에는 4년간 스토킹을 당하고 고소를 준비하며 수북힌 쌓인 서류들로 가득했다. 또한 통장으로 1원씩 계좌이체를 보내면서도 협박성 메시지를 주기적으로 보내왔다.
또한 김씨는 곽진영의 집 앞까지 찾아와 문을 안 열어주자 그가 사는 곳 인근에서 고성을 지르고 소란을 일으킨 일도 빈번했다고. 당시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기 전인 탓에 민사소송을 통해 접근금지를 신청하고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했지만 A씨는 이를 피해 1인 시위를 하는 등 괴롭힘을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곽진영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주변 인물들까지 괴롭혀 고통스러웠다는 곽진영은 "물밖에 못 먹었다. 먹으면 헛구역질 나오고 손발이 떨리고 공황장애같이. 진짜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를거다. 정말로"라고 밝혔다. 곽진영은 심해진 우울증으로 최근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그러면서 곽진영은 구치소에서도 보내온 김씨의 편지에 스토커 보복에 대한 무서움을 드러냈다. 곽진영은 "지금도 겁난다. 저 안에 있으며넛 어떻게 날 망가뜨릴까. 해코지할까봐 무섭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정신과 전문가는 "스토킹 피해자들에게는 안정감을 침해받았다는 게 가장 큰 고통이다. 그들에게는 안전한 장소가 없다. 어디엔가 가해자가 나를 해할 뭔가를 해놓았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그 불안감이 심해지다 보면 PTSD가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스토킹 범죄 가해자를 수차례 신고하고 가해자들은 경찰로부터 접근 금지 등 잠정 조치를 받았음에도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연락을 해 결국 집을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은 피해자의 신고로 스토킹행위자에 대한 잠정조치만 시행했을 뿐 가장 강력한 조치인 유치장 또는 구치장에 유치 등은 시행하지 않았다. 피해자를 위협했으나 강력한 처벌은 하지 않았다. 또한 현행스토킹 처벌법에서는 경찰 집권으로 할 수 있는 긴급응급조치는 접근 금지 명령을 어긴다고해도 과태료에 그친다. 결국 잠정조치나 긴급응급조치는 가해자에게 충분한 두려움을 주지 않는다.
이에 경찰대 교수는 "과태료는 말 그대로 행정 처분이다. 벌이 아닌거다. 그런데 지금 조치에 대한 위반을 과태료로 정했다는 건 그만큼 긴급 응급조치를 위반한 상황을 중하지 않게 봤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인 고민은 지금 가해자는 계속해서 사회 내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는데 왜 피해자인 내가 숨어있어야하고 왜 쉼터에 가야하는가. 그런 신고가 이뤄지고 접근금지 명령이 있었을때 접근금지 명령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 신고 이후 피해자가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해 위험성 평가 등급을 확실하게 매기고 그것에 대해 전문적으로 평가하고 모니터링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의 바람은 그저 평범한 삶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지만 피해자들 중 누구도 쉽게 이 소망을 이루지 못했다. 평범하고 안전한 일상을 되돌려주는 것이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일이다. 곽진영은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싶다. 남들이 다 꿈꾸는 것. 그냥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잠을 잤으면 좋겠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 바라는 건 그거다. 편안한 일상을 꿈꾸는 거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바랐다.
지난해 10명의 피의자 신상정보가 공개됐고 이는 신상정보제도 시행 11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주목할 점은 이 중 절반이 스토킹 살인 혹은 보복 살인 피의자였고 공통점은 사건 발전 이전에 명백한 전조 증상을 벌였다. 사건 발생 전 좀 더 능동적인 감시와 엄중 조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미국 몇몇 주에서는 이미 가해자들을 능동적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것은 가해자 사생활 침해가 아닌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피해자 본인과 수사기관이 바로 알 수 있도록하는 취지에서 이루어졌다. 국내에서도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 첫 시행 이후 4000건 이상의 스토킹 관련 피해 신고 건이 접수됐다. 하루 평균 100건 이상으로 시행 전과 비교했을 때 4배 이상의 수치다. 많은 피해자들의 안전을 효과적으로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최근 경찰은 현장 대응력 강화 종합 대책을 내놓으며 폭력에 수반된 스토킹 관련 사건을 즉시 수사에 착수하고 가해자와의 분리를 위해 긴급 응급조치와 잠정 조치도 적극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긴급 응급조치 위반에 따른 과태료 규정을 형사 처벌로 변경해야 한다며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경찰의 이런 노력과 함께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은 피해자를 더 완벽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가해자를 더욱 두렵게 만드는 방법이다. 20여년 동안 잠들어있던 스토커 처벌법을 어렵게 실현시킨 것처럼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한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