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 감독, '안나라수마나라'에 담은 엔딩의 의미는 [인터뷰]
입력 2022. 05.18. 11:52:08

김성윤 감독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김성윤 감독이 ‘안나라수마나라’에 대한 깊은 애정부터 결말에 담고자 한 의미를 전했다.

지난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극본 김민정, 연출 김성윤)는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이 나타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뮤직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는 곳곳에 음악들을 녹여내며 드라마 전개상 펼쳐지는 판타지적인 상상력에 힘을 불어넣었다. 꿈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가 다양한 사운드트랙과 만나 ‘안나라수마나라’는 마법 같은 분위기 속에 감동적인 여운을 배가시켰다. 다만 김성윤 감독은 연출에 있어서, 음악은 단지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해주는 하나의 장치로 쓰고자 했다.

“제가 뮤지컬 드라마를 만들려고 했다면 ‘위대한 쇼맨’에 나오는 그런 군무, 신나는 노래들을 굉장히 많이 넣었을 거다. ‘안나라수마나라’에서 음악은 아이의 독백, 나레이션을 대체할 장치로서 감정신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넣은 거였다. 오프닝, 클로징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아이의 감정신에 관한 노래이기 때문에 판타지를 극대화할 장치였다. 제가 음악 드라마를 잘해야겠단 그런 욕심은 많지 않았다. ‘이 장면에서, 이런 그림에는 이 노래가 감정을 잘 실을 수 있고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겠다’ 같은 부분에 집중했던 것 같다.”

그림을 영상으로 옮겨오기까지 작업 과정도 만만치 않았을 터.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안나라수마나라’는 공개 전부터 많은 웹툰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각양각색의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김성윤 감독의 손길이 닿은 ‘안나라수마나라’는 웹툰에서 그려진 판타지 장면들이 음악과 CG로 재탄생, 일부 장면들은 드라마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재해석되기도 했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완성도 높은 영상물로 구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판권을 구입하고 작가님이랑 여러 번 회의했다. 작품의 메시지를 위해 여러 장면들을 웹툰에서 최대한 비주얼 라이징 해보려고 했고 오프닝과 엔딩은 완전히 상상에서 만들었다. 회의를 할 때 작가님, 음악, 안무 감독님이 다 같이 와서 음악과 안무 동선을 만들어 내야했다. 그러면서도 CG가 들어가야 해서 모든 사람에게 신선했다. 다만 그만큼의 힘듦이 있었다. 대본에는 음악 자체가 없어서 시각화하는 것 자체가 제게는 숙제였다. 그럼에도 그렇게 한 이유는 분명하게 아이의 감정과 판타지로 느끼게끔 하고 싶었다. 정말 마술 같았던 작업이었다. 그러한 점들을 재미있게 봐주신다면 감사하고 호불호가 있다면 그 부분 또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라 생각한다.”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캐릭터들을 풀어낸 지창욱, 최성은, 황인엽의 조합도 신선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배우들에게서 ‘안나라수마나라’ 속 캐릭터들의 모습을 어떻게 발견했을까. 물론 웹툰 원작인 만큼 어느 정도 외적인 싱크로율도 중요하지만 김성윤 감독은 그보다 배우들이 원작의 캐릭터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것으로 얼마나 표현해낼 수 있는지 잠재력을 눈여겨봤다.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고 연기를 잘할 수 있고 조화롭게 한다면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생각했다. 캐스팅에서 그 이미지와 닮았기 때문에는 원칙이 아니다.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거나 매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배우가 중요하다. 보통 배우들도 원작 캐릭터를 만나면 싱크로율 높일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데 왜 머리를 그대로 해야 하나.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는 그 헤어스타일이 상징적이라 그랬지만 리을이기 때문에 헤어스타일을 맞춘다거나 아이가 긴 머리라서 맞춘다거나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최성은 배우가 가지고 있는 지점이 아이와 연결돼있다면 그 부분을 좀 더 집중해 찍는 편이었고 그 사람의 매력이 캐릭터와 만났을 때 증폭된다면 더 좋다. 황인엽 배우도 원작과 다른 느낌인데 그가 가지고 있는 귀여움, 능청스러움, 그런 소년미가 들어가서 로맨스를 더해주거나 매력을 살려준 것 같다.”

김성윤 감독은 앞서 전작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한 차례 웹툰 원작의 드라마를 경험했다. 많은 이들의 인생 웹툰이라 꼽힌 ‘이태원 클라쓰’(작가 조광진)는 김성윤 감독을 거쳐 대중성과 화제성을 사로잡는 등 뜨거운 호평을 받은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이태원 클라쓰’로 개선점과 방향성을 더욱 확실히 느꼈다는 김성윤 감독은 앞선 배움들을 통해‘안나라수마나라’를 준비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공교롭게 시기가 겹쳤다. ‘안나라수마나라’는 사실 7~8년 전, ‘이태원 클라쓰’ 하기 전부터 하려고 했던 작품이다. ‘이태원 클라쓰’는 우연히 제안을 받고 하게 된 작품인데 물론 결은 다르지만 공교롭게 웹툰 원작 경험이 있게 됐다. 원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구현해나가는 건 어렵고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떤 배우든 그 캐릭터의 옷을 입으면 그 배우의 색깔이 나오고 거기에 맞추면 캐릭터가 가공되기 마련이다. 그런 점을 ‘이태원 클라쓰’하면서도 많이 배웠다. 작가님과 배우가 이견이 없다면 이런저런 옷을 입혀보고 더 매력적인 게 있다면 살리고 차근차근 색채를 입혀갔다. 한 번에 완성되지 않고. 그러다가 배우한테 딱 맞고 장점이 드러나는 순간 캐릭터가 더 입체화되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들이 이번 작업하면서 도움이 됐다.”

특히 김성윤 감독은 넷플릭스 시리즈의 작업을 하면서 엔딩을 완성도있게 매듭지을 수 있었음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촬영 기간과 방영 시기가 맞물려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드라마 환경과 달리 전편이 한 번에 공개된 ‘안나라수마나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과 제작진이 모두 공유한 상태서 이루어져 어느 작업 때보다 안정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다.

“‘이태원 클라쓰’ 같은 드라마들은 한주에 두 개씩 나가고 70분 이상씩 나가니까 9, 10회까지 찍어도 금방 잊어버린다. 엔딩 회의는 못 했는데 대본이 나와야 하니까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아쉬움이 있었다. 훨씬 더 좋은 엔딩, 결말로 좋은 맺음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방송의 긴박함이 있으니. 대신 넷플릭스는 완성된 대본 가지고 회의를 마치고 배우들도 이 작품 엔딩에 동의하고 참여해서 오히려 엔딩 스트레스가 없었다. 그래서 더 엔딩에 힘을 실을 수 있었다. 6부가 좋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 있는데 초반부터 그런 빌드업이 잘 돼서 감정들이 쌓였던 것 같다.”

김성윤 감독은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린 ‘안나라수마나라’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다. 충분히 다양한 상상의 여지를 남기면서도 리을이와 아이가 나눈 마술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리을이는 아이에게 웃음을 되찾아주고, 아이는 리을이에게 믿음을 보내주며 두 사람은 서로의 공백을 채워줬다. 이에 리을이의 다음은 그려지지 않았으나 리을이를 기억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아이를 통해 김성윤 감독은 ‘안나라수마나라’의 결말이 희망적인 끝맺음이었다고 말했다.

“리을이가 어딘가에서 또 누군가에게 ‘마술을 믿습니까’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그런 부분을 상상했는데 저도 열린 결말을 싫어하지만 그래서 더 여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장면이 엔딩으로 가치있는 이유는 마술을 믿지 않는 아이가 마술을 통해서 리을이를 위기에서 구출해주는 것이 절정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게 너무 좋아서 이대로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 그 장면은 CG 없이 찍었다. 그 부분이 무언가 감동이 있지 않나. 지금 현대 시대에 할 수 있는 메시지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정 중에 결핍이 있다고 본다. 정신력 지지를 받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상실감도 많지 않을까. 리을이를 이야기하는 건 나를 믿어줄 사람 한 명만 있으면 된다고 할 때 아이가 믿어주는 그 느낌이 이 드라마에서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였다. 그래서 엔딩도 그렇게 흘러간 것 같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마지막을 장식한 커튼콜 장면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기나긴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고 봐야 하는 쿠키 영상 같은 묘미를 자아냈다. 극 중 울고 울었던, 얼굴을 붉혔던 모든 캐릭터들의 배우들이 손잡고 무대로 올라와 춤을 추는 모습은 마치 하나의 공연을 다 본 것같은 여운을 안겼다. 또 코로나19로 한동안 잊고 있었던 공연 무대의 현장을 다시 상기시켜주며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는 시청자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팬 서비스 개념이었다. 제작비가 넘어가면 사실 안 찍으려 했다. 정확한 엔딩이 대본에 있는데 ‘이걸 사람들이 왜 좋아할까’ 저도 궁금한 지점이었다. 처음에 저는 엔딩 감정선까지 잘 쌓았는데 캐릭터들의 실제 본체 배우들이 나와서 연기하면 여운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그런데 오프닝도 음악에 필요한 장면이었기에 문을 닫을 때도 음악으로 끝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했고 고생한 배우들과 전 스텝들이 모여서 축제를 만들자고 해서 만든 장면이 이렇게 반응이 좋을지 몰랐다. 일등, 리을이 엔딩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데 이들이 나와서 행복하게 일등이 아빠, 엄마랑 손잡고 노래 부르는 행복한 느낌을 주는 게 오히려 한편으론 기쁘면서도 슬픈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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