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감독 "보물 같은 작품,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인터뷰①]
입력 2022. 01.12. 14:28:49

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감독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이런 보물 같은 작품을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보물 같은 순간에 보물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제 마음속의 보물입니다.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강미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 연출 정지인)은 MBC 드라마국의 구세주였다. 6년 만에 시청률 15%를 돌파한 MBC 드라마(자체 최고 시청률 17.4%)였고, 쟁쟁한 경쟁작들 속에서도 드라마 화제성 8주 연속 1위를 차지한 남녀노소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수작(秀作)이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을 성공적으로 마친 정지인 감독은 최근 진행된 셀럽미디어와의 서면 인터뷰 통해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드라마가 처음이라 좋으면서도 많이 낯설고 얼떨떨하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지 몰랐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당장 복기할 자신은 없지만 보게 되면 또 부족한 면도 보이고 그럴 것 같다. 다들 반응이 좋은 건 얼마 안 가니 있을 때 즐기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즐겨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방송을 함께 만들어 온 모든 스텝들과 배우 분들, 그리고 늦은 시간에 끝까지 함께 해주신 시청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원작과 대본의 힘을 믿었고 현장에서 배우와 스텝들의 에너지를 믿었기에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을 기대했는데 이 정도까지의 반향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이 정도의 반응을 얻으니 그동안 고생 많았던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나고 그들과 함께 큰 만족감을 나눌 수 있어서 참 뿌듯하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정 감독은 "배우와 스텝들이 끝까지 안전하게 촬영을 마치는 것이 목표였다. 제가 일일이 신경을 못 쓰는 상황 속에서 프로듀서를 비롯한 제작부와 연출부, 그리고 보조출연자와 단역을 관리 인솔하는 담당자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 기본적인 체온 확인에서부터 필요할 때마다 스텝과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선제 검사를 실시하게 하는 등 촬영장의 안전을 최전선에서 책임진 스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들의 노력 덕에 마지막 촬영까지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며 코로나19 장기화 속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 '옷소매 붉은 끝동' 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올해 처음으로 신설된 금토극에서 큰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다. 정 감독은 "전작 '검은 태양'이 무사히 금토 시간대에 안착하는 걸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걸 이어받는 부담이 컸다. 그나마 전작과는 다른 결의 작품을 선보이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정 감독은 '옷소매 붉은 끝동' 흥행 이후 사내 동료들에게 많은 축하를 받아 뿌듯했다고. 그는 "외부 반응과 함께 사내 동료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드라마본부 선후배들의 격려와 함께 고맙다는 연락이 가장 반가웠다. 특히 후배들에게 자부심과 자신감을 안겨 줄 수 있게 되어 뿌듯했다. 원작 구입부터 시작해서 작가 선정 등 기획과 제작 과정에서 여러 부침을 겪었지만, 내부 연출이 처음부터 기획을 주도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오래간만에 오롯이 남겼다고 판단한다. 제가 시행착오를 겪었던 만큼 동료 중 누군가는 훨씬 더 수월하게 기획을 하고 좋은 작품을 할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성공의 경험이 앞으로 연출을 하는 데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궁금하다. 또한 시청률이 무조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상징적인 숫자를 넘겼고 이를 바탕으로 이 작품에 참여했던 모두가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게 되어 참 기쁘다"라고 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인기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정지인 감독은 "쟁쟁한 경쟁작들 틈바구니에서 편성된 상황이라 첫 방송 전에 긴장을 많이 했다. 그래도 좋은 대본을 바탕으로 모든 배우와 스텝들이 진심을 가지고 열심히 만들어왔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분명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생각했다.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 에너지가 모여 최고의 팀워크를 만들었다. 좋은 팀워크가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또한 "산과 덕임의 절절한 감정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을 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역사가 이미 스포이기 때문에 모두가 아는 결말을 향해 달려가지만, 둘의 마음이 어우러지는 과정을 시청자들이 함께 따라가는 게 느껴졌다. 이는 결국 이준호와 이세영 배우 덕이라고 생각한다. 대사와 지문 이상으로 섬세하게 결을 나눠 산과 덕임을 연기한 두 배우 덕에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았다고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MBC 사극의 장점을 집대성한 아름다운 만듦새로 시청자들에게 '연출 맛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연출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정 감독은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달하고 싶었다. 궁궐이 빛바랜 느낌의 옛날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생활하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생생한 공간을 바탕으로 산과 덕임을 비롯한 모든 캐릭터들이 실제로 존재하면서 생생한 감정을 전해주길 바랐다"라고 설명했다.

현대극보다 더 세세한 작업을 요하는 현장이었기 때문에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했어야 했다. 정 감독은 "본격적인 프로덕션에 앞서 프리 프로덕션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 각 분야의 스텝들과 사전회의를 여러 달에 걸쳐 해왔다. 제가 생각하는 콘셉트를 사전에 설명하고 각자 대본을 해석한 결과에 따라 준비를 해오면 그걸 합의해 나아갔다. 현대극을 할 때보다 결정을 훨씬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해야 됐기 때문에 제가 지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다. 저와 촬영, 조명감독은 사극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사극 경험이 많은 미술감독과 각 미술팀의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메인 촬영감독인 김화영 감독, 권민구 조명감독과 함께 기존의 사극에서 가져갈 부분과 새롭게 담아내고 싶은 색감과 영상을 사전에 충분히 협의했다. 사극의 다채로운 색감을 낮에는 최대한 살리고 밤에는 자연스러운 어둠을 표현하고자 했다. 음악은 사극이라는 장르에 중점을 두기보다 인물들의 감정 전달을 기본으로 삼는 것을 음악감독과 함께 출발선으로 삼았다. 오랜 기간을 거쳤지만, 산과 덕임의 서사와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상상력을 가미해 인물과 사건과 배경을 만들지만 실존 인물, 실제로 있었던 시대를 다루고 있다. 그만큼 역사 고증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작품. 정감독은 "기본적인 고증을 최대한 지키고자 했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서 관심이 많은 영정조 시대라 자유로운 표현보다는 고증에 최대한 충실하자는 입장이었다. 당연히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현대인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에게 이런 부분이 거슬리기 시작하면 드라마의 몰입이 깨질 수 있을 걸 알기에 할 수 있는 최대한 지켜보자고 생각했다. 또, 계급에 따라 인물들의 예법, 자리 배치와 말투를 고민했고, 당시의 복식과 소품들을 고증 가능한 범위 내로 맞추고자 했다. 특히 친잠례나 계례식 등의 궁중 여성들의 행사는 선잠 박물관 등에 문의를 해서 기록한 줄과 그림 하나하나 하나를 기반으로 촬영 준비를 했다. 동선이나 자리 배치에 있어서는 조경란 박사님의 자문이 큰 도움이 됐다"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는 '궁녀 축제'와 '광한궁'을 꼽았다. 정 감독은 "작가님의 상상의 산물인 궁녀 축제나 광한궁이 표현에 있어 가장 큰 도전이었다. 처소조차 어디였는지 추정만 될 뿐, 정확한 기록도 남아 있지 않은 궁녀들의 행사와 비밀 조직을 구현해내는 건 정말 막막했다. 당시의 풍습과 생활 등을 참고하며 모든 분야의 스텝들이 각각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여러 차례 회의를 했다. 다 그만두고 도망가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연출부와 미술팀 덕에 실체가 없던 내용들을 현실감 있게 구현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정 감독은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 처음으로 사극 연출을 맡았다. 처음이었기 때문에 낯설고 어려운 지점이 많았을 터. 그런 정 감독에게 곁에서 큰 힘이 되어준 이는 정해리 작가였다.

"정해리 작가는 사극을 처음 연출하는 입장에서 많이 의지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였다. 사극이 갖고 가는 드라마트루기가 낯선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많이 질문했고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서사를 끌어가는 힘이 있는 작가이고 제한된 분량 안에서 끝까지 그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연출의 입장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었고 요구 사항들을 반영해 주시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감동했다. 방송이 끝난 후에는 일단 잘 쉬면서 분위기를 즐기자고 했다. 개인적으로 좋았고 아쉬웠던 부분들도 의견을 나눴다. 작가님께서 다음 작품도 꼭 사극을 하라고 해서 저는 당장은 못 하겠다고 했다(웃음)."

원작자인 강미강 작가는 '옷소매 붉은 끝동'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강미강 작가와 이야기 나눈 부분이 있냐고 묻자 정 감독은 "촬영 중에 출판사와 강미강 작가님이 커피차 등을 보내 현장을 응원해 주신 덕에 많은 힘이 되었다. 그 외에 따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 첫 방송 전에 너무 떨려서 막상 방송을 보시기 힘들 것 같다는 얘기는 전해 들었다. 지금쯤 보시지 않았을까. 다시 한번 이런 좋은 원작의 영상화를 허락해 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 뿐만 아니라 타 방송사에서도 사극이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안방극장에 다시 분 사극 열풍에 대해 정 감독은 "한동안 제작비와 일정 때문에 기피했었지만, 시기적으로 코로나가 맞물리면서 사극 제작이 다른 장르에 비해 좀 더 용이한 환경이라 여러 곳에서 사극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작을 구입했던 2018년에 비해 2020년에 사극 기획과 제작이 훨씬 늘어났다"라고 바라봤다.

당초 16부작으로 기획됐던 '옷소매 붉은 끝동'은 1회 연장으로 총 17부작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분량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정해리 작가님은 20부작으로 이야기를 만들자고 했지만 당시 편성회의에서 의견은 16부작으로 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당시에는 사극을 줄이는 추세였고 제작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라 이야기의 규모를 늘리는 것에 모두가 부담스러워했다. 만약 20부작으로 기획했으면 덕임이 후궁이 된 이후의 삶을 좀 더 찬찬히 다룰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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