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현재 진행형 학폭, 가해자들 향한 질문 [종합]
입력 2022. 04.18. 14:36:15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소름 끼칠 만큼 뻔뻔하다. 그리고 이기적이다. 자식이 괴물이 되면 그 부모는 악마가 된다는 추악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감독 김지훈)가 학폭(학교폭력)을 둘러싼 진짜 모습을 담는다.

1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사회 후 간담회에는 김지훈 감독, 배우 설경구, 천우희, 김홍파, 성유빈 등이 참석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영화다.

이 작품은 일본의 극작가이자 고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하타사와 세이코가 일본 후쿠오카 현에서 일어난 중학생 자살 사건을 바탕으로 각본을 완성시켰다. 하타사와 세이코는 김지훈 감독의 원작 ‘화려한 휴가’를 관람한 이후 영화화를 수락했다.

김지훈 감독은 “10여년 전 원작을 접했다. 저도 부모에서 어느 순간 학부모로 변화되면서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피해자가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랐다. 우리 아이가 가해자가 되면 어떡하지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이들의 세상이 행복해야하는데 아이들 세상에 폭력이 존재한다는 게 개인적으로 가슴 아팠고, 큰 파장이었다.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학폭의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어 마음 아프다. 관객들을 만날 때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돼 같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소망했다.

김지훈 감독은 캐릭터와 공간의 확장성을 기본으로 피해자와 가해자 아이들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재해석하는데 중점을 뒀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을 맡기 전, (학폭 관련) 영화들이 있었다. 그 영화들은 피해자 아픔, 고통을 관객들과 소통했다면 이 작품은 가해자의 시선으로 많이 생각하게 됐다. 피해자의 고통을 체험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가해자의 시선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어떻게 탈출시키는가에 주안점이 고통스러웠다. 가해자의 시선을 감독의 포커스로 맞추는 게 힘들었다”라며 “개봉이 미뤄지면서 아이들의 세상이 힘들어지는 걸 보게 됐다. 연출자가 한 편의 영화를 찍었지만 한 편의 이야기가 아닌,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반복된다는 게 괴로운 상황이 아니었나 생각든다”라고 전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2017년 촬영을 시작했지만 개봉까지는 5년이란 시간이 걸리게 됐다. 개봉을 기다린 심정에 대해 설경구는 “많이 미뤄져서 개봉하게 됐다. 이런 이야기가 어느 시기에 나와야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이런 사건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감되고, 개선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들은 반복될 거라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근절되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토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홍파는 “제 아들이 25살이다. 중, 고등학생 때 키가 작다. 맞고 다니진 않나 걱정하다가 조금 지나서 보니까 누구를 패고 다니지 않을까 걱정됐다. ‘학교생활 어떠냐’라고 물었다. 자기는 싸우지도 않고, 부딪히지도 않는다더라”라며 “그런데 키 큰 친구가 괴롭히니 그 친구를 때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게 학교에선 아무런 화제가 되지 않았다. 선생님도 연락이 없었다. 그러나 부모로서 자식에게 ‘잘했다’라고 말할 수 없겠더라. 잘한 게 없지만 때렸다는 게 피해자이지만 가해자가 된 것이니”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점점 사회가 자기들의 미래를 까먹게 하는 것 같다. 결국 어른들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아이들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어른들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왔는가, 무엇을 주면서 살았는가’라고 돌아보는 시기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영화는 학폭을 넘어 자식에 대한 문제에 대해 부모가 얼마나 뻔뻔해질 수 있고, 이기적일 수 있는가에 대한 민낯을 그린다. 명확한 사실과 진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은폐하려 하는 민낯, 그리고 ‘나만 회피하면 되겠지’라는 가해자들의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여러 선택의 순간을 그린 영화로 본인은 어떻게 했을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설경구는 “아들 강한결을 끝까지 믿었고, 믿고 싶어 한다. 끝까지 믿음으로 간다. 저라면 솔직히 많은 갈등이 있을 것 같다”면서 “솔직히 말씀 드리면 잘 모르겠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천우희는 “선택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송정욱은 기간제 교사로서 자기가 해야 하는 일에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 앞장서서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모든 기로에서 지켜본다고 생각했는데 관객과 가장 접점이 있는 인물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해자, 피해자가 아닌, 제 3자가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생각을 들게 하는 인물”이라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지만 결정을 하거나, 답변은 명확하게 못할 것 같다”라고 했다.

학폭 가해자 박규범의 할아버지이자 전직 경찰청장 박무택 역을 맡은 김홍파는 “제가 맡은 인물은 청렴한 사람이다. 잘못된 것은 벌을 받아야한다고 원칙하에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 부모 없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서 괴로운 갈등 속 흔들린다. 손자의 미래를 생각하며 결국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서 “마지막 재판 장면에서 녹음이 틀어졌을 때 차마 얼굴을 못 들겠더라. 김지훈 감독이 ‘얼굴 좀 들어라’라고 했는데 도저히 못 들었다. 마지막까지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만약 제 아들이 그러면 제 자식을 엄청 팼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이 자식의 미래를 생각하게 될 것이고, 고뇌와 갈등 속 빠져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강호창의 아들이자 학폭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강한결 역의 성유빈은 “한결이로 촬영할 때 합리화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행동을 하던 간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며 행동을 했겠구나면서 촬영에 임했다. 한편으로는 제정신이 아니었을 거다. 그 상황이라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겠지만, 온전한 정신으로 할 것 같진 않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어서 였을 것”이라며 “친한 친구를 배신하는 행동을 하고 싶진 않지만 잘 모르겠다.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담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했다. 불편한 소재, 마음 아픈 장면들이 담길 수밖에 없었던 프로젝트였기 때문. 김지훈 감독은 “시간이 지났지만 마음적으로 어려웠던 장면이다. 부모님들을 다 오시게 해서 설득하기 힘든 부분은 이야기했다. 제가 지시하기보다 아이들에게 어떤 부분에 대해 동의하고, 중재하기도 했다. 지옥 같은 장면이었다. 내색은 못 했지만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면서 “이 장면을 통해 보는 분들이 한 번쯤 깊이 아파할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해야겠다는 목표 하에 많이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냉정하리 만큼 건조한 시선으로 가해자를 따라가기도 하고, 온 몸에서 뜨거운 피가 거꾸로 치솟을 만큼 공분하게 만든다. 절대 용서될 수 없는 폭력의 문제, 그러나 가해자를 낳고 기른 그들의 부모라면 과연 ‘절대’라는 잣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 보는 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천우희는 “원작은 연극이다 보니 제3자의 눈으로 봤다. 건조함과 냉정함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영화화가 되면서 다른 점이라면 오히려 한국의 정서에 맞게, 영화적인 특색에 맞게 극적인 장면들이 잘 살아났다고 생각한다. 감정적 보다는 사건을 보여주고, 전개해 나가는 방법에 몰입감이 있었다. 처음에 고사한 이유가 명확한 차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라고 알렸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오는 27일 개봉 예정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마인드마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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