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헤중' 박효주, 연기로 전한 진심 [인터뷰]
입력 2022. 01.13. 07:00:00

박효주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배우 박효주가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열연을 펼치며 ‘믿고 보는 배우’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인간 박효주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성장하게 해준 작품이다. 점점 더 연기가 재밌다는 데뷔 22년 차 배우 박효주다.

지난 2001년 잡지 모델로 데뷔한 박효주는 '별순검' '추적자' '로맨스가 필요해' '두 번째 스무 살' '바람이 분다' '낭만닥터 김사부' 등 장르 불문 다양한 작품을 통해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리고 '지금, 우리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통해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이하 '지헤중')은 ‘이별’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 달고 짜고 맵고 시고 쓴 이별 액츄얼리. 극 중 박효주는 유일한 전업주부인 전미숙으로 분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췌장암 진단을 받은 전미숙을 현실감 넘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전작들에서 주로 전문직을 연기했던 박효주에게 이번 작품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준비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던 만큼 '지헤중'은 박효주에게 잊지 못할 작품으로 남았다.

"배우 생활하면서 작품이나 캐릭터가 나라는 사람을 가르쳐주는 길잡이가 되기도 하고 성장의 경험이 된다. 캐릭터로써도 여러 가지로 그런 복합적으로 모든 요소들이 나한테 큰 배움이 됐던 것 같다.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돌아보게 했다. 뻔한 말이지만 머리로는 익숙한데 가슴으로 오기까지는 계기가 있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런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 전미숙을 연기하면서 안 해봤던 역할이기도 했고 사람 냄새나고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어떠한 캐릭터에 목말라있을 때였다. 이성적이고 전문적인 역할을 많이 했었어서 그런 정서를 전달하고 거기에 공감하는 인물에 대한 배고픔이 있었는데 도전이 되는 그런 역할이었다.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스스로 어떤 도전까진 만만치 않았다. 그런 과정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거기 때문에 나한테는 여러모로 어떤 전환점이 되는, 나를 많이 달궜던 그런 시간이어서 너무 훌륭해서 단순히 인생캐가 아니라 과정을 잊지 못 할 것 같다"

실제 육아를 하고 있는 박효주는 극 중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아이와 남편을 먼저 생각하는 전미숙 캐릭터에 공감이 많이 갔단다. 반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전미숙이 남편의 외도를 알고도 가정을 먼저 생각하는 과정을 온전히 이해하기까지는 어려움도 있었다.

"진짜 내가 살면서는 이런 일 겪고 싶지 않다는 말을 많이 했었다. 같은 나이대 인물이라 공감은 됐다. 하지만 미숙이 남은 자들을 위해서 바람피운 여자와 남편을 연결해 주려고 하는 부분에서 작가님한테 내가 미숙이랑 잘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순간부터는 혼자 뛰어가는 거 같다고 했다. 그 감정을 못 쫓아가겠다고 했다. 어디까지 생각해야 이럴 수 있는 거지? 가능할거 같긴 한데 너무 화날 것 같더라. 그때 많이 힘들었다. 답은 이미 나와있어서 그렇게 가야 하는데 그 누구는 몰라도 미숙이만큼은 온전히 알고 연기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알게 되는 순간 너무 슬펐다"

어느 순간 전미숙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알게 된 순간 너무 슬펐다는 박효주는 최대한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일단 대본에 충실하려고 어떤 작품보다 노력했다. 다른 작품은 직업군이 세서 그러한 인물들의 삶이나 책을 참고했다면 이번엔 정말 이 대본에 쓰여있는 그것이 나라는 인물을 통해 연기하는 것까지에 그 집중의 시간이 노력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가족에 가까운 죽음을 경험하면서 함부로 못하겠더라. 그 슬픔을 아는 사람들은 거짓인지 연기인지 티 날 것 같아서 그런 사람들한테 공감이 됐다는 게 큰 칭찬이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박효주는 내추럴한 복장에 옅은 화장으로 극 중 유일한 전업주부인 전미숙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한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패션업에 종사하는 다른 캐릭터들과 대비된 모습이지만 캐릭터가 갖는 자연스러움을 박효주의 스타일로 매력 넘치게 소화해 극 안에서의 독보적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미숙이는 아무리 아파도 어느 정도 해도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8부 이후부터는 아예 메이크업을 안 했던 것 같다. 해보기도 했는데 확실히 방해가 되더라. 반들거리는 립, 파우더 가루 느낌마저도 불편하게 느낄 때여서 최대한 연기에 도움이 되고 방해되지 않는 것들을 선택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민낯으로 나와서 걱정이 되면서도 너무 환하게 나왔으면 화났을 것 같다"

이러한 미숙을 완성하기까지 동료 배우들의 도움도 컸다. 극 중 역할을 넘어선 진짜 우정과 애정을 고스란히 담은 송혜교, 최희서와 함께 완성한 장면들부터, 극 후반부 윤나무와의 부부 연기가 극을 꽉 채워냈다.

"선물 같은 동료들이다. 왜 우리가 사랑하지 생각해 보면 연기에 대한 집중과 태도 애정이 비슷한 온도인 것 같다. 모두 다 연기에 되게 진심인 사람들, 자기의 직업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 온도가 맞아서 친해졌던 것 같고 화이팅을 외쳤던 것 같다. 촬영 끝나고 친함도 친함이지만 작업하면서 서로 연기하고 그 호흡이 너무 좋아서 서로를 사랑하게 됐다. 즐겁게 놀았던 기억도 좋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면 같이 촬영할 때 서로 눈빛의 시간들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는 미숙이었기 때문에 영은이의 눈을 보면 너무 많이 슬펐다. 송혜교가 몰입의 여왕이라 많이 배웠다. 윤나무는 묵묵하게 있는 그대로 든든하게 해줘서 늘 감사하다고 했다. 최희서도 그렇고 배역으로서 서로가 충실이 해줘서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인생캐부터 선물 같은 동료들까지 많은 것을 얻게 해준 '지헤중'은 박효주에게 일상에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알게 해준 작품으로 남았다.

"적절한 타이밍의 작품이었다. 나의 시간에 있어서 이런 계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했고 연기로서 안 해본것에 대한 낯섬의 두려움도 경험하기 필요한 시간이었다. 나 또한 한 사람으로서 살면서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간과하고 사는 이 시점에 배우로서 늘 그렇게 살았지만 막상 결혼도 하고 가정이 생기면서 앞으로의 대한 불안감에 많이 치우쳐서 살고 있었구나. 그런 것도 깨닫게 됐던 계기가 됐다. 가장 소중한 게 뭔지 조금더 늦기 전에 알게 돼서 너무 가장 적절한 타이밍의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박효주는 어느덧 데뷔 21년 차를 맞았다. 연기를 너무 사랑해서 연기가 없는 삶을 생각할 수조차 없다는 박효주. 이제는 어느 정도 배우로써 느끼는 불안함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즐길 줄 알게 됐다. 원하지 않으면 불안함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박효주에게 그 지독했던 불안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21년째 연기를 하고 있는 박효주는 여전히 연기가 재밌단다. 지금을 돌아봤을 때 자랑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박효주의 앞날이 더 기대된다.

"많다면 많은 거고 적다면 적은 숫자다. 아직은 그 숫자가 낯 뜨겁다. 나중엔 30주년쯤에는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해 봤다. 자랑스럽고 싶다. 지금은 자랑스러움보다 부끄러움과 낯 뜨거움이 먼저 오더라. 배우 박효주 하면 몇십 년이 지나도 '박효주는 그 작품이지'라는 말을 듣고 싶다. 배우와 작품을 통일 시 해서 말할 수 있는, 그런 작품 하나쯤은 남기고 죽는 배우가 되고 싶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와이원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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