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났던 ‘뜨거운 피’”, 정우의 자신감 [인터뷰]
입력 2022. 03.25. 16:01:30

'뜨거운 피' 정우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차가웠던 이야기가 배우 정우를 만나 뜨거워졌다. “성장통을 겪게 해준 작품”이었다던 정우의 말처럼 더욱 깊어지고 짙어진 연기다.

정우는 영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에서 구암의 실세 희수 역을 맡았다. 건달이지만 인간적인 매력과 특유의 능글미를 희수 역에 녹여냈다. ‘정우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허들을 뛰어넘는 작업이었어요. 허들을 뛰어넘듯 잘해내고 싶었고, 임했던 작품이었죠. 편한 길로만 가선 배우로서 발전에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모습들을 관객분들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저를 응원하고,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인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쉽지 않은 작품이었음에도 도전했죠.”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영화다. 정우를 비롯해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이홍내 등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특히 정우와 함께 영화 ‘바람’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도 등장, 연기 시너지를 발산한다.

“‘바람’의 출연 배우들과 또 만난 건 너무나 반갑고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촬영하며 시너지가 생겨 에너지를 받았죠. 이번 작품은 승현, 홍내 빼고는 10살 이상 터울이 나는 선배님들과 작업이었어요.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는데 ‘슛’ 들어가면 안정적으로 이끌어주셨죠. 새로웠던 경험은 극중 주류도매업자로 등장하는 김해곤 선배님과 만남이었어요. 개인적으로도 팬이죠. 예전에 배우와 감독으로 만났는데 이번엔 배우 대 배우로 만나니 새로운 긴장감이 있었어요. 리딩할 때부터 새로운 느낌이었죠. 긍정적이고, 즐거웠어요. 호랑이 같으 분이었는데 배우와 배우로 연기해 감사했죠.”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비롯해 영화 ‘바람’ ‘히말라야’ ‘이웃사촌’ 등에서 찰진 사투리로 맛깔 나는 연기를 펼쳤던 정우. ‘뜨거운 피’ 또한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사투리를 쓴다는 점에서 결이 비슷하다는 우려 섞인 평이 나오기도 했다.

“반복적인 느낌이 우려스러웠지만 저는 부산 배경, 사투리 쓰는 게 너무 좋아요. ‘뜨거운 피’는 전작들과 톤 앤 매너가 완전 달라요. 기존에 보여줬던 부산 배경의 연기와 희수가 가진 에너지, 룩, 톤은 아예 다르죠. 그것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부분이 힘이 됐죠. 부산 배경이 주는 힘, 배경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소화하고, 해석할 수 있으니 연기 과정이 간결해지고, 심플해졌죠. 초중반 이후 희수가 변해가고, 예전에 보여줬던 모습과 다른 느낌, 에너지, 이미지들을 보여드리면 정우라는 배우에 대해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웃사촌’에서도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만 ‘뜨거운 피’와는 결이 완전 다른 작품이죠.”

‘뜨거운 피’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구암’이라는 배경이다. 사건의 배경이 되는 구암은 실재하지 않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재탄생된 도시다. 손바닥 만한 작은 항구에서 법도, 규칙도 없이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여러 군상의 인물들 또한 어딘가에 있을 법한 누군가를 다뤄 기시감을 느끼게 해 몰입을 더한다.

“공간이 주는 에너지가 분명히 있어요. 구암은 가상의 도시죠. 이름만 가상이지, 부산 지역 곳곳에 광안리, 해운대, 태종대 말고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해변들이 많아요. 영화상으로 후미진 느낌으로 나왔지만 실제로 가보면 운치 있고, 낭만적이에요. 제작진들이 부산뿐만 아니라 목포 등 여러 곳을 다니면서 한 공간처럼 보이게 촬영했어요. 공간과 어떻게 하면 잘 어우러지고, 융화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의상, 메이크업, 대사, 연기 톤까지 생각했죠. 모니터로 보고 어울리구나 싶으면 그쪽으로 방향성을 잡아 또 다른 연기를 했어요.”



‘뜨거운 피’는 베스트셀러 작가 천명관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한국형 스릴러의 대가인 김언수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거대한 조직이나 정경유착, 공권력 개입이 존재하는 다른 느와르와 달리 오로지 살기 위해 뭐든지 하는 밑바닥 건달들의 끈적하고 날 것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실화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 그 부분들이 훼손되지 않은 버뮈 내에서 자유롭게 해석하고, 연기하려고 해요. 이번에도 원작이 있지만 이 이야기는 6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이었죠. 원작에선 어떤 캐릭터가 늘어나고, 사라지기도 해요. 그리고 다른 색깔로 비춰지기도 하고요. 시나리오로 옮겼을 때 구현하는 배우에 따라 색깔이 달라져요. 영화라는 건 불완전한 작업인 것 같아요. 불완전함에서 오는 새로움, 날 것이 있지 않나 생각해요. 이 부분에 대해 집착하고, 포커스를 두진 않았죠. 희수에게 손영감은 넘어야할 아버지와 같은 존재에요. 왕자가 왕이 되기 위해선 그를 넘어야만 했죠.”

정우는 이번 영화가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잇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한다. 한 인물의 서사를 섬세하게 그려가며 희수에 온전히 스며든 정우. 그에게 이번 작품은 어떻게 남을까.

“20대 때 정우는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아요. 물불 안 가리고, 목표로 하는 것들만 생각하며 달렸죠. 그건 그때만 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 시기 때 겪어야하는 경험들이었죠. 배우로서 정우는 작품에 집중한다고 1년에 한 작품만 했어요. 신중하게 걸어 나가려고 했죠. 그 부분에 명과 암은 분명히 있어요. 많은 경험을 하던 중 막바지에 ‘뜨거운 피’를 만났어요. 부산 배경, 제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욕심이 나는 작품이라 애정을 가지고 치열하게 준비했죠. 20대 때처럼 앞만 보고 달리기엔 너무 많은 걸 아는 것 같았어요. 39살, 30대 후반에 이 작품을 만났는데 20대 때는 연기만 하면 됐어요. 어느 순간 주연 배우로서 한 작품 나아갈수록 새로운 것들을 알게 댔죠. 투자, 감독님과 제작사의 고민, 시나리오의 표면적 주제가 아닌 진위 등. 아무래도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 더 달라진 것 같아요. 그래서 20대 때 느낀 감정을 끄집어내 연기를 보여드리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성장통을 겪게 해준 작품이 ‘뜨거운 피’였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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