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효신의 삼세번 소속사 분쟁의 의의
- 입력 2022. 04.20. 10:52:07
- [셀럽미디어 편집자주] 가수 박효신(41)이 소속사 글러브엔터테인먼트와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벌써 세 번째이다. 삼세번이라는 말이 있다. 야구에서 빌려 온 ‘삼진 아웃’이라는 용어도 있다. ‘한두 번’은 그럴 수 있지만 세 번째는 상습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담겨 있는 말들이다. 박효신은 왜 삼세번 소속사와 싸우는가?
박효신
그는 최근 팬 커뮤니티 소울트리 게시판에 “전부터 조금씩 미뤄져 오던 정산금은 콘서트 정산금까지 더해져 받을 수 없었고, 지난 3년간은 음원 수익금과 전속 계약금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대한 원만하게 상황을 해결하고자 참고 또 참으며 많은 노력을 했지만 기다림의 시간만 반복되고 길어질 뿐이었다. 결국 지금의 소속사와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올렸다.
또한 “또다시 이런 일에 놓인 내 자신이 너무나 밉고 원망스러워 어쩌면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여러분 앞에 설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철없고 바보 같은 생각에 온종일 갇혀 지내기도 했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앨범으로 먼저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어 뮤지컬에서 먼저 만나게 될 것 같다.”라고 썼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가 모든 일을 ‘원만하게’ 처리해 왔는지 의문인 데다 그의 앨범을 그토록 기다렸는지 역시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그는 지난 세월 동안 노래 활동보다 법적 분쟁으로 더 눈길을 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불협화음을 많이 일으켰기 때문이다.
1999년 데뷔한 그는 7년 만인 2006년 당시 소속사였던 닛시엔터테인먼트로부터 피소 당했다. 닛시엔터테인먼트는 박효신이 전속 계약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1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박효신은 받은 계약금 전액을 반환함으로써 이 소송을 마무리했다, 사실상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것.
2년 뒤 새 소속사 인터스테이지로부터 또 3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다. 이 소송은 항소를 거듭한 끝에 15억 원과 지연 손해금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즉 박효신은 약 33억 원의 채무액을 변제한 것. 또 패소였다.
그런데 인터스테이지는 2014년 박효신을 강제집행면탈혐의로 고소했고 박효신은 이듬해 벌금 20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 손해 배상을 하지 않으려고 재산을 은닉했다는 혐의가 받아들여진 것. 박효신은 2016년 신생 연예 기획사인 글러브엔터테인먼트로 이적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이 회사와 음원 수익 및 계약금의 미정산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박효신은 2019년 두 차례나 사기 혐의로 피소되었다. 먼저 6월 A 씨와 구두로 전속 계약을 약속하고 그 대가로 약 2년 동안 고급 승용차, 시계, 현금 등 약 4억 원대의 금전적 이익을 취한 뒤 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형사 고소당했다.
또한 2016년 새 소속사 준비 과정에서 사무실 인테리어를 위해 B 씨를 고용했으나 완성된 결과물이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2회 이상 재공사를 요구하면서 생긴 추가 공사 비용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2019년 8월 추가 피소를 당하기도 했다.
연예 기획사와 연예인의 사이는 정말 애증의 관계이다. 그 어느 누구보다. 심지어 가족보다 가깝다. 그러나 수익에 관해서는 리더 자리를 놓고 다투는 수사자 라이벌 혹은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와 다름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만날 때부터 서로를 잘 활용해 돈을 벌고자 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연예계에서 전속 계약서를 쓰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당시 국내 정서상 ‘인간적’, ‘가족처럼’, ‘의리’ 등의 키워드가 먹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수의 앨범 한 장이 100만 장씩 팔리는 1990년대가 되면서 바뀌게 되었다. 매니지먼트는 가내수공업이 아니라 중소기업 이상이 된 것이다.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을 감싸고 보호하는 건 피가 섞인 가족이거나, 애정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회사가 큰돈을 들여 스타로 만들었고, 또 현재 그만큼 돈을 벌어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간적인 정’ 따위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그들은 ‘갑’과 ‘을’의 위치가 유동적인 자본가와 노동자일 따름이다.
그 ‘유동적’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연예인이 스타덤에 오르지 못하면 그는 영원한 ‘을’이다. ‘갑’에게 자신의 값어치와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죽도록 노동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스타가 되면 위치는 전도된다. 자본가인 기획사는 생산성이 엄청난 연예인을 회사에 묶어 놓기 위해 돈과 ‘아부’를 풀어 놓아야 한다.
박효신이 소속사와 첫 분쟁을 일으켰던 2006년은 이미 그가 스타덤에 오른 이후이다. 그가 ‘갑’이라는 것. 그 이후 그는 무조건 ‘갑’이었다. 2019년 박효신이 두 건의 사기 혐의로 피소되었을 때 글러브엔터테인먼트는 그의 무죄를 주장하며 보호하려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금은 매우 적대적이다.
이게 바로 연예인과 연예 기획사의 관계의 본질이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는 한몸인 듯하지만 그 이익의 방향이나 내용이 다를 경우 철천지원수가 되는 게 그들의 위치 선정이다. 연예인, 특히 데뷔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인일 경우 사기 사건이나 소속사와의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사람이니까.
하지만 10년 이상 연예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스타가 다른 관계도 아닌 자신의 소속사와 세 번 연속 분쟁을 벌인다든가, 두 번이나 사기 혐의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은 분명히 보편적인 일은 아니다. 대중은 무대나 음원을 통해 가수를 만나고 싶고,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배우를 만나고 싶어 한다.
언론 사회면의 사건과 사고를 통해 연예인을 접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불미스러운 일로 자꾸 사회면의 뉴스를 장식하는 연예인에 대해서는 무명의 일반인에 비해 불쾌감과 배신감이 더 크기 마련이다. 연예인의 노동력 대비 엄청난 수익과 명예가 바로 대중의 열렬한 응원과 성원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데뷔한 지 20년도 넘은 스타가 소속사로부터 수익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소속사가 당연히 나쁘다. 하지만 그런 소속사를 선택한 스타 역시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아니면 아주 정상적으로 수익금을 나누는 탄탄한 소속사에 갈 수 없는 말 못 할 속사정이 있거나.
[사진=셀럽미디어DB, 글러브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