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심판' 김혜수, 배우로서 놓지 않은 끈 [인터뷰]
- 입력 2022. 03.08. 11:36:5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김혜수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에 한발 내딛었다. 언젠가 터놓고 했었어야 할 이야기에 목소리를 낸 김혜수는 깊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꼈다. 그는 소년범죄 방지와 재발을 막기 위해서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또 물었다.
김혜수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극본 김민석, 연출 홍종찬)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
김혜수는 극 중 차가운 분노로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심은석 판사로 분했다. 심은석은 정의에 대한 신념과 직업윤리를 막중하게 여기는 인물로, 소년범을 혐오하지만 동시에 처분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에게 법 앞의 평등과 무게를 일깨워주고자 한다.
그간 다양한 장르물, 법정물 등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해온 김혜수는 ‘소년심판’을 통해 냉철한 법관의 면모로 또 한 번 연기 변주에 성공했다. 속 시원하게 매듭지지 못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소재인 만큼 김혜수는 어느 때보다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신중했지만, 선택한 이유는 확고했다.
“소년범죄에 대한 구성방식이 참 좋았다. 사건, 범죄, 가해 소년범들,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 가해자의 가족, 실제 법을 집행하는 판사들의 다른 신념이 굉장히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쪽을 변호하거나 감정적으로 드러나거나 치우치지 않았다. 대본에서 굉장히 다각적인 시각으로 고르게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게 느껴졌다. 이 대본이 주려는 메시지가 너무 명확했다. 이 메시지가 보시는 분들 가슴에 닿으려면 정말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드라마는 한 사람이라도 더 봐야 할 이유가 명확해서 재밌게 만들자고 다짐했다. 다만 단순히 시청자를을 현혹시키기 위한 극적인 재미에 치우치는 건 아니라는 점에 공감했다. 배우들이나 제작진 모두 그 진심을 잃지 말자 해서 배우로서도 그 마음을 갖고 준비했다. 매 순간 진심을 다해서 임했다.”
드라마의 힘은 단지 보여지는 것에서 끝이 아니다. 드라마 속 메시지들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지고 두 명에서 세 명으로, 세 명에서 네명으로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로 회자될 때가 비로소 빛을 발한다. 여전히 사회가 풀어야 할 화두를 던진 ‘소년심판’은 공개 직후 뜨거운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10위 권에 안착, 현재 한국 TOP10 콘텐츠 1위에 오르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반응들을 접하며 ‘소년심판’에 가져주는 관심을 체감한 김혜수는 큰 보람을 느꼈다.
“청소년 범죄를 바라보는 저의 태도가 얼마나 감정적이었고 편협한 시각이었는지 크게 되돌아보는 기회였다. 드라마 전편을 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깊이있게 다가왔다. 작품 하나가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않지만 사회 전반에 소년 범죄자들을 다루고 있는 점이 단순히 소년범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부분을 볼수록 고민이 많이 생겼고 드라마에 몰입할수록 그런 묵직한 감정들을 느꼈다는 리뷰도 봤고 실제로 어떤 면들이 개정돼야 하고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실질적인 법 기준은 어떻고, 구체적으로 찾아보시고 토론하신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다. 드라마 이전에도 그런 토론을 하신 분들이 있으셨겠지만 조금 더 수면 위로 올라와서 더 많은 부분을 함께 나누고 고민하고. 근본적인 문제와 그 이면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감사했다. 이 작품을 촬영하고 준비하면서 한 사람이라도 이 작품을 통해 인식이 달라지고 사회 역할에 대해 짚어보면서 고민하길 간절히 바랐다.”
10화에 걸쳐 등장한 여러 사건들 가운데 김혜수는 1화의 ‘연화 초등생 살인사건’을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로 꼽았다. 한 사건 속에 얽힌 가해자와 피해자, 유족들까지 각기 다른 입장들을 다루며 분노와 동시에 안타까움을 선사했다. 이외에도 ‘소년심판’은 가정폭력의 피해자, 청소년 회복 센터, 상류층 집안 자녀들의 시험지 유출 사건, 미성년자 무면허 교통사건, 집단 성폭행 등을 다루며 소년범에 대한 처벌 강화가 적절한 답인지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
“첫 에피소드가 워낙 강렬했다. 관련 소년범과 피해자 가족, 가해자 가족까지 다뤄져서 그 부분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판사님들 면담할 때 처음 만나 자리에서 강력범죄의 기준, 가려진 대부분 청소년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제가 체감하고 있던 거랑 상당한 차이가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각 에피소드에 잘 다뤄졌다. 강력범죄와 그 이면에 청소년 범죄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가정폭력, 실제 어떤 관리나 갱생, 처후에 관한 것들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 그분들이 제도적으로 어떤 지원을 하고 신념과 의지에 따라 개인적으로 헌신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에피소드가 굉장히 중요했고 인상적이었다.”
심은석은 보수적인 법관 집단에서도 할 말은 꼭 짚고 가고, 법원 안팎을 넘나들며 사건에만 몰두, 정작 자신의 건강은 뒷전에 둔 다소 워커홀릭 직장인의 모습이기도 했다. 휑한 집안과 무채색으로만 입고 다니는 심은석의 삶에서는 따뜻한 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인간적인 면은 나타나지 않았던 심은석의 서사는 극 후반부에 풀리면서, 왜 그가 소년범을 혐오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 냉소적인 인물로 살아가는지를 나타냈다.
“1회에서 잔혹한 소년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을 보여준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소년범이 될 수 있고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 가족이 될 수 있다. 심은석에게도 그런 지점이 비슷한 맥락으로 보여진 것 같고 청소년 범죄가 소년범에 국한된 게 아니라 그 범죄를 마주하는 판사나, 그 저변에 발로 뛰는 사람들 외에도 결국 나와 사회의 문제라는 거시적인 메시지를 함축한 것이라 생각한다.”
김혜수는 심은석의 말을 빌려 가슴에 와닿았던 대사들을 언급했다. 심은석은 소년범에게 죄의 무게를 알려주기 위해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책임을 묻는 가하면 처분을 놓고 계속되는 갈등에도 흔들림 없는 신념으로 법관의 고뇌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대사 하나하나에 깊은 애정을 표한 김혜수는 대사의 의미도 곱씹었다.
“‘보여줘야지.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왜 무서운지. 모르면 가르쳐야지.’ 심은석의 어떤 직업에 대한 신념이 느껴졌고 마음이 바로 갔던 대사다. 또 이 드라마 메시지와도 같다고 느낀 대사가 있다. 미성년자 무면허 사건을 보면 법정에서 법 테두리 안에서 실현할 수 있는 정의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제가 그런 말을 한다. ‘오늘 처분은 소년범에 내려지만 이 처분은 보호자가 함께 느껴야 한다. 판결을 떠나서 오늘 나는 이 자리에 몇 명의 희생을 밟고 서 있느냐.’ 무게감이 상당한 대사였다.”
‘소년심판’에는 네 명의 판사들의 서로 다른 신념들이 대사들을 통해 묻어난다. 김혜수는 심은석 외에도 차태주(김무열), 나근희(이정은) 판사가 한 말들에도 뜻깊은 의미를 전했다. 더불어 그는 궁극적으로 드라마가 하고자 한 메시지들이 모두 이들의 대사에 함축돼있다고 강조했다.
“차태주 대사 중 ‘소년범을 비난하는 건 누구나 하지만 소년에게 기회 주는 건 판사밖에 못 해요’가 있다. 그게 어떻게 와닿았냐면 판사밖에 못하는 일이지만 사실 그 마음의 태도는 모두가 가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었다. 소년범을 포함한 청소년은 사실 우리의 미래이고 현실이지 않나. 또 나근희 대사 중에 ‘미안하다. 어른으로서.’ 대사에 공감하신 분들도 많으실 거다. 실제로 나근희 판사는 그 많은 업무, 미제 사건을 남기지 않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을 중요하다 생각하는 신념을 가진 판사다. 그리고 뒤늦게서야 소년 법정에 속도를 우선시하고 그 이면을 살피지 못한 걸 뼈저리게 느끼는 인물이다. 그 말이 사실 저는 제가 작품을 완주하면서 느낀 대사이기도 했고 공감하시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심은석은 소년범죄를 바라보던 김혜수의 시각에도 큰 변화를 주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소수의 소년범죄와 단편적인 면만을 보고 판단 내리는 것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깨달았다는 김혜수다. ‘소년심판’에 등장하는 각각의 사건들에는 단연 하나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범죄로 치부하지 않는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몰린 아이들이 범죄를 반복하고, 선처를 베푼 법이 범죄를 키우는 격이 되고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사건의 원인을 어느 하나의 문제로 꼽을 수 없는 것이 소년범죄다. 김혜수는 이러한 소년범죄를 다루기 위해선 어른들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간절하다고 표현했다.
“국민 청원까지 가면서 의견을 내시는 촉법소년에 관련된 문제에 저 역시도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작품을 준비하면서 현역에서 일하시는 판사님들뿐만 아니라 실제 소년범을 갱생하려고 애쓰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년 법정 재판에 참관하면서 단지 어떤 사건에 대해 법적인 한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거나 무언가 개정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다고 스스로 믿고 있던 게 분노하거나 가슴 아파하는 그런 감정적인 뿐이었다. 실제로 소년법이 현실에 맞게 개정돼야 하는 부분에 동의하는데 그것보다 소면되어야 할 것은 소년범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들이다. 아직 인격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범죄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어른들과 사회, 실제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제도적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는지가 단순하지 않다고 느꼈다. 현실적인 한계를 짚어보고. 스스로 소년범죄와 어린 소년범들을 바라보는 태도나 시각이 조금 더 다각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식 자체에 대한 변화가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