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각 투자와 윤종신에 대한 대중의 믿음
- 입력 2022. 04.22. 11:31:47
- [셀럽미디어 유진모 칼럼] 음악 저작권을 쪼개 파는, 이른바 ‘조각 투자’ 스타트업 뮤직카우가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게 되었다. 금융 당국이 지난 20일 뮤직카우가 판매하는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이 증권(금융투자상품)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윤종신-선미-뮤직카우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일 정례 회의를 열고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상품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조치를 의결하였다. 투자계약증권은 특정한 투자자가 타인과 공동 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그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의 권리이다.
이렇게 배당 수익과 시세 차익을 얻는 시스템은 주식과 유사한 방식이었지만 그동안 조각 투자 관련 규정과 법령이 없었기 때문에 뮤직카우는 통신판매업자로서 전자상거래업에 의거해 서비스를 운영했기에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지 않았다. 후발 주자 비욘드뮤직도 똑같은 시장에 뛰어들어 뮤직카우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뮤직카우의 영업 행위가 유사 금융에 해당한다.”라는 민원이 금융 당국에 접수되면서 본격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게 된 것. 금융 당국이 뮤직카우의 상품을 증권으로 규정하면서 과징금과 과태료 등이 부과되어야 하지만 당국은 투자자 보호 조치와 사업 구조 개편 등을 조건으로 제재를 일시 보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직카우 플랫폼에서 저작권료 청구권을 거래해 온 17만여 명의 투자자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단 신규 저작권료 청구권 발행이 불가능해졌다. 제재가 보류되는 동안 기존 투자자 중 상당수가 시장에서 이탈함으로써 기존 저작권료 청구권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실제 뮤직카우 플랫폼에 등록된, 각 저작권료 청구권의 가치를 산정한 MCPI 지수는 20일 오후 4시 30분 기준 193.74를 기록하며 지난달 10일의 247에 비해 21.5% 급락했다. 이런 상황이 도래하자 투자자들은 물론 뮤직카우를 지켜봐 온 다수의 대중이 윤종신, 더 나아가 선미에게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두 사람이 뮤직카우 광고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광고에서 선미는 뮤직카우로 인해 쏠쏠한 수입을 올린다며 만족해하고, 윤종신은 그런 선미를 뿌듯하게 대하는 콘셉트이다. 윤종신은 유명 가수인 동시에 직접 작사, 작곡해 자신은 물론 동료 가수에게 신곡을 선사하기도 하는 작가이다.
또한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선하고 바른 이미지를 구축했으며, 대형 연예 기획사의 수장으로서도 성실한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한마디로 뮤직카우에 대한 신뢰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 연예인이 모델로 나선 상품(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과 시각이 필요하다.
먼저 연예인의 입장에서는 사실 제품의 품질이나 회사의 신용도를 일일이 확인하고 점검할 법적 책임은 없다. 자신이 원하는 돈을 받고, 그만큼 성실하게 광고를 찍어 주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그건 법의 차원이고, 우리는 반드시 현행법만 기준으로 삼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도덕도 있다.
해당 제품의 하자에 대해서는 생산자(생산 회사)에게 책임의 소재가 있다. 하지만 영업 사원에게는 책임이 없을까? 분명히 영업 사원은 그 제품의 우수성만 알렸을 뿐 단점이나 위험 요소는 알리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별로 좋지 않지만 매우 좋은 것처럼 과대 포장하거나 왜곡했을 수도 있다.
광고 모델은 영업 사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 연예인이라면 최소한의 책임감은 가져야 한다. 평범한 소비재 상품을 비롯해 모든 제품 광고에 등장하는 스타급 모델의 출연료는 대부분 해당 상품의 판매가에서 지불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엄연한 현실이고, 사실이다.
연예인이 한 편의 광고 출연료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대의 대가를 받는 이유는 바로 그의 인기와 그로 인해 구축할 수 있었던 신뢰도에 있다. 따라서 윤종신 정도의 네임 밸류의 스타라면 언행 하나하나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더구나 소비자가 물리적으로 소비하는 유형의 제품이 아닌, 자본 투자 상품이라면 더욱 깊게 생각했어야 바람직했다.
사실 주식 투자는 자본주의가 만든 정상적 경제 활동의 하나이지만 투기와 그리 멀지 않다. ‘님’과 ‘남’ 같은, 점 한두 개의 차이이다. 물론 유명 연예인들이 증권사 광고에 출연하기도 한다. 그런데 증권사는 제도권에서 오래되었기에 영업 내용과 상품에 대한 장단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뮤직카우의 조각 투자처럼 다소 생경한 상품과 비교하면 곤란하다.
[셀럽미디어 유진모 칼럼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뮤직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