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피’, 억수로 살벌하네 [씨네리뷰]
- 입력 2022. 03.23. 07: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날 것 그대로’. 이 영화를 수식하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할까. 오로지 살기 위해 뭐든지 하는 밑바닥 건달들의 끈적 하고 날 것의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다.
'뜨거운 피'
부산의 작은 포구 구암. 이곳에서 손영감(김갑수)은 만리장 호텔사업으로 구암을 오랜 세월 손아귀에 쥐고 있다. 그의 신념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위험한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
손영감 밑에는 온갖 잡일을 처리하는 희수(정우)가 있다. 나이 마흔 되도록 모아둔 돈 없이 도박판을 전전하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감을 느낀 그는 사랑하는 여자와 평범한 삶을 꿈꾸며 건달 생활을 청산하고 싶어 한다.
그런 그에게 구암을 차지하려는 이들이 접근해온다. 오랜 친구이자 영도파 에이스 철진(지승현), 세탁 공장에서 마약 밀수를 하며 막장 인생을 사는 용강(최무성), 새로운 사업을 제안해오는 인물 등. 큰 건을 잡고 싶은 희수는 앞날을 모른 채 휘말려 들어가고, 손영감은 구암에 닥칠 피바람을 감지하고 계산을 시작한다.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영화다. 90년대 초,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먹고 살기 팍팍해진 건달들이 돈을 벌기 위해 ‘구암’으로 몰려드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거대한 조직이나 정경유착, 혹은 공권력의 개입이 존재하는 다른 느와르와 결이 다르다. 번화가나 도심 등 화려한 일면을 다루지 않고, 작고 낙후된 항구를 배경으로 해 보다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이렇게 완성된 공간은 가상의 공간임에도 실제처럼 느껴진다. “변두리 항구지만 부두, 큰 다리가 있는 공간, 비린내가 날 것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라는 천명관 감독의 고민이 스크린에 담겨있다.
구암을 차지하기 위한 인물들의 치열한 욕망은 배우들의 명연기로 드러난다. 구암의 실세 희수 역을 맡은 정우는 인간적이고,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텍스트로 표현된 인물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원작에서 느껴지던 차가운 분위기는 그를 만나 뜨겁게 완성됐다.
최무성, 이홍내는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 관객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용강 역의 최무성은 풀어 헤친 머리와 하와이안 셔츠, 문신 등 파격적인 면모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아미 역의 이홍내는 ‘진짜 건달’을 보는 듯 에너지와 불안함을 동시에 표현해낸다.
다만 약 600페이지 분량의 원작을 한정된 러닝타임 안에 담아내야 했기에 스토리 진행과 인물간의 관계가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또 부산 토박이, 부산‧경상도 출신 관객들이 봐도 이해하기 힘든 사투리가 나와 혼란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베스트셀러 작가 천명관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자 한국형 스릴러의 대가인 김언수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뜨거운 피’는 오늘(23일) 개봉됐다. 러닝타임은 120분. 15세 이상 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