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도저에 탄 소녀’ 김혜윤 “악에 찬 연기, 눈으로 욕하더라고요” [인터뷰]
- 입력 2022. 04.13. 15:31:06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제 좌우명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걸 잊지 말자’에요. 연기하면서 힘들고, 지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연기학원에 처음 등록했을 때의 심정, 기분, 이 직업을 얼마나 꿈꿔왔는지 계속 떠올리려고 하죠. 많이 힘을 얻는 것 같아요.”
'불도저에 탄 소녀' 김혜윤 인터뷰
지치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던 이유다. 매 작품, 캐릭터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배우 김혜윤.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감독 박이웅)를 통해 다시 한 번 ‘놀라움’을 증명한 그다.
김혜윤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도저에 탄 소녀’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불도저에 탄 소녀’는 갑작스런 아빠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과 내몰린 19살의 혜영이 자꾸 건드리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현실 폭주 드라마다.
“드라마라는 매체를 조금 조금 더 자주 접했다 보니까 영화가 처음이었어요. ‘미드나이트’ 이후로 스크린에 나온 게 처음이었죠. 처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을 때 굉장히 많이 부담스럽고 낯설더라고요. 큰 화면, 스피커에 제 목소리와 얼굴이 나와서 신기한 경험이었기도 했어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작품에선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읽을 때 제 연기가 얼추 상상됐어요. 그런데 ‘불도저에 탄 소녀’는 전혀 상상이 안 되고, 그려지지 않아서 미지의 세계로 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작품을 선택할 땐 호기심이 더 컸죠.”
혜영 역의 김혜윤은 용 문신을 하고, 거친 언행을 일삼는 모습으로 첫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불도저 바퀴만한 작은 체구로 상대를 제압하는 강렬한 눈빛과 액션은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유일무이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악에 찬 표정을 새로 발견했어요. 영화를 보니까 제가 눈으로도 욕을 하더라고요. 대사 자체가 워낙 강렬해서 막상 연기할 때는 감정에만 충실했거든요. 이런 느낌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느꼈는데 제 연기를 직접 보니까 눈으로도 표현하고 있었어요.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구나’가 의외였어요.”
용 문신은 물론, 직접 불도저를 운전한 김혜윤은 건드리면 곧 폭발할 것 같은 위태로운 혜영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들끓는 내면을 온몸으로 표출한 그는 화난 또라이, 일명 ‘화또’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혜영이가 개인 공간 영역이 센 친구라 그 영역을 침범했을 때 불같이 화를 내요. 내면에 화가 가득 차 있는 역할이죠. 사람마다 내면에 ‘레드 버튼’이 있다고 생각해요. 넘길 수 있는 말이 있지만 혜영이는 레드 버튼이 눌러졌을 때 많이 표출하고, 느끼는 감정 그대로 불도저처럼 표현하는 친구죠.”
혜영에게는 아빠와 어린 동생이 있다. 동생 혜적이를 위해서라면 누구에게라도 덤벼들고, 집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다. 아빠의 사고에 대해 파헤치면서 세상의 부당함에 맞서고 불도저로 어디든 들이박는 보통이 아닌 인물.
“가장 궁금한 게 혜영이가 문신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었어요. 문신을 받고 나서 심경의 변화가 많이 궁금했죠. 감독님께서는 ‘강해보였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에게 약점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하셨어요. 연기를 하면서 문신의 의미를 추측한 건 약점이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용기를 주재라고 생각해요. 혜적이가 팔 토시를 걷어주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때 혜영이도 보면서 용기를 얻고, 특정한 상황에서 팔 토시를 내리는데 본인도 문신을 보면서 용기를 얻었던 것 같아요.”
김혜윤은 2018년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 강예서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와 1인 3역을 소화하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다양한 작품으로 연기력을 쌓은 그는 이번 영화에서 장편영화 첫 주연을 맡았다.
“첫 장편영화 주인공을 맡다 보니 부담, 긴장이 많이 됐어요. 감독님께서 잘 다져주셔서 무사히 찍을 수 있었죠. 시나리오를 읽고, ‘체력적으로 힘이 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컸어요. 분노를 계속 표출해야하는 성격이다 보니까요. 걱정이 돼서 영양제를 챙겨먹기도 했어요. 운동도 나름 열심히 했고요. 체력을 비축해놨죠.”
영화는 혜영이 성인이 되기 전, 어른들의 세상을 모르는 소녀이지만 자신의 키 만한 바퀴를 가진 불도저에 올라타는 모습으로 두려움 앞에서 폭력과 분노만 남은 인물의 절박함을 드러낸다. 용 문신과 불도저라는 수단을 앞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당위성을 더하고, 성인이 되어 세상에 나가야 하는 두려움을 폭력으로 감추고 지독하게 싸워야만 했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땐 이 분노가 과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보니까요. 그런 부분이 걱정됐죠. 촬영을 하게 됐을 때 주변 선배님들, 배우분들이 그런 느낌으로 대해주시더라고요. 시나리오상에서도 모든 사람이 혜영에게 불친절했어요. 그래서 점점 혜영이의 마음이 이해되고, 납득됐죠. 혜영이를 만나게 된다면 어떠한 말보다 꼭 껴안아주고 싶었어요. 마지막 촬영하는 순간까지 혜영이가 아등바등 했거든요. 앞으로 살아갈 어른들의 세상에 이 친구가 들어가게 될 텐데 어린 시절 많이 힘들었고, 행복한 기억보다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아서 꼭 껴안아 주고 싶었어요.”
김혜윤은 이 영화를 통해 ‘성장’했다고 밝혔다. 덜어내는 연기를 해내면서 자신의 또 다른 얼굴과 연기를 발견했다고.
“감독님께서 표정을 줄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처음엔 답답했죠. 표정으로 드러내는 연기를 해왔는데 감독님께선 표정을 덜어내라고 하셨으니. 처음엔 생각보다 쉽게 안 됐어요. 모니터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고, 점점 혜영이를 만들어 갔죠. 성장한 부분은 다른 연기법으로 연기한 거예요. 색다른 경험이었기도 했고요.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또 다른 동기가 될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IHQ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