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온’ 바다 위의 콜택시, 섬 주민들의 ‘봄의 징검다리’
입력 2022. 03.25. 22:50:00

'다큐 온'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조도 군도에서 찾아온 봄의 징검다리를 건넌다.

25일 오후 KBS1 ‘다큐 온’에서는 ‘봄의 징검다리를 건너다’ 편이 방송된다.

서남해의 끝자락을 누비는 여객선, 섬사랑10호 박상의(65) 선장의 휴대폰은 오늘도 쉴 틈 없이 울려댄다. “외병도 이장님이 콜한 거예요”. 외병도에 들러 승객을 태우고 가라고 선장에게 전화를 한 것. 조도 군도에 흩어져 있는 32개의 섬을 느리게 운항하는 완행여객선인 섬사랑10호는 일명 ‘바다 위의 콜택시’다.

전남 목포에서 출발해 마지막 기항지인 서거차도까지, 102km 거리를 운항하는데 무려 9시간이 넘게 걸린다. 주민이 몇 안 남은 섬은 콜택시처럼 전화로 불러야만 가는 완행여객선이지만, 고립무원의 섬 주민들에겐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매일 같은 항로를 오가다 보니, 박상의 선장은 어느 승객이 어느 섬에서 내리는지도 훤히 꿰고 있다.

김성화 씨는 섬사랑호를 타고 섬과 섬을 건너다니는 우체부다. 신의도에서 우편물을 수거해 근무지인 평사도와 고사도를 오가려면 큰 배와 작은 배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우편물을 배송할 땐 오로지 두 발에 의지해야만 하는 성화 씨는 특히 무거운 택배가 있을 땐 고충이 배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 고령인 섬마을 어르신들이 육지에 나가 사는 자식들이 보내는 택배를 반기실 땐 흘린 땀이 아깝지 않는다고 한다. 성화 씨는 우편물 배송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각종 세금고지서 대납부터 마트 심부름까지 하는 섬마을 효자다.

학창 시절 도시로 나갔던 그는 5년 전, 고향인 평사도로 돌아와 뚜벅이 우체부가 됐다. 그런 아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는 부모님은 마음이 안쓰럽지만, 그 곁에서 바다 일도 돕고 섬마을 사람들의 전령사로 살아가는 지금이 성화 씨는 보람 있다.

평사도로 시집온 지 40년, 자매보다 가까운 동무 사이가 된 박화숙 씨와 조정미 씨는 올 봄에도 어김없이 밭에 나와 쑥과 달래를 캔다.

대마도에 사는 차애심(72) 씨는 도시로 뿔뿔이 흩어져 나간 자녀들 이바지할 생각에 제철 맞은 숭어를 손질해 말린다.

조도에 사는 칠순의 어매는 해풍을 맞고 자라 향이 짙은 쑥을 뜯으며 손주들 간식 사줄 생각에 흐뭇해하고, 서거차도에 사는 팔순의 어매는 새벽에 조업 나갈 아들을 위해 주낙에 미끼를 끼우느라 쉴 틈이 없는데. 생동하는 봄, 더욱 바빠진 섬마을 어매들이 활기차다.

섬사랑호는 진도 팽목항에서 남서쪽으로 15.2㎞ 떨어져 있는 서거차도에서 하루 정박 후 다음 날, 다시 육지로 나갈 섬 주민들을 태우고 섬과 섬을 누빈다. 조도 군도 주민들의 발이 되느라, 배에서 숙박을 해야 하는 선장과 선원들을 위해 주민들은 생선이며 밑반찬을 챙겨다 준다.

승객은 적어도 인정만큼은 차고 넘치는 완행여객선, 섬사랑호는 오늘도 반가운 섬 주민들을 싣고 봄의 징검다리를 건넌다.

‘다큐 온’은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 50분에 방송된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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