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직뱅크’ 임영웅 논란의 본질
- 입력 2022. 05.23. 09:27:55
- [유진모 칼럼] 지난 13일 방송된 KBS2 음악 순위 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 임영웅이 방송 횟수 점수 부분에서 0점을 받아 걸그룹 르세라핌에게 1위를 내어준 데 대해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KBS의 추가 해명을 요구하는 시청자 청원이 지난 19일 개시 후 하루 만에 1000명 이상이 동의했는가 하면 한 시청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을 정도이다.
임영웅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의 본질은 사실 다른 데 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될 만하다. 많은 시청자들이 항의하며 질문을 던지자 지난 18일 KBS 예능 센터 뮤직뱅크팀 한동규 CP는 “이번 순위의 집계 기간인 5월 2일~5월 8일에 집계 대상인 KBS TV, 라디오, 디지털 콘텐츠 등에 임영웅의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방송되지 않았으며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에서 KBS국민패널 1만76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중가요 선호도 조사에서도 해당 곡은 응답률 0%의 결과가 나왔다.”라고 답했다.
그 배경은 “임영웅의 다른 곡 ‘이제 나만 믿어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가 각각 2.63%, 2.52%의 응답률을 기록하여 선호 곡이 분산된 결과이다. 개별 곡을 단위로 순위를 집계하는 ‘뮤직뱅크’에서는 해당 곡이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기간 동안 ‘임백천의 백 뮤직’(4일), ‘설레는 밤 이윤정입니다’(4일), ‘김혜영과 함께’(7일) 등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방송되었다는 주장이 한 매체 및 청원에 의해 제기되었다. 시청자들의 주장과 해명 요구는 매우 당연한 일이다.
방송, 특히 KBS 같은 지상파 공영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위 대한민국 대표 공영 방송사인 한국방송공사라면 그 어떤 방송사보다 더 투명해야 마땅하다. 우선 방송 횟수를 점수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구시대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상파 방송사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한때 순위 다툼 경쟁 방식을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현재의 논란과 유비적이었다. 바로 순위 채점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검은 거래’ 의혹이 제기되었고, 결국 방송사 스스로 순위 경쟁 방식을 버리고 자유로운 경연 방식으로 바꿨던 것.
그 당시에도 방송 기여도라는 명목이 채점 기준 안에 들어 있었다. 지금의 방송 횟수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기준이었다. 그런데 시대가 흐른 만큼 본질을 다른 데서 찾아야 할 듯하다. 임영웅 정도 되는 톱스타가 아무리 지상파 방송이라고 할지라도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기 위해 특정 방송사의 문을 자주 두드릴 필요가 없는 게 현실이다.
지금은 KBS, MBC, SBS의 3대 공룡이 방송 환경을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송 횟수 점수 채점 방식을 물을 게 아니라 도대체 그게 순위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를 물어야 할 것이다. 물론 라디오 PD는 청취자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따라 선곡을 하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리퀘스트도 중요하지만 각 프로그램의 성격도 고려해야 할 것이고, 그날그날의 상황도 적용해야 하는 게 방송 책임자의 몫이다. 사실 요즘 같은 시절에 많은 청취자들이 적극적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쉽지 않은 게 음악 감상의 현주소이다.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들을 수 있는 걸 예전처럼 일부러 리퀘스트를 하고, 방송 시간에 맞춰 라디오를 켜는 청취자 수가 얼마나 될까?
인기 순위에 방송 횟수는 의미가 별로 없다는 게 현실이다. 더 나아가 자사 방송 횟수를 채점 조건에 넣은 것 역시 매우 국지적이고 편협하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지적받아야 마땅하다. ‘뮤직뱅크’는 전 세계적으로 방송되는데 채점을 고작 안방 수준에 제한하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자사 방송 횟수를 지우고 그 자리에 글로벌 인기 지수를 대신하는 게 답이다. 더 나아가 순위 자체도 의문 부호이다. ‘뮤직뱅크’는 ‘다양한 장르의 대중가요 및 최신 음악 정보를 전달하는 고품격 가요 쇼 프로그램’을 자처한다. 최근 시청률은 0.3%이다. 드라마나 예능 같았으면 벌써 조기 강판되었을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꿋꿋한 이유는 글로벌 수익 때문이다.
‘다양한’이라고 했지만 이 방송의 주역은 사실상 아이돌이다. 글로벌 수익 때문이다. 임영웅을 출연시킨 이유, 1위를 그가 아닌 신인 아이돌 그룹에게 준 이유 등에 의문을 품게 되는 배경이다. 경찰은 Mnet ‘프로듀스 X 101’ 때처럼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시청자에게 진실을 알려야 마땅하다.
[유진모 칼럼/ 사진=물고기뮤직, KBS2 ‘뮤직뱅크’]