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심판' 김무열이 사회에 던진 물음표 [인터뷰]
- 입력 2022. 03.11. 14:25:09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김무열이 ‘소년심판’을 통해 청소년 범죄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대중들에 이야깃거리를 제공한 것 만으로도 제 할 일을 해낸 기분이라는 김무열은 ‘소년심판’에 큰 자긍심을 드러냈다.
김무열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극본 김민석, 연출 홍종찬)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
김무열은 극 중 소년범들에게 새 삶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판사라고 믿고 그들을 부드럽게 살피며 온화한 성품 지닌 차태주 판사 역으로 분했다. 소년범들에 단순히 처벌을 내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들의 미래, 처우까지 생각하며 남다른 사명감을 가진 차태주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또 다른 어른의 표상이었다.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배우로서 깊은 책임감이 들었다는 김무열은 차태주와도 많이 닮아있었다.
“부담은 없었다. 사회가 떠안고 있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뭔가 전달할 수 있겠다는 점이 오히려 의무감, 사명감, 배우 혹은 예술가로서 느낀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사실 현실감이 떨어지고 어색하게 보였는데 그럼에도 큰 맥락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선택했고 제가 느꼈던 이질감은 소년범을 대하는 판사나 그런 세계에 대해 제가 잘 모르고 있어서였다. 작가님이 쓰신 대사 한마디 한마디, 대사의 사이들을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가다듬어서 쓰게 됐는가를 조금씩 연기하면서 알게 됐다.”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 청소년 범죄의 잔혹함, 사법부의 한계 등을 각기 다른 신념을 가진 네 명의 판사들의 시선으로 그리며 시청자들에 묵직한 고민거리를 던진 ‘소년심판’은 단숨에 뜨거운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공개 직후 ‘소년심판’은 넷플릭스 TOP10 비영어권 드라마 부분에서 전 세계 시청시간 1위를 기록, 한국의 TOP10 콘텐츠 1위를 차지하는 등 작품 속 메시지가 국내를 너머 전 세계에 통했다. 이에 김무열은 작품으로서의 화제성이나 수치적인 성과보다 ‘소년심판’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음에 큰 위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상당히 어렵고 예민한 문제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시청자분들이 훨씬 더 관심을 가지고 계셨다는 걸 느꼈다. 호평 중에 접하고 기뻤던 건 균형적인 시각을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만큼 문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네 명의 판사들이 각기 입장을 이야기하는데 누구 하나 입장에 공감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없더라. 배우로서도 그렇지만 작품의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도 위로가 됐다. 이 작품 제안을 받고 촬영해서 내놓기까지 사실 무거운 문제다 보니까 심적으로 부담이 됐는데 많은 분들과 이 문제를 나누고 고민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위로였다.”
김무열은 ‘소년심판’을 통해 청소년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수면 위에 드러난 사건의 겉만 보고 소년범들에 분노하는 편에 가까웠다면, 차태주를 연기하면서 사건의 깊이를 돌아보게 됐다고. 범죄에 노출된 소년범들은 결국 어느 하나의 문제라고 꼽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얽힌 환경들에 놓여있었다. 어른으로서 소년범들을 대하는 시선을 조금은 더 신중하게, 균형있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김무열이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작품을 보시기 전 소년범을 혐오한다는 문장에 이끌려서 봤다는 분들과 비슷한 것 같다. 심은석 판사의 입장에 가까웠던 것 같다. 단순히 말씀드리면 소년범에 대한 혐오는 아니어도 분명히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던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분노했던 게 사실이었는데 문제의식이 확대됐다고 할까. 소년범죄라는 것이 사회에 가지고 있는 문제를 포괄적으로 내포해있고 하나만 고쳐서는 안 되는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 얼마나 공정하게 많이 고민과 생각하고 많은 입장을 헤아려서 문제를 바라봐야 하고 얼마나 무거운 마음과 깊은 고민으로 결론을 지어야 하는가. 실타래가 많이 꼬여있는데 그걸 방치하지 말고 하나씩 풀어가는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 작품을 통해 관심을 가져주시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의식들이 생겨서 조금의 변화가 생겼으면 한다.”
극 중 차태주는 소년범을 혐오하는 심은석(김혜숙)과 달리 그들에게 기회를 주면 제자리를 찾을 거란 믿음을 갖고 때로는 그를 설득하고 마음을 되돌리기도 한다. 동료 이상으로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돼준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현장 밖에서도 통했다. 김무열은 후배로서 바라본 선배 김혜수에 깊은 존경심을 내비쳤다.
“저의 첫 연기를 보시고 정말 기쁘고 격양된 느낌으로 저한테 연기가 너무 좋다고. 자세히 하나하나 말씀해주시더라. 저를 그렇게 꼼꼼히 누구보다 자세히 봐주셔서 같이 연기하는 저로서는 너무 영광이었고 몸들 바를 모르겠더라. 사실 그렇게 진심 어린 말씀을 해주신다는 게 이 작품을 하면서 저한테 큰 힘이 됐다. 항상 제 연기하는 걸 보시고 칭찬해주시는데 정말 말 그대로 저를 춤추게 하셨다. 현장에서 신나게 춤을 췄다. 그런데 선배님은 본인 연기에 대해선 박하시다. 항상 만족 못 하시고 오히려 선배님이 저한테 어떤 점이 좋았고 배웠고 어떤 게 부족한지 질문까지 하셨다. 이미 대선배님이신데 저뿐만 아니라 소년범 배우들한테까지 그런 자세로 촬영에 임하신다. 현장에도 두세 시간 전에 오신다. 밤늦게까지도 작품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으신다. 제가 밤늦게 질문할 게 있어서 연락드리면 다음 날이나 다음 주에 찍을 장면이어도 고민을 나눌 수 있었다. 오래 일을 하셨는데도 작품에 대한 열정, 애정이 흘러넘치시는 모습이 후배로서 너무 놀라웠고 본받아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김혜수 선배님이랑 함께하신 배우들이 다시 한번 같이 작업할 수 있다면 김혜수 선배랑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씀하시던데 저도 뒤에 줄섰다.(웃음)”
선과 악의 얼굴이 공존하는 김무열은 ‘소년심판’에서 선한 존재감을 펼쳤다. 다정함이 묻어나는 차분한 말투부터 격양된 감정 표현보다 절제에 중점을 두며 이른바 힘을 뺀 연기로 차태주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실제 판사들의 모습을 참고하며 조용하지만 강력함이 있는 외유내강형 판사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세심하게 고민한 김무열의 노력이 돋보였다.
“재판에 참관하러 갔을 때 판사님께서 처음 입장하셔서 자리에 앉으시고 운을 떼기 전 그 침묵에 큰 영향을 받았다. 제가 느끼기에 엄청나게 무거웠고 판사님이 주로 재판을 진행하실 때 마이크를 사용하는데 마이크로 나근나근 말하지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안에 느껴지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게 뭘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위압감, 무서움, 그 사람의 신념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자신의 색을 자기 안에서 온전히 갈고 닦고 단단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라고 봤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죄에 대한 혐오와 배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정해진 답이 아니라 소년범에 대한 다양한 고민거리를 던지고 질문을 남기는 작품이다. 김무열 역시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기보다 물음표를 제기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두었다.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긍정적이고 힘이 됐다. 어떻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건 감히 바라지 않는다. 그저 ‘‘소년심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 정도가 저의 역할인 것 같다. 각 에피소드대로 끝울 맺지만 그 이야기는 사실 끝이 아니다. 결국 그 이야기의 답은 저희 작품을 접하시는 관객 한 분이 온전히 그분만의 것으로 가져가는 것. 그것이 모이면 관심과 힘이 돼서 ’소년심판‘이 여러분에게 어떤 작품으로 자리잡길 바랄 뿐이다.”
누가 뭐라든 자신만의 신념으로 소년범들을 대한 차태주처럼 김무열은 어떤 작품을 만나든 늘 배우로서 가진 신념을 잃지 않고자 했다. 처음 연기를 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연기를 하고 싶다는 김무열의 또 다음 연기 변주가 기다려진다.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이 닿을 때까지 배우로서 살아가는 게 신념이자 목표다. 오랫동안 이 길을 꾸준히 하면서 열정이라는 걸 간직한 채로 일하고 싶다. 제가 이 일에 애정이나 열정이 사라진다면, 그날이 제가 배우로서 이 일을 할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다. 배우로 살면서 직업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건 이야기하는 극이라는 것이 사실적이기도 하고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다가간다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 아주 자그마한 영향이지만 그 영향으로 그 사람 미래가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작은 갈림길에 서 있는 사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이고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단순한 재미보다 진심으로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이 일을 오래오래 하고 싶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