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바다' 배두나, 수면 위로 끌어올린 감성 [인터뷰]
입력 2022. 01.06. 08:00:00

배두나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배두나가 2022년에도 ‘열일’을 예고했다.

‘고요의 바다’(극본 박은교, 연출 최항용)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배두나는 극 중 우주 생물학자 송지안 박사 역으로 분했다.

단편 영화 ‘고요의 바다’(2014)를 원작으로 한 ‘고요의 바다’는 대한민국 시리즈 최초로 달을 소재로 한 SF 미스터리 스릴러인 만큼 공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극은 물 부족 시대에서 마지막 희망인 월수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린다. 굵직한 사건들도 등장하지만 무엇보다 ‘고요의 바다’는 송지안의 시각으로 발해기지, 월수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전개가 주를 이룬다. 개인의 취향과 의견을 존중한다는 배두나는 다양한 반응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도 ‘고요의 바다’ 속의 숨은 의미를 강조했다.

“‘고요의 바다’라는 단편 원작을 먼저 보고 시나리오를 봐서 그런지 그 흐름대로 읽어서 시나리오의 여백이 이미 제 상상력으로 채워졌다. 그래서 자극적인 피 튀기는 드라마는 아니고 제목이 ‘고요의 바다’이다시피 바다에 수면 위로 파도치는 것보다 수면 밑으로 소용돌이가 치는 드라마라 생각했다. 캐릭터들끼리의 심리를 따라가면 무섭기도 하고 공포도 있고 슬퍼지기도 하고 여러 감정을 갖게 되는데 캐릭터와 배우한테 집중시키는 힘이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고요의 바다’는 다소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자극적인 요소들을 기대한 이들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배두나는 한국형 SF의 포문을 연 작품이라는 것 자체로 충분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요의 바다’는 대중들에 익숙한, 전형적인 SF 장르의 틀을 깨고자 했다. 오락성으로 즐길 단순한 재미보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몰입감으로 진가를 발휘한다. 최악의 상황을 마주한 인류를 대표해 달로 향한 대원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에 따라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오롯이 캐릭터들의 심리묘사에 집중했다.

“어려움은 있었지만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희열도 있고 뿌듯함도 있다. 한정된 조건과 시간 속에서 만들고 한 것이 그 이후에 나오는 또 다른 작품에 바탕이 될 수 있고 경험치가 될 수 있는 것에 큰 가치를 느낀다. 원래 먼저 경험해보는 걸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경험해본 것보다 제가 먼저 경험해서 깨우치는 걸 좋아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건 그동안에도 경험해봤다. 오히려 내가 먼저 경험해서 이 작품을 바탕으로 더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면 더 뿌듯할 것 같다.”

‘고요의 바다’는 배두나, 공유를 필두로 이준, 김선영, 이무생, 이성욱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함께하며 빈틈없는 연기력으로 꽉 채웠다. 같은 임루를 맡은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도 한 팀으로서 완벽한 합을 이뤘다. 배두나는 화기애애했던 현장 분위기 덕분에 극에서도 팀워크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들 케미스트리는 너무 좋았다. 섬세한 감정선을 유지해야돼서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지안이 심리적으로 힘든 상태를 유지해야하는 역할인데 사진첩을 보면 웃고 있는 사진이 많더라. 그만큼 배우들과의 호흡은 즐거웠고 행복했다. 보통 집단 활동을 하면 한두 명 힘든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모든 배우들이 착하고 서로를 위하고 잠깐 힘들어도 웃겨주려고 해서 으쌰으쌰 할 수 있었다. 공유, 김선영 배우가 분위기를 잘 만들어줘서 재밌게 했던 것 같다.”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 참여한 정우성의 존재감도 배우들에게는 상당한 동기부여를 일으켰다. 늘 열정적으로 현장에 참여했다는 정우성은 특히 배우들을 배려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견인했다. 덕분에 ‘고요의 바다’는 어느 작품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오롯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하루도 안 빠지시고 현장에 매일 오셨다. 처음 봤다. 제작자가 아니라 스태프처럼 그렇게 열심히하는 분은. 제작자 의자에서 보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를 하셨다. 그리고 배우시니까 배우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갖고 계신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위해줄 수 있을까. 편하게 할 수 있을지 저희도 느껴질 정도로 잘 챙겨주셨다.”

‘고요의 바다’에서는 달의 모습부터 말라버린 한강, 황폐해진 서울, 발해 기지 등 대다수의 배경들이 CG들로 재탄생했다. 공허하다 못해 고립감이 느껴지는 폐쇄된 발해기지 내부 또한 현실감 있게 그려져 몰입도를 더했다. 큰 어려운 없이 연기에 이입할 수 있었던 배두나는 제작진들의 노고에도 감사함을 표했다.

“생각보다 달 지면이나 세트장이 리얼했다. 실제로 봐도. 그린 스크린이 힘들지 않았냐, 실제로 있는 게 아니라 상상하는 게 힘들지 않았나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제작진이 어둡고 광활하고 아무것도 없는 달의 느낌을 굉장히 잘 살려주셔서 연기하면서 어렵지 않았다. 발해 기지가 폐쇄된 곳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구현해야 하다 보니 세트가 엄청났다. 너무 몰입하기 좋았고 프로덕션 기간에 세트에 대한 좋은 평을 봤다. 연기하기도 편했고 거기는 그 안에만 들어가면 우주에 있는 느낌이어서 연기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배두나에게 ‘고요의 바다’는 ‘센스8’ 시리즈, ‘킹덤’ 시리즈에 이은 오리지널 넷플릭스의 세 번째 작품이다. 국내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방면으로 활약을 펼치는 배두나는 꾸준히 넷플릭스와 작업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넷플릭스가 꾸려준 자유로움에서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해볼 수 있는 환경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창작자를 최대한 존중하는 느낌이 가장 좋다. 저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지만 김은희 작가님이 말씀하셨듯이 돈만 주고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미국에서 일할 때도 모든 것을 창작자를 믿고 맡기는 게 놀라운 기점었다. 그래서 창작자가 머릿속에 있는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데 깜짝 놀랐다. 한국 넷플릭스도 그런 것 같은데 넷플릭스와 작업을 많이 해서 이젠 가족같은 느낌이다.(웃음)”

극에서는 기후변화, 생체실험, 물 부족 문제를 비롯해 과학자로서 직업윤리 의식 등 다양한 철학적 메시지들을 두루 담고 있다. 배두나 또한 연기를 하면서 느낀점과 생각하게 되는 지점들이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결국 ‘고요의 바다’는 향후 우리가 직접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들을 다루며 작품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많은 화두를 던져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1부부터 8부까지 가면서 환경 문제라던가, 연구자로서 윤리의식도 그렇고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한 가지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슈퍼 히어로물을 별로 안 좋아한다. 인류를 구원하는 것, 나를 희생해서 그런 것보다 나, 개인이 더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면에선 ‘고요의 바다’를 보고 나니까 생각하는 게 많아졌다.”

쉼 없이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들을 만나온 배두나는 어느덧 데뷔 24년 차 배우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배두나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금껏 해온 모험들을 넘어 진정으로 바라는 것들을 찾아낼 배두나의 다음 여정이 기대된다.

“나한테 잘해주고 나한테 집중하자, 내가 행복한 길을 찾자. 사실 저는 그전까지 그렇게 안 살았다. 나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가. 행복하려면 어떤 길을 가야할 지를 요즘 생각하고 있는데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걸 찾아가고 있다. 스트레스 안 받고 웃으면서 살고 싶다. 그런데 저 내년에도 바로 작품 들어간다.(웃음)”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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