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스트 닥터' 김범, 다시 되찾은 웃음[인터뷰]
- 입력 2022. 03.05. 10: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고스트 닥터'는 30대의 저를 웃게 만들어 준 작품이에요."
김범
tvN 월화드라마 '고스트 닥터'에서 '황금 수저' 레지던트 고승탁 역을 연기한 배우 김범을 최근 화상으로 만났다.
최근 종영한 '고스트 닥터'는 신들린 의술의 오만한 천재 의사와 사명감이라곤 1도 없는 황금 수저 레지던트, 배경도 실력도 극과 극인 두 의사가 바디를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메디컬 스토리.
김범이 연기한 고승탁은 기존의 의학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유일무이한 캐릭터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냥 밝아 보이고 순수한 인물. 김범은 고승탁을 만들어간 과정에 대해 "고승탁이라는 캐릭터는 만화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런 만화 캐릭터가 실사화 된다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했다. 만화를 보면서 걸음걸이, 말투, 몸을 쓰는 제스처 같은 걸 연구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승탁의 천진난만하고 철없는 얼굴 이면에는 아픔이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그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 고승탁은 차영민(정지훈)의 영혼을 만나면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나간다.
고승탁을 보며 실제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는 김범은 "아버지에 대한 아픔 때문에 철이 일찍 든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엄마, 할아버지가 걱정하고 힘들어할까 봐 철이 없는 웃는 가면을 만들어 낸 느낌이었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철이 없는 부잣집 도련님 같은 느낌이지 않았나. 실제로 저는 과거에 철이 든 가면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모르는 게 없고, 모든 것을 다 배웠다. 이미 철이 빨리 들었어'라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고스트 닥터'는 김범에게 첫 메디컬 드라마다. 의사 역할을 처음으로 맡게 된 김범은 "의학 드라마는 처음이라서 촬영 전 대학 병원도 방문해보고, 흉부외과 의사님들과도 인터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타이 묶는 방법 등 수술신 장면을 위해 열심히 연습했다. 직접 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촬영할 때 일반인이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더라. 자문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 과정 자체가 굉장히 어렵더라. 실제로 의사 역할을 하면서 의료진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인간이 아닌 신의 경지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 대사가 정말 와닿더라. 흉부외과 선생님뿐만 아니라 코로나 시국에 고생하고 계신 의료진 분들이 많이 생각났다"라고 의사 역할을 연기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전했다.
코미디나 시트콤은 아니었지만 '고스트 닥터'를 통해 김범의 코믹 연기를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많았다.
"코미디적인 부분이 꽤 많아서 실제로도 정말 많이 웃었어요. 촬영 전에 대사 톤이나 몸개그 같은 것도 준비해 가기도 했고요. 집에서 혼자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웃을까?' '현장에 스태프들이 웃을까?'라는 고민을 하면서요. 이런 걸 연구하는 저를 보면서 스스로도 '정말 오랜만이다'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많이 웃어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죠. 촬영을 하면 할수록 '더 웃기고 싶다', '재밌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나더라고요."
김범은 '고스트 닥터'를 통해 자신이 맡은 인물은 물론 정지훈이 연기한 차영민까지 동시에 표현해내야 하는 '빙의 연기'에도 도전했다. 그는 "'고스트 닥터'만의 차별점은 '빙의'라는 새로운 장치다. 그런 포인트들이 있어서 고승탁이 더 입체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 한 캐릭터를 두 배우가 함께 만들어냈다는 과정들 자체가 새로웠고 재밌었다"라고 말했다.
김범은 빙의 연기를 위해서 정지훈의 말투, 걸음걸이, 제스처 등 평소 모습까지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캐릭터에 녹여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에서 (정지훈) 형의 모습을 유심히 봤어요. 현장에서 말할 때 습관, 말투, 걸음걸이는 어떨까 계속 살펴봤죠. 쉴 때 대본 보는 자세까지요. 그런 부분들을 메모해놨다가 애드리브를 할 때 직접 따라 하기도 했어요. 형이 평상시에 하는 말투를 따라한 적이 있는데, 웃음이 터져서 NG가 나기도 했었죠. 형이 '그 말투 어떻게 알았냐'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김범은 정지훈과 함께 한 촬영 현장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정말 많이 웃었다. 원래 제가 대본을 많이 보는 편이다. 형이라면 이런 애드리브를 생각해올 거라고 상상을 하고 간다. 그런데 그 이상의 애드리브를 하시고, 표현을 하신다. 덕분에 정말 편하게 촬영했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전작 '로스쿨'에서는 사법고시 2차 합격생 역할을, '고스트 닥터'에서는 흉부외과 레지던트까지. 두 작품 연달아 어려운 전문 용어들이 많은 대사를 소화해 낸 그는 차기작은 부담이 덜한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며 "법률 용어, 의학 용어까지 끝내고 나니까 다음 작품은 용어보다는 몸으로 때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도 했다.
"두 작품 모두 대사량이 엄청났어요. 잠꼬대를 할 정도로 대본을 봤죠. 실제로 꿈에 나오기도 해요.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하냐면 대사가 외워지지 않아서 촬영 진행이 안 되는 악몽까지 꿀 정도예요. 최악의 악몽이죠. 일어나면 버릇처럼 대본을 펴서 외웠어요. 그래도 고충은 있지만 해내면 성취감은 확실히 있어요. '휴 해냈다'라는 느낌이 정말 많이 들거든요."
군 전역 후 김범은 4년이라는 공백기를 지나 2020년 tvN '구미호뎐'으로 안방극장에 복귀, 이후 '로스쿨', '고스트 닥터'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긴 공백기를 끝낸 김범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며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성적에 대해서는 인식을 하고 있으나 의식을 하지 않고 있어요. '구미호뎐'은 복귀작이기도 했지만, 30대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었어요. 30대의 저를 대중이 어떻게 보실까, 어떻게 받아들이실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거든요. 감사하게도 '구미호뎐', '로스쿨', '고스트 닥터'까지 좋아해 주시고 사랑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연기를 하면서 소모됐다는 생각이 많았거든요. 지금은 세 작품을 하면서 더 힘을 받았어요.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범이 꿈꾸는 30대는 어떤 모습일까. "그저 무던했으면 좋겠어요. 20대는 굉장히 불안정했고 위태로웠거든요. 우여곡절이 많았죠. 화려하기도 했지만 불이 꺼졌을 때는 공허하기도 했고요. 그 시간들이 지나가면서 제 성향이 예전보다는 정적이고 차분한 상태로 변한 것 같아요. 저의 30대는 무던하고 잔잔한 호수 같았으면 좋겠어요. 잔잔하지만 그렇다고 얇지는 않은, 깊은 30대가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킹콩 by 스타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