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설경구, ‘부담’을 이겨낸다는 것 [인터뷰]
입력 2022. 01.26. 07:00:00

'킹메이커' 설경구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설경구가 아니었음 누가 해냈을까.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했던 터라 부담감으로 다가왔을 법한데 말이다. 여기에 소신을 지키는 강직한 모습부터 갈등하며 고뇌하는 모습까지 심도 있게 그려내며 캐릭터에 생기를 더한 그다.

설경구가 출연한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한)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을 모티브로 한다.

“제가 맡은 역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모티브예요. 근대사 인물이기도 하지만, 현대사 인물이기도 해서 피하고 싶었던 캐릭터였죠. 처음 캐릭터 이름도 김대중이었어요. 감독님에게 부담된다고 말씀드려 김운범이 됐죠. 캐릭터 이름이 바뀌면서 부담이 덜했지만 연상되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모사하려 접근하진 않았어요. 목포 사투리 같은 경우도 공부를 꽤 했어요. 제 식으로 연기했으나 연상되는 부분이 있어 접점에서 연기하려 했죠.”

2017년 개봉해 개성 있는 연출과 미장센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누아르로 주목받은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제작진이 ‘킹메이커’로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변성현 감독과 4년 만에 재회하게 된 설경구는 ‘불한당’ 팀을 향해 돈독한 신뢰를 드러냈다.

“변 감독과 ‘불한당’을 하면서 신뢰가 많이 쌓였어요. ‘킹메이커’ 출연도 구체적으로 수락한 건 아닌데 어느 순간 하고 있었죠. 하하. 믿음인 것 같아요. 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고, 궁금해 하죠. ‘킹메이커’의 경우도 인터넷에 뒤져보면 다 알려진 사실인데 이 사람은 어떻게 만들까 궁금함이 많았어요. 재밌는 건 작품들의 성격도 달라서 늘 궁금한 감독 같아요.”



‘킹메이커’에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뜻은 같으나 이를 다루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두 남자 김운범과 서창대가 등장한다. 승리에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 동반되어야 하는 정치인 김운범과 승리를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선거 전략가 서창대의 이야기는 정당한 목적을 위해 과정과 수단까지 정당해야 하는지, 아니면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감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김운범은 소탈하고, 카리스마 있지만 저는 그런 좋은 단어의 말들이 ‘캐릭터에 도움이 될까?’ 생각했어요. 오히려 그러 모습들이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인간 김운범에 집중하려 했어요. 대선후보가 되어서도 창대와 서로 친구처럼 대하고, ‘자네 준비 되었는가’ 대사를 할 땐 정치인 김운범의 모습으로 했죠. 한 인간인 김운범에 대해 집중하려 했어요..”

설경구는 강직한 신념을 가진 김운범을 완성하기 위해 실제 정치인 연설 장면을 참고하면서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경찰 역을 연기하면 경찰들과 꾸준히 만나며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참고하는데 저는 그게 안 되는 것 같아요. ‘공공의 적’에선 강력계 형사를 소개시켜준다 했을 땐 거부하기도 했죠. 그분들의 이야기가 캐릭터에 영향을 끼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만들어가는 걸 좋아하죠. 그래서 이번에도 참고가 되는 건 없었어요. 오히려 실존 모티브가 되는 인물이 있어 부담스럽고 불편했죠. 캐릭터의 원래 이름이 김대중이라 저에게 오는 하중이 컸어요. 감독님을 졸라 이름을 바꿨는데 희한할 정도로 부담이 덜해지더라고요. 그분을 모사한다고 해서 모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어설펐다가는 어긋나 버릴 수 있었어요. 그분의 연설 장면 같은 경우, 유튜브를 통해 봤어요. 충돌하면서 만나보자는 생각에 캐릭터를 만들어 갔어요.”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의 노력이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김운범의 필리버스터 신을 꼽았다. 5시간 동안 연설하는 것을 몇 초 만에 빠르게 보여주는 장면이라 오디오가 들어가지 않지만 설경구는 해당 신의 연설문을 모두 외워온 것. 목소리 톤, 그에 맞는 인물의 표정까지 섬세한 노력을 기울인 설경구다.

“연설을 연습할 장소가 없었어요. 질러야하고, 호소력이 있어야하니까요. 그때의 연설은 지금의 연설 느낌이 아니었어요. 80년대만 하더라도 100만 인파 앞에서 연설을 해야 했죠. 질러야하는 연습을 어디서 하겠어요. 속으로만 반복하다가 촬영장에서 그냥 해버리는 거죠. 실제 연설 동영상도 없더라고요. 현장에서 막 질러보고, 내 톤이 맞닿아지는 걸 확인하며 톤을 조절했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연설이었죠. 특히 목포에서 하는 연설 장면은 카메라가 풀부터 클로즈업까지 들어와요. 연설 마지막과 카메라가 맞아 떨어져야 해서 신경써야할 게 많았죠. 계산을 잘해 연기해야 해서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직도 연설 장면은 쑥스러워요.”

당초 ‘킹메이커’는 지난해 연말 개봉 예정으로 언론배급시사회 및 주연배우 인터뷰 일정을 잡아놓으며 개봉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영화관 영업시간이 제한되자 잠정 연기를 결정한 바. 이후 설 연휴를 앞둔 오는 26일 개봉을 확정하며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12월에 이선균 씨와 함께 홍보를 많이 했어요. 유튜브와 방송에도 출연하며 열심히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이 한 달 연기되면서 붕 떠버렸죠.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아무것도 한 게 없어 불안해요. 어느덧 개봉이 앞으로 다가왔는데 피부에 와 닿지 않아요. 날짜를 잡아놓고 연기된 건 처음이라 어렵더라고요. ‘킹메이커’와 함께 개봉하는 ‘해적’은 성격이 달라서 각자의 장점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올해도 작년과 만만치 않게 시작됐는데 서로 응원해야하는 입장이 아닌가 싶어요. 같이 잘 갔으면 하는 바람이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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