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우리 학교는’ 감독이 밝혔다, 좀비바이러스 기원·BJ 등장·세월호·시즌2 [인터뷰]
- 입력 2022. 02.09. 15:31:34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이번에도 통했다. 그동안 여러 내용, 주제로 다뤄졌던 좀비물이 또 한 번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K고딩 좀비’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이재규 감독 인터뷰
‘지금 우리 학교는’의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은 최근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신선한 소재와 긴박한 스토리, 사실적인 묘사로 좀비 웹툰계의 레전드로 손꼽혔다. 인기 웹툰의 시리즈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큰 관심을 모았고, 오랜 기다림 끝 모두가 궁금해 하던 예고편 공개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7년 전쯤, 기획 PD에게 웹툰을 소개 받았어요. 그때 깊은 인상을 받았죠. 저는 좀비물들을 깊게 보진 않았어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는 게 재밌더라고요. 또 학생이라는 상황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살고 죽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다른 선택을 하는 것들도요. 누구보다 더 극단적이고, 조급한 속성을 가지고 있어 웹툰을 영상화 했을 때 신선하고, 재밌는 매력이 있을 거란 생각에 하게 됐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원작 웹툰이 가진 고유의 재미를 살리는 동시에 여러 설정을 덧입혀 완성해냈다.
“너무 훌륭한 원작이라 어떻게 하면 매력을 잘 담아내면서도 원작을 본 분들, 보지 않은 분들도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해드릴까 생각했어요. 원작에서 가진 매력을 기본적으로 가져오되 순환시킬 것은 순환 시키고, 깊이 있게 들어가려고 했죠. 원작에서는 좀비바이러스 기원이 우주에서 온 거라 설정했는데 우리는 상황 자체가 인재(人災)고, 사람이 근원이라 해결할 것도 인간이라 해서 원작과 큰 차이를 뒀어요.”
주요 캐릭터들은 극한 상황에 맞서 우정, 사랑, 생존 모두 포기할 수 없는 모습으로 그려냈다.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서로 이끌고 대립하며 ‘하이틴 좀비 서바이벌’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풋풋함을 더하기도.
“원작 캐릭터와 비교하며 가져갔어요. 원작과 싱크로를 맞추기보다 원작을 베이스로 해서 작가님이 집필한 극본, 캐릭터들에 가장 근접한 캐스터들을 찾으려 했죠. 한 달 반, 두 달에 가까운 오디션 과정을 거치며 가장 청산, 온조, 수혁, 남라다운 배우들을 찾아가려 했어요. 모든 배우가 100% 근접한 건 아니지만 실제 배우들이 가진 본성, 행동, 말하는 방식이 캐릭터와 닮아 있었어요. 그들이 앙상블을 이루게 되면 재밌고, 신선할 것 같아 주안점을 두고 캐스팅 했죠.”
제작진들은 이전에 없던 독창적인 좀비 만들기에 노력을 기울였다. ‘부산행’ ‘킹덤’ 시리즈, ‘#살아있다’ ‘반도’ 등에 출연하며 K좀비 특유의 움직임을 보여준 한성수 안무가와 ‘킹덤’ 시즌2, ‘방법: 재차의’ 등에 참여했던 국중이 안무가가 의기투합한 것. 이전의 좀비물이 경련, 발작, 변이의 순서대로 좀비화가 진해됐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포’ 단계를 추가해 새로운 볼거리를 전했다.
“총 2년 동안 매달렸어요. 처음에는 ‘좀비’ 단어를 배제하려고 했죠. 좀비 영상물이 많은 상황에서 현대 고등학교 학생들이 ‘좀비’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건 현장감을 전하는데 불리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좀비라는 걸 누구나 인지하는 상황에서 ‘부산행’을 언급하는 게 재밌을 것 같아 이야기를 만들었죠. 좀비를 표현하는데 주안점을 둔 건 기술적인 완성도였어요. 좀비로서 신체적 표현을 할 때 ‘공포심’이었죠. 좀비는 죽은 사람이기 때문에 죽은 짐승에 가깝게 표현하려 했어요. 배고픔에 더불어 극단적인 공포심을 느끼게 돼 자기를 지키기 위해 타인을 공격하는 것도 기저가 됐죠. 한성수, 국중이 안무가에게 부탁드렸어요. 감성을 가진 배우와 댄서 두 분이 상의하며 안무를 만들어내면 조금 더 깊이 있게 하지 않을까 싶어 공동 안무를 부탁드렸죠. 퀄리티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은 단순히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만 담아내지 않았다. 학교폭력, 성폭력, 미혼모, 빈부 격차, 왕따 등 현재 한국 사회에서 대두된 문제들을 다뤘다. 이 과정에서 ‘과하다’라는 지적도 나오게 되자 이재규 감독은 “원작이 훨씬 더 폭력적이고 센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원작의 장면들을 영상화로 담아낼 수 없었어요. 원작에서 귀남은 실제로 성폭력을 행해요. 원작에서 필요했지만 영상물엔 필요하지 않아 변경하거나 순환시켰죠. 은지의 경우, 찍힌 영상을 자기 목숨을 내걸면서 지키려 해요. 그런 설정 값은 가지고 온 거죠. 수면 밑에 있는 또 다른 이야기를 관객들이 느끼고, 생각하셨으면 했어요. 우리 사회에는 어른이 되면서 책임감을 가지는 게 기본적인 사회통념인데 실제로 어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있냐, 국가가 책임감을 가지고 있냐에 반문하는 계기가 됐으면 했어요. 온조 아버지, 청산이 엄마, 아이를 낳자마자 버리지만 책임지려는 희수의 모습들이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거대 권위자가 아닌 우리 아버지, 어머니다로 접근하려 했죠. 그런데 혹시나 이런 설정 때문에 불편했던 분들이 있다면 기획자, 제작자로서 앞으로 참고하고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경찰, 소방관, 국회의원, 1인 방송을 하는 BJ 등 다양한 어른 캐릭터를 배치해 학교 바깥의 이야기를 확장시켰다. 그러나 이 역할들은 일차원적으로 활용돼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려 했어요. 정치, 국회의원 사람들은 어른스러움이 무엇인지, 국가가 우리한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책임지는 것에 대한 주제에 닿으려 하다 보니 여러 인간 군상을 보여줘야 했어요. 다양한 세태를 보여주려 하다 보니 불필요한 설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정치인 한 명 있었으면, 군인으로서 딜레마 등을 보여주며 어떻게 책임지는 게 좋은 것인가 어른과 아이, 국가와 조직을 대입시켜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해 대표성을 가진 집단이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1인 미디어를 하는 친구도 우스꽝스럽지만 우리가 안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사족이 될 수 있지만 집어넣게 됐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의 큰 구조는 학교 안의 아이들이 어른들의 구조를 기다리며 좀비와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어른이 오기를 기다리는 학생들’은 8년 전, ‘세월호’를 떠올리게 만든다. 온조 아빠가 탈출 길을 따라 나무에 묶어 놓은 노란 리본, 학생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비디오카메라로 기록하는 장면들 또한 그렇다.
“세월호 이야기, 특정 사건을 소재로 해서 구성한 건 아니에요.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지만 학교는 이 사회의 거울이라고 생각해요. 학폭(학교폭력)은 학폭만이 문제가 아니에요. 이 사회는 학폭보다 더 큰 게 얼마든지 있죠. 많은 사람들이 가해자아 피해자 입장에 놓여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이야기하려 했죠. 세월호, 삼풍백화점 등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한 사건사고가 있잖아요. 그 모든 것들을 취합하고,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전달하려고 했지 특별히 사건 하나로 전달하려 한 건 아니에요. 20살 넘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너흰 어리고, 우린 어른스러워’라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반문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야기를 구성한 거죠.”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 단 10일 만에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에 역대 시청 시간 순위 5위를 기록했다. 3억 6102만 시간 누적 시청을 기록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4’ ‘종이의 집3’ ‘종이의 집5’를 잇는 순서다. 극한 상황 속 학생들의 필사의 사투와 다이나믹 하고 창의적인 액션, 특별한 좀비 세계관은 시즌2를 향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 이재규 감독 역시 시즌2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지금처럼 롱런할 수 있으면 시즌2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 같아요. 두 번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개인적 바람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이야기된 건 없어요. 시즌1은 어린 아이와 어른을 대비시켜 인간들의 생존기를 그렸다면, 인간그룹과 대비되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시즌2의 중요한 흐름이지 않을까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