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룰라 이상민의 예능감에 대하여
- 입력 2022. 03.22. 11:20:08
- [셀럽미디어 편집자주] 룰라 출신 이상민(49)이 경기도 파주의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200만 원짜리 2층 집에 산다고 최근 방송에서 밝혔다. 1층은 거실, 1.5층은 주방, 2층은 침실과 드레스 룸이다. 야외 테라스까지 있다. 이상민은 유명 연예인이고, 예능 프로그램만 틀면 그의 얼굴이 등장할 정도로 소위 잘나가고 있다.
이상민
그런 스타이니 그 정도 ‘호화롭게’ 사는 건 손가락질 받을 이유가 없다. 다만 문제는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써 먹는 빚이 무려 16억 원이라는 데 있다. 더군다나 현재 내는 월세는 ‘절약을 위하여’ 절반을 줄인 것이라고 한다. 전에 살던 곳의 월세가 400만 원이었다는 이야기.
최근 한 여론 조사 기관에 의하면 20~30대 취업 준비생들이 원하는 월급의 마지노선이 240만 원 정도였다. 물론 평범한 샐러리맨과 스타 이상민의 생활수준을 평행선 위에서 재단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는 빚이다. 과연 이런 방송을 보는 채권자들의 마음이 어떨지도 문제이다.
이상민의 목적은 시청자를 즐겁게 하는 것이다. 그런 ‘순수한’ 책임에 따르면 그의 ‘빚 예능’은 한동안 재미를 주기는 했다. 하지만 그게 십 년 넘게 이어지다보니 피로감을 주는 게 사실이다. 식상하다. 게다가 그런 큰 빚을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사는 듯한 이미지는 불쾌감을 주기까지 하다.
채권자 입장에서 볼 때 그가 검소하게 파주의 전세 5000만 원짜리 원 룸에 살면서 매달 200만 원씩 갚지 않는 게 서운하고 분통이 터지지는 않을까? 물론 그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단골손님이니 매달 천만 원대의 수익을 올릴 것이고, 200만 원쯤이야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그의 생각일 뿐.
채권자와 시청자 등 다수 비연예인의 생각은 다르다. 이상민은 대중의 사랑과 관심으로 먹고사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보다 시청자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야 마땅하다. 혼자임에도 야외 테라스까지 있는 복층의 주거 공간에서 산다. 답답한 게 싫고 불편해서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는 지난 20여 년간 입버릇처럼 빚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한때 그는 사업가였으니 그럴 수는 있다. 문제는 빚을 갚으려는 노력과 의지이다. 최근 방송에서 그는 빚을 많이 갚아 9억 원 정도 남았는데 탁재훈의 조언으로 8배의 수익을 노리고 코인에 투자했다가 70퍼센트 손해를 봐 16억 원으로 늘었다고 하소연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일부 시청자에게 웃길 수는 있는 소재이다. 하지만 다수가 그럴지는 미지수이다. 일단 연예인을 교과서처럼 여기는 적지 않은 청소년에게 교육적으로 부정적이다. 코인 투자라는, 투기에 가까운 행위가 장려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빚에 대해 둔감해지고 도덕적으로 해이해질 수 있다.
복합적으로 빚을 져도 되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무리한 투기를 해도 되며, 심지어 빚을 갚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개념을 심어 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불편하고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월 400만 원 정도이면 4인 가족의 월 생활비이다.
월 200만 원이면 청년 1명의 생활비로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의 액수이다. 현재 최저 임금 기준에 따르면 최저 월급이 200만 원이 채 안 된다. ‘알바생’이나 소기업의 최저 임금 근로자들이 볼 때 괴리감과 자괴감을 느낄 만하다. 이상민이 빚이 없었다면 아무런 문제도 될 일이 아니다. 딴죽 걸 만한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그가 2000년대부터 연예 기획은 물론 다른 각종 사업에 손을 대면서 채무자가 되었고, 아직도 16억 원이라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평생 손에 쥐어 볼 수도 없는 액수의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이다. 21세기 들어 연예인의 사회적 위상이 급상승하면서 스스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키려는 움직임도 크게 일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 피해자들과 국내 산불 피해자들에게 쇄도하고 있는 연예인들의 성금이 대표적이다. 시청자들은 이상민에게 그런 것까지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빚을 갚든, 말든 그것까지도 괘념치 않는다. 다만 더 이상 그런 식상한 소재로 웃기려 함으로써 시청자를 불쾌하게 만드는 것을 꺼릴 따름이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한때 예능의 양대 산맥이었다. 그런데 현재 판도는 많이 변화했다는 걸 누구나 체감할 수 있다. 이상민은 룰라에서 연예 기획자로, 다시 사업가로 변신하며 부침을 겪었으나 결국 ‘망했다’. 그래서 채무자가 되었지만 21세기 들어 예능인으로서 기적적으로 부활했다. 그런데 최근 그에게서는 트렌드도 트래디셔널도 안 보인다는 게 다수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사진=셀럽미디어DB, SBS '동상이몽2'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